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자화상이 두 개 걸린 벽 아래에 빈센트의 고단한 몸을 쉬게 한 침대가 있다. 나무로 짜였고 별다른 꾸밈이 없는 소박한 침대다. 침대의 색은 나뭇결이 보이는 갈색이다. 진홍색의 이불은 빈센트 자신이 선택한 색이었을까?
노란색을 좋아한 화가답게 이불의 속은 밝은 노란색으로 색칠되어 있고 가지런히 잘 정돈이 되어 있다. 그림에는 노란색이 더 있다. 자화상 아래에 어떤 그림인지 알기 어려운 액자가 두 개 있는데 모두 노란색이다. 바깥의 녹색과 밝은 햇살이 비추는 듯이 노란색과 연두색이 어우러져 있는 창문. 또한 드나드는 문의 고정된 쪽에 큰 수건이 짙은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수건을 살 때도 빈센트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란색으로 결정했나 보다.
침대 옆에 있는 의자는 그림 '고흐의 의자' 모델이 되었던 것인가 보다. 들어오는 문 앞에 놓인 의자는 '고갱의 의자'일까? 빈센트는 '고흐의 의자' 보다 '고갱의 의자'를 더 좋은 의자로 그린 듯한데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늘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했던 고흐이니까. 자신의 의자보다 고갱의 의자를 더 멋진 의자로 그림으로써 그에 대한 존경과 자신의 사랑을 표현했던 건 아닐까?
방에는 작은 책상 하나가 있지만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 위한 책상은 아닌 듯하다. 왜냐하면 책은 한 권도 놓여 있지 않다. 또한 늘 독서를 하고 동생 테오에게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좋은 책이라며 권하기도 했던 고흐인데 책꽂이가 없는 점이 의아하게 느껴진다. 책상 위에는 꽃병, 컵 하나, 볼과 주전자, 그리고 그가 좋아했던 압생트 술병 같은 것 두 개, 커다란 솔처럼 보이는 것이 하나 놓여 있다.
그는 청소를 잘했나 보다. 방이 깨끗하다. 잡동사니가 없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두지 않았다. 침대 위에는 옷걸이가 있고, 옷들은 가지런히 걸려 있다. 방의 벽지는 푸르스름한 색이다. 노란색과 푸른색이 있는 방이니 밝고 화사해서 위안이 된다. 나는 그의 그림을 볼 때마다 푸른색이 좋아졌다. 정말 소박하게 살 수밖에 없는 경제적 여건으로 '고흐의 방'은 있어야 될 것만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작은 방에 그림이 다섯 편이나 걸려있다. 역시 화가다.
'고흐의 방'을 그리면서 나는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결국 이렇게 하고 있구나 하고. 고흐의 책이라면 반가움이 앞섰고 읽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데 그의 그림까지 그리다니. 그림을 그리니 그림에 대한 묘사의 글을 써 보자는 생각까지 들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 창작은 이렇게 작은 열정으로 시작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