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삿갓보이 Nov 30. 2023

한국인 1.

고백


고등학교 교사가 있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외도를 하고 결국 이혼을 하게 됩니다.

세상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문득,  그는 그의 제자 하나가 절에 입산을 해서 살고 있는 게 떠올랐습니다.

그는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

그 제자가 있는 절을 찾았습니다.

"넌 왜 학교를 관두고 절에 왔어? 앞으로

어떡할 거니?"

그는 제자에게 걱정스레 말을 건넸습니다.

"네. 선생님, 괴로워서요."

제자는 담담하게 짧게 그의 말을 받았습니다.

그는 그 자신의 괴로움이 떠오르며,

어린 친구가 뭐가 그리 괴로울까.

"뭐가 그리 괴롭더니? 그래 지금은 좋니?"

그는 힘없이 지나가듯 웅얼거렸습니다.

제자는 절간 방문밖을 응시하며 혼잣말처럼

답을 합니다.

"아뇨. 근데, 여기는 더 괴로운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제가 덜 괴롭습니다."

"그래? 왜? "

" 제가 유일하게 어린 아이라 저한테 모든 것을

다 이야기들을 하십니다.

"너는 나처럼 살지 마라고."

그래서 저는 제 괴로움을 느낄 사이도 없습니다. 근데, 혼자서 저 바위에 오르면 숨이 트입니다.

그런데 쉬러 갔는 데, 그분들 이야기들이 계속 떠오릅니다.

왜 저토록 괴로운지...

그래도 학교보다는 좋습니다.

학교는 괴로움은 가르쳐 주지 않잖아요?


그는 제자에게 울먹이며 자기 아내의 외도 이야기를

꺼냅니다.


제17살의 자화상입니다. 


우리는 고백을 하고 싶은  대상을 늘 찾습니다.

그런데 가장 쉬운 고백은 후회 아닐까요?

그리고 그 후회가 누군가에게 가르침이 되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고백을 들려준 사람이 가장 기뻐하는

말은 "가르침 고맙습니다"는 빈말이 아니라.

하루가 지나, "어제 고마웠습니다."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하루정도는 그 고백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같습니다.

그러면 그다음부터는 그 고백은 의논이 되는 것 같습니다.


1984년, 당시 절간은

사법고시 준비생들을 받았,

은둔한 사람들도 받았었습니다.

기구한 사연들의 사람들의 쉼터였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팔한쪽을 공사장에서 잃어버리고

마구를 연습해 프로구단에 입단하겠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지금의 템플스테이 와는 정말 달랐습니

나는 개인적으로 그때가 좋았습니다.

내가 뭘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17살 때 기거했던 암자.

40년 만에 들렀는데, 내가 기거했던 별채는

불타고 없었습니다.

그리고 변한 건 내 숨찬 몸뿐이었습니다.

당시 부식을 들고 저 골짜기를 달빛에 의지해서

어찌 올랐는지,

감히 지금은 엄두도 안 났습니다.

하지만, 내 삶 중, 그래도 가 제일 평안했을 때가

부식을 메고 달빛에 저 먼 길을 홀로 걸었던

때였던 거 같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