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틴 루터 킹 -
인연이 희한하게 오듯이 책도 그럴 때가 있다. 내가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책들이 있어 왔다. 마틴 루터 킹의 자서전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를 여행지 남원시의 숙소에서 보게 되었다. 빌릴 수 있는 관계에 감사하며 들고 왔다. 굳이 먼 곳의 책을 빌리지 않고 집 가까운 도서관에서 대출받을 수도 있지만 그 장소가 주는 느낌과 관심이 간 책에서 오는 순간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다른 사람을 통해 돌려줄 것을 감안하며 가방에 넣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에 내가 그에 대해서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의 단편적인 사실만 알 때가 많다. 누구나 아는 수준으로만. 마틴 루터 킹에 대해서도 같다. 그 유명한 연설문 구절들을 기억한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 주의 붉은 언덕에서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게 되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내 아이들이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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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은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 형이 목사인 환경에서 자라나 신앙심 깊은 목사가 되는 것이 당연했지만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염두에 두고 고민을 했다. 하지만 목사를 선택한 그의 사명감은 미국의 역사에 영원히 남을 길을 만들었다.
흑백분리가 있는 버스에 탄 사라 파커스의 거절은 킹과 함께한 단결된 흑인들의 비폭력운동으로 흑백차별방지법을 만들었고, 시민권운동까지 이어가게 했다. 투표할 권한이 없는 흑인들의 인권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투표권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했던 평화시위와 투표로 민주주의의 본보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듯이.
상상을 초월하는 핍박을 받고 살았을 노예들. 하지만 시간은 그들을 구원하는 역사로 이어져갔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전쟁을 불사해서도 얻어낸 노예제도 폐지, 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감옥살이를 통해 얻어낸 흑백차별방지법, 시민권운동을 통해 차지한 투표권 등은 제도 하나를 바꾸는 데는 엄청난 희생이 있었음을 알게 했다. 빈민구제를 위해 끊임없이 활동하는 킹이 빈민들이 사는 아파트에까지 이사하는 모습에 내 마음이 숙연해졌다. 혼자라면 할 수 있겠지만 부인과 자녀들까지 희생할 수밖에 없는 자리에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이라니. 킹의 부인 코레타 스콧 킹도 존경해 마지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이 거쳐야 할 곳이 감옥이었다면 킹도 마찬가지로 수차례 감옥에 갔다. 하지만 킹의 비폭력운동에 대한 의지는 강해져만 갔고 사람들의 호응도 커 갔으며 영향력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노벨평화상을 타고 대통령을 만나 토론을 하면서 흑인들의 인권을 위해 전진해 갔다. 미국의 베트남 전쟁 참여를 반대하는 킹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기도 했지만 킹은 하나님의 사랑은 비폭력임을 주장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국 백인 우월주의에 의해 암살되어 그의 못 다 이룬 꿈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길은 비폭력밖에 없음을 알게 한다. 그의 꿈이, 우리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