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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나 Sep 18. 2024

하마터면 끝까지 이야기할 뻔했어요

다른 꿈을 꾸어도 될까요

  다른 꿈을 꾸어도 될까요




  그날 밤 

  꽃잎 떨어지는 꿈을 꾸지 않았다면 

  걱정 없이 기나긴 아침을 맞았을까요 

  유일한 점심을 지나 오후 끝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숲속을 거닐었을까요 

  아끼던 모자를 잃어버리고도 오래 울 수 있는 

  외진 긴 의자를 그냥 지나쳤을까요 두리번거리지도 않고 

  돌로 만든 계단을 끝없이 올랐을까요 

  그렇게 모든 것이 순조로워서 

  깊은 그늘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요 


  물음표는 무례하지만 모독에 이르기엔 모자란 여백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이유이겠죠 어떤 이에게는 흉터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뒤쪽에 해당되겠죠 그럴 겁니다


  거리는 깨끗했어요 넘어진 쓰레기통은 골목 입구에 감춰져 있었습니다 완전히 뒤는 아니어서 앞과 뒤는 무관하죠 그럴 겁니다 


  존재와 생성 사이에 하나의 통일된 공식은 의도되지 않은 채 모의됩니다 오해입니다 그리하여 알지 못하는 뒤쪽이 있었습니다 모르므로 계속 모릅니다 그럴 겁니다 


  그래서


  나는 무슨 꿈을 꿀까요 

  잃어버렸던 모자를 찾는 꿈은 어떻습니까 

  놓쳤던 긴 의자 위에 오래 앉아 반드시 

  끝이 있는 돌계단을 바라보는 꿈은 어떨까요 

  돌계단 끝자락 밑으로 하염없이 무너지는 그늘은 어떻습니까 

  그저 그런 때를 만나 무력하게 밀려갔던 날이었다고 말해도 될까요


  바람보다 가벼운 꽃잎 하나가 하늘로 오릅니다 

  봄날


  다른 꿈을 꾸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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