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맡겨진 소녀 ]를 읽고

- 클레어 키건 -

by 작은손

나에게 가장 필요한 문장을 찾은 것 같다.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나는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해서 잃은 것이 있다. 가장 후회하는 일은 남편에게 첫사랑을 이야기한 것이다. 소설 테스를 읽었고, 영화도 보았으면서도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버렸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다음의 그 사람의 표정에서 '아, 이게 아니구나' 싶었다. 남편에게는 숨기는 게 없이 솔직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야기했지만 그건 정직한 것과는 다른 차원이라는 것을 지금은 안다.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도 있다. 살아보니 알게 되었다.


주인공인 소녀는 무심한 부모 대신 살뜰히 보살펴 주는 친척 부부로부터 진정으로 보호를 받는다. 사고로 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냈던 부부였지만 슬픔에 함몰되어 있지도, 소녀를 아들대신으로도 느끼지 않는다. 다만 아들에게 주었던 사랑을 계속 이어갈 뿐이다.


슬픔은 우리가 겪는 감정 중에서 그 어떤 감정보다도 오롯이 혼자 겪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도 세상이 멈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첫 아이를 사고로 보내고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버린 나 자신을 느꼈다. 본 것도 없고, 들은 것도, 맛도 느낄 수 없었다. 남편과 함께였지만 각자가 견뎌내야 하는 시간임을 서로가 알았다. 다만 나와 같은 무게로 슬픔을 안고 있는 상대를 보면서 내가 살아내야 하는 이유를 알게 했다.


킨셀라 아주머니를 위해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오려다 우물 속에 빠졌던 소녀는 집으로 돌아와서 부모님에게 있었던 일을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재채기를 하고 코를 푸는 딸을 보고 소녀의 아버지는 보살펴 준 부부에게 잔인하게 말한다. 다섯 아이를 가진 아버지가 책임감도 없고, 부인과 아이에 대한 배려도 없다. 집으로 돌아가던 자상했던 아저씨의 품에 달려든 딸을 본 아버지는 무엇인가 느낄 수 있었을까? 아저씨의 품에서 "아빠"를 말한다. 멀리서 소녀를 바라보는 아버지에게 한 말이라기보다 아저씨를 향한 마음이었으리라.


우린 누군가로부터 친절을 받을 때 마음이 따뜻해진다. 달라이 라마는 "친절은 나의 종교'라는 말을 했다. 그것은 친절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리라. 친절은 나로부터 시작해서 타인에게 이어지는 자기 사랑이다. 매 순간 깨어있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나오기가 어려운 것이 친절이라 생각한다. 첫날 오줌을 싼 소녀를 위해 방이 습하다며 시트를 갈고 햇살에 널러 가자는 킨셀라 아주머니의 상냥한 마음을 소녀는 꼭 간직하리라. 그래서 다른 이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리라.


은혜를 갚겠다는 내게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 그게 은혜를 갚는 것과 같다'는 말을 해 준 나의 친척언니를 떠올린다. 그래서 내가 용기 있게 내 것을 내어 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받은 사랑을 줄 수 있는 내가 되어가는 모습에서 많은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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