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립 로스 -
저자 필립 로스가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하며 기록한 책이다. 나도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육 년 후 어머니를 먼 곳으로 보냈지만 아프고 슬픈 과정을 기록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가신 후에야 가족에 관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아버지 로스는 미국에 유대인 이민자로 살면서 교육을 많이 받지 못했지만 보험 설계사로 성공을 하고 자녀들을 잘 키웠으며 여든여섯이라는 나이까지 건강했다. 하지만 안면 신경 마비가 오면서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뇌종양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뇌의 종양 제거 수술을 두고 자녀들과 함께 병원을 찾아다니며 의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만 아버지의 남은 날들을 위해 자식들은 고심한다. 수술을 받는다 하여 수술 전의 상태로 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종양이 커지면서 일어날 예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수술 후 남아있는 체력마저 잃고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의 아버지도 여든일곱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한 해 전에 세 곳의 병원을 전전했다. 병원에서 폐암이 의심된다며 소견서를 받고 종합병원에 갔지만 아버지는 MRI를 찍도록 가만히 있어야 할 시간을 참아내지 못하고 몸을 비틀어 버려서 결국 병원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자식들인 우리도 암묵적으로 가시는 길을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후회도 했다. 불효했나? 하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가시는 길에 적극적인 치료 때문에 해야 할 고생을 덜어드린 것이 아닌가 한다. 생명을 연장해 보고자 하는 노력들이 환자의 치료사를 자처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어가는 길에 일어나는 일들이 비슷하게 전개된다고 본다. 거동이 불편해지고 대소변을 볼 때 도움이 필요하게 되고 먹고 마시는 것마저 타인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한 인간의 삶의 질은 극도로 낮아진다. 인식 상태는 명료할 수 있지만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본인이 알게 된다. 때문에 살아가고자 하는 의욕이 점점 낮아질 것이다. 전투적인 치료보다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고 생의 남은 날들을 준비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나 자신도 병을 안고 살아가기에 이러한 것에 대한 고민을 더 하고자 한다.
저자와 아버지 로스는 매일 통화하면서 시시한 일상을 주고받는다. 함께 좋아하는 야구팀을 응원하며 즐거움을 나눈다. 게임에서 이길 때의 볼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필립 로스는 좋아한다. 아버지가 병에 대한 생각을 떨치고 우울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아들의 배려는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음을 내가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나니 더 크게 와닿는다.
아버지 로스가 수술 후 집에서 변을 본다. 기다리던 일이었지만 아버지 혼자서는 감당해 내기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화장실 앞에서부터 바닥과 변기에, 옷에, 수건에 똥이 묻어 있다. 아버지 혼자서 어떡하든 처리해 보려고 했던 일이 오히려 일을 키워 버렸고 당황하던 아버지는 끝내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다. 무너져내리는 몸과 함께 마음도 따른다. 아버지를 씻기고 닦여 침대에 뉘어 쉬게 한 아들이 아버지와 하나 된 느낌을 체험하며 이것이 아버지의 유산임을 통감한다.
나도 같은 느낌을 받은 경험이 있다. 요양병원에 계시던 어머니를 집으로 모셨다. 왜냐하면 코로나19로 2년 동안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어머니를 먼 곳으로 보낼 수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의사는 완강하게 반대했지만 자매는 고집을 부려 집에 모셨다. 어머니가 배변을 스스로 할 수 없다는 설명에 나는 관장을 해 드릴 생각이었는데 나흘 만에 용변을 보신 것이다. 똥을 보고 어쩌면 그렇게도 기쁠 수가 있었을까! 큰 소리를 내며 가족들에게 알렸다. 필립 로스가 느꼈던 그 하나 됨을 나도 느끼던 순간이었으리라. 어머니를 모신 짧은 기간이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시간으로 남아서 소중한 유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