[ 명작 속 의학 ]을 읽고

그림에 담긴 몸과 마음의 이야기 - 김철중 -

by 작은손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이 나의 병명이다. 진단받은 지 4년이 지났다. 암치고는 착한 녀석인 것 같다. 왜냐하면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약도 먹지 않고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 등 여느 암환자가 하는 치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진단받을 때 '환자 명대로 살 수 있다.'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그동안 정기검진으로 혈액을 통해 수치만 보고 있다. 체력은 좋아지고 피로 회복력도 빨라지고 있어 내가 투병 중인 것을 잊을 때도 있다. 나는 다니던 직장에 병가를 내면서 홀가분해했다. 밤에는 울고, 아침 출근하는 시간에는 누워있을 수 있는 자신이 좋았다. 지금은 연금 받으며 시간 부자로 살고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코스모스]를 쓴 칼 세이건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일까?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같은 병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어떤 형태로든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배우 안성기 씨 또한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라 하니 그분도 나와 같이 만성이면 좋겠다. 자신의 명대로 살 수 있다고 하니, 힘껏 살아내시길 빈다.


몸 한가운데 척추 선을 가로지르는 철탑이 있고, 온몸에 못이 박혀있으며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는 <부서진 기둥> 그림을 그린 화가 프리다 칼로. 그녀는 열여덟 나이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32번의 수술을 받으며 살아냈고 그림을 그렸다. 자신의 육체의 고통과 무너진 여성성을 형상화한 것이라 한다. 그녀는 살아있음을 감사했을까? 통증과 싸울 때 그녀는 어떻게 그림에 다가갈 수 있었을까?


질병은 고단한 삶의 결과라고 저자 김철중은 말한다. 명작 또한 마찬가지라고 한다. 대장암으로 13년간 침대 생활을 하면서도 그림을 포기하지 않은 앙리 마티스, 시력과 색감 상실로 대상의 형체도 알아볼 수 없도록 붓 터치를 한 클로드 모네. 병이 그들을 삼키려 하였으나 끝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데까지 작품을 해 간다.


모든 것을 놓고 서 있는 나무를 보며, 야윈 길고양이의 슬픈 눈을 보며, 힘없이 걸어가는 노인의 쓸쓸한 등을 바라보며 나는 전과 다른 나를 느낀다. 좀 더 애틋하다. 모두에게는 살아온 아픔이 있는 줄 알기에 연민의 정을 더욱 느낀다. 또한 밤하늘의 달과 별이 더 아름답고 오묘하게 느껴진다. 아마 모두가 죽는다는 명제를 더 절실히 알게 하는 병을 내가 안고 있기 때문이겠다.


암이 나에게 왔고 이것을 나의 축복으로 만드는 것은 내가 해야 할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잘 살아내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한다. 하루를 보내는 가운데 내가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해 나가자는 마음이 강해진다. 내가 꾸준히 해 왔던 것,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쉬고 보니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니 나의 글도 깊이를 더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천천히 책을 읽고 글을 써 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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