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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삿갓보이 Nov 30. 2023

한국인 2.

슬픈 열대, 왜 그곳인가?

100세까지 산, 프랑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아마존에서 겪었던 일화들을 모아

"슬픈 열대"를 저술합니다.

그는 인류학에서 에트노그라피어 ethnographer로 대표되는 인물입니다.

(에트노그라피ethnography 는 인류학에서 연구자가 직접 현장에 가서 살며 연구하는 질적 연구라고 합니다.)

그는 아마존 에 살며,  목격한 것들을 프랑스에서

발표하여, 서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습니다.

그는 인류는 두 편으로 갈라져서 살아가더라는 것을 가르쳐준  아마존의 원주민들 덕분에, 

100세까지 유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영화제작들에게도 아마존 사람들은

큰 부를 안겨주었습니다.

영화 아바타부터  빌런을 만든 마블 영화사까지.

아마존 사람들 통해 배운 "이항대립"  이라는 것을

도입하여 큰 인기를 끕니다.

하지만 그들의 스승,  아마존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 몸을 껴안고 바닥에서 추위와 함께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왜 하필 아마존으로 갔을까요?


1984년 공룡발자국이 발견되었다는

한국의 어느 깊은  산골.

그곳에는 천년이 넘는 큰 사찰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법관을 꿈꾸며, 보따리를 메고

가족, 친지, 애인의 배웅을 받으며 절간으로 들어옵니다.


3년, 5년, 길게는 10년을 산속에서 법전과 씨름합니다.


그들은 서울의 번번한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유복한 집안 자식들도 아닙니다.

그저 그런 그들에게 목을 메는 사람들만 있을 뿐.


그리고 서울에서 앳된  대학생들이 미끈한 세단 자동차에서 내립니다. 그들은 세련된 배낭을 어깨에 메고

"제 방이 어디예요? "라고 묻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깊은 산골에서 동거를 시작하였습니다.

소상파. 노장파로 나뉘어서 서로를 구분 짓고 삽니다.


그 사이에 낀 17살의 는 늘 중간에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노장파 중에 시험 합격의 소식이 들리는 날은,

군수가 지프차를 몰고 이 산골까지 올라와서

축하를 해주곤 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한참을 지나, 어떤 여인이

사찰 숲 속에서 목을 매었다는 소식도  같이 들렸었습니다.


하지만 소장파들의 시험합격 소식에는 군수가 아닌,

말끔 한 차림의 운전사를 대동한, 그가 처음 타고 왔던

미끈한 세단이 옵니다.

물론, 목을 었다는 여인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17살의 는 그 절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산골들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최대한 깊고,

최대한 작은 암자를 찾아 산골을 헤매었습니다.

쉽지가 않았습니다. 모습은 절간이고 스님인데,

실상은 아닌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찾아낸 작은 암자 하나.

3칸 만의 객방만 있는 작은 암자였습니다.


그곳은 12년 동안 친구의 도움으로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 한 명뿐이었습니다. 

는 그곳으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작은 가방을 메고 20대 후반의 형이 들어옵니다.

그는 주지 스님과 면담을 하더니 옆방을 쓰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종종  방에 들려서는

"너 옆방에 있는 저 형. 행시준비하는 형.

그 형과 우리는 달라!

우리는 미래의 민주와 공평한 사회를 만들어야 해!"


그리고는 도무지  알 수도 없는 ,

노동자 캐피털리즘, 막시즘이니.. 무슨 "시즘" 이라는  꼬부랑 말들과 용어들을 잔뜩 쏟아 내곤 했었습니다.

그리고는 꼭

"누가 나 물어보거든 절대 모른다고 해!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밖에는 번개가 치고,

장대비 같은 비가 왔습니다. 누군가 방문을 두드립니다.  

옆방의 20대 형입니다.

그의 얼굴이 겁에 질려있었습니다.

"오늘 밤 방에서 자고 가도되?"


그는 가 말을 하기도 전에 급히  방 깊숙이 들어와서

물을 마십니다. 한참 후 그는 넋이 나간 듯 내게 말을 꺼냅니다.


"사실. 여기 들어오려고 찾아오던 중, 어떤 여자를 만났는데. 산장에 같이 자면서 내가 먹었어.

근데 그년, 수녀 준비생이었다지 뭐야?

목을 매었다는데.. 그년이 꿈에 나타나지 뭐야! "


40년이 지난 후 우리는 그들의 늙은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영광의 순간은 처음의 마음을 녹여 없애고도

남을 눈부신 빛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류학자 레비트로스가 왜 아마존을 갔을까요?

달마가 동쪽으로 간 이유도 모르듯.

레비트로스가 아마존을 간 이유도 모릅니다.


왜 프랑스가 아니고 아마존이었을까요?


슬픈 열대는 어디에도 있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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