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을, 짓다 ]를 읽고

- 나카무라 요시후미 -

by 작은손

친구가 지은 집에서 저녁마다 장작으로 군불을 넣으며 살고 있다. 내가 처음 이 집을 보았을 때 마음에 쏙 들었다. 작고 예쁘고 포근했다. 문고리 하나, 화장지 걸이 하나도 그냥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밖을 바라볼 수 있는 창문의 크기와 위치는 좁은 집을 넓게 보이도록 했고,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당을 바라보는 통 창 하나만으로 이곳에서 살고 싶게 했다. 잔디 마당 끝을 마무리하는 돌담은 정겨움의 정서를 모두 모아 놓은 듯하다.


계절마다 피는 꽃들과 마당을 우아하게 만드는 소나무 두 그루, 붉게 물들어 계절을 뽐내는 단풍나무, 파란 하늘과 쌍을 이루는 주황빛의 잘 익은 감은 짙어가는 가을을 돌담 집에 얹고 또 얹는다. 마당 가장자리의 큰 바위와 작은 바위의 어우러짐. 소담스럽게 한 귀퉁이를 장식하는 항아리 예술을 담은 장독대 하며...

평수만 늘려가던 내게 집에 대해 생각하게 한 곳이 이 집이다. 문만 열면 땅을 밟고 설 수 있는 곳, 고개 들어 하늘을 보게 하는 곳, 밤하늘의 별을 마당으로 초대하는 곳이다.


크고 넓고 높은 곳을 바라보던 나를 작고 좁고 낮은 곳의 따뜻함과 다정함을 배우게 하는 곳이다.

“땅꺼미가 지기 시작하면 들어가고 싶은, 낭비 없고 간소한 나만의 집......”

꼭 내 시골집을 말하는 것 같은 책 소개다. 이와 같은 곳에 살기에 제목이 눈에 들어온 듯하다.

작가 김민식의 《집의 탄생》을 읽었던 경험 덕분에 이 책이 구미에 더 당겼는지도 모르겠다. 집의 탄생을 읽던 중 친구와 책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됐나?” “됐다.”식으로 친구와 강원도 홍천에 있는 저자의 작업장까지 한달음에 내달렸던 추억도 있으니...

《집을, 짓다》가 확 당기는 음식처럼 책을 들자 막 읽고 싶었다.


주택 전문 건축가가 자신이 지은 집을 그림으로 그려가며 설명하고 느낌을 이야기하고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집을 지을 곳과 어울리는 잘난 척하지 않는 집을 짓는 일이라 한다. 얼마나 소박하고 어려운 일일까. 무엇보다 혼자 조용하고 편안히 쉴 수 있는 동굴 같은 곳이 있는 집이라니. 소재와 형태를 고집하지 않고, 사는 사람과 어울리는 집을 지어왔다니 그가 지은 집을 한 채, 한 채 보고 싶어진다.


《집의 탄생》에서 보았던 인물 르 코르뷔지에가 이 책에서도 나온다. 화가라면 반 고흐를 떠올리듯 집을 건축하는 사람들은 르 코르뷔지에를 항상 생각하는가 보다. 건축의 거장이 지어 살았다는 별장이 4평짜리이고, 이 오두막을 좋아해 생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다니 공간이 작을수록 존재하는 이에게는 편안을 주지 않을까?


공간이 바뀌면 우리의 생각과 느낌도 달라진다. 작은 물건 하나에도 내 마음을 담을 수 있는데 온전히 나를 맡길 수 있는 집을 지으려면 짓는 사람과 살아갈 사람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할까. 저자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백 채 이상의 집을 지어오면서 집에 살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를 해 나갔을까?


말갛게 쓸어놓아 언제나 정갈했던 엄마의 마당이 그립다. 커다란 감나무가 작은 집을 감싸 안았고 마당과 이어진 크지 않은 포도밭의 탱자나무 울타리에는 여름날 아침마다 수백 송이의 나팔꽃이 피어 보랏빛 잔치가 벌어지던 그곳. 내 시골집은 그곳에서의 모든 것들을 지금 이곳으로 연결 지어주는 마음의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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