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삿갓보이 Dec 01. 2023

한국인 4

현실의 설국열차

15년 전 시인 함성호 선생이 상하이로 왔었습니다.

낙화유수 등의 시와 여러시집 ,산문집을 내고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시는 분입니다.

그분의 요구사항은  장강(양쯔강)을 따라 메콩강으로 해서 동남아 까지 횡단 대장정 여행을 가시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수천 킬미터입니다.

그런데, 반드시 배로 횡단하고 싶으시다고 하셨습니다.


는 셀파로 동행을 해서  안내를 하기로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걷기.

-마차

-오토바이

-버스.

-기차.

-자전거.

-택시.

비행기 빼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교통수단은 다 이용하며 뱃길을 찾았습니다.

이미 공식적으로  뱃길은 사라진 지 오래.


하지만 짧게 짧게 구간 만이라도 배를 타기 위해

무조건 강을 따라 남하했습니다.

이름 모를 수많은 곳을 지나가며 수많은 지역들을

지나갔습니다.

그러다  이르런 어느 시골 깡촌 기차역.

쓰촨의 어느 시골였습니다.  하루에 단 한 번밖에 없는

디젤 기차.  오로지 입석밖에 없었습니다.

30시간 이상을 서서 가야 했습니다.

서서 꼬박 밤을 새야 했습니다.


시골 완행기차, 출근시간 만원 버스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 상태로 30시간.

의자, 복도, 화장실 딱 세 개. 침대칸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별거 아닐 거라 생각한 게 큰 오산이었습니다.


20시간 정도지났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콩나물 처럼끼여 가니,

몸의 한계가 왔습니다.

다리에 감각이 없었습니다.

함선생님은 휴대폰에 저장된 전자책을 꺼내 들고 읽으며 버티고 계십니다.


는 졸음에 치쳐 더 이상 버티지 못해,

새벽즈음, 화장실로 갔습니다.  

푸세식 화장실.

너무나 피곤해 지독한 냄새도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는 푸세식 화장실 위에 퍼져 앉아 잠을 청했습니다.

그 자세가 푸세식 변기 위에 엉덩이를 대고,

두 팔을 두 무릎을 감싸고 그 사이에 고개를 파묻었으니, 딱 푸세식 변기 속으로 머리를 처박은 셈입니다.


그런데도, 그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와 구더기 그리고 주위에 싸갈겨진 대변덩어리들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축축한 오줌을 깔고 앉아도 아랑곳되지 않았습니다.

"아! 이게 사람몸이구나!  동굴이건 그 어떤 곳도 살 수 있겠구나."


는 이내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을 끼익 잡아끄는 쇳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문이 열렸습니다.

유니폼을 입은 역무원 아줌마였습니다.

밀대를 한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새벽 아침 청소를 하러 온 듯이 보였습니다.

'사실, 내가 그동안 공중 화장실을 혼자 점거하고 있는 거 아닌가?'

아마도 몇 명의 승객들은 나도 모르게 이미 다녀간 듯했습니다.

'이거, 쫓겨나겠군..."


근데, 그 역무원 아줌마는 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말을 합니다. 심지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 자고 있었나 해? 계속 자라 해!"


는 그녀의 말에 잠이 확 깼습니다.

'이거 뭐지? 왜 이런 호의를 베풀지?

'그녀라는 한 개인의 특징인가. 하지만 앞서 다녀간 승객들은? 왜 역무원에 알리지 않았지? '


는 함선생님을 찾아 이것을 이야기해 주고 싶어

함선생님이 있는 승객칸으로 황급히 돌아갔습니다.


근데, 이거 웬걸? 함선생님은 좌석에 앉아 편히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자리를 얻었어요?"

"양보해 주던데요?"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승객들끼리 한 시간. 삼십 분. 짧으면 십분 간격으로 입석인 사람들과 좌석표를 가진 승객들끼리  서로 자리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누구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꺼내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


는 위 광경들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모두 한 기 차를 타고 죽을 만큼 고생스러운 만원 기차.

그들은 그게 일상인 듯했습니다.


는 저 광경에 대해 당시 그 승객들에게

저런 것인지 묻고 다녔었습니다.

그리고 긴 대장정을 마치고 상하이로 돌아와서도

쓰촨 완행 기차에 대해서  묻고도 다녔었습니다.


많은 대답들과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의 내용은 다 적지는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실의 설국열차는 없습니다.


영화와 현실은 같지 않습니다.

같다면 우리는 이미 멸종되고 없을 것입니다.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를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우리의 상상력은 70억 인구의 10% ,7억 정도의 오디언스, 청중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것 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한국인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