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시골집
골목길 아이들은 눈이 오면 신이 납니다.
하얀 눈이 내린
아무도 걷지 않은 길 위에 발자국을 내어봅니다.
뽀드득하는 소리가 좋아 한 줄 기차처럼 나란히 걸으면서요.
살짝 올라온 언덕길에서는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기도 합니다.
함박눈을 뭉쳐 눈싸움을 하는 오빠들 옆에서 언니들은 눈 사람을 만듭니다.
눈덩이는 굴리면 굴릴수록 지구만큼이나 커다랗고 동그란 모양의 눈 사람이 됩니다.
개구쟁이 아이들은 추운 줄도 모르고 눈 위에 벌러덩 누우며 눈사진을 쉼 없이 찍기도 합니다.
저녁이 되면...
엄마의 부엌에는...
까만 가마솥에서 맛있는 밥이 익어갑니다.
추운 겨울이지만 아궁이는 따뜻한 빨 알간 불이 타오릅니다.
엄마는
아궁이에서 작은 불씨를 꺼내어 김을 고소하게 구워냅니다.
그리고 기름을 쏙 뺀 맛있는 생선을 구워내기도 합니다.
엄마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가마솥을 행주로 한 바퀴 닦아내고 뚜껑을 엽니다.
연기 속으로 살짝 내민 하얀 밥 위 작은 그릇에는 내가 좋아하는 달걀찜도 있습니다.
그때의 가마솥밥과 고소한 숭늉맛을 지금의 압력밥솥은 따라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엄마는 낮에 눈사람을 만들던 벙어리장갑과 모자를 가마솥 위에 올려놓으십니다.
아버지는 온통 눈에 쌓여 젖은 신발을 탈탈 털어 아궁이 앞에 나란히 놓으십니다.
아무리 눈이 많이 와도...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아침이 되면
잘 말려진 신발을 신고 장갑을 끼고 학교를 갑니다.
그때의 한없는 부모님의 사랑을 지금의 나는 절대 따라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겨울이 되면...
아버지의 꽃밭에는...
옛날 항아리에서 맛있는 김치가 익어갑니다.
추운 겨울이지만 땅속에서 숨 쉬는 항아리는 열일 중입니다.
아버지는
마당 꽃밭에 흙을 파 땅속에 항아리를 묻어 김장김치를 넣어두십니다.
빨갛게 잘 버무려진 배추김치 항아리.
그 옆에는 뚝 뚝 썬 무로 만들어진 시원한 동치미 항아리도 있습니다.
겨울 방학이면...
도시에서
학교 다니던 언니랑 오빠가 집에 옵니다.
그러면 엄마는 손수 만드신 하얀 빵과 고구마를 내어 주실 때 꼭 동치미를 함께 주십니다.
뜨근한 방바닥에 먹는 시원한 동치미 맛은 팥이 듬뿍 담긴 하얀 빵을 품에 안은 듯 더 맛있어집니다.
그때의 꽃밭에 묻어둔 항아리의 김치 맛을 지금의 수준 있는 김치냉장고가 따라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겨울 속담은...
과학을 품에 안고
산이 울면 눈이 내린다.
우리나라는
겨울이 되면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추위와 함께 차가운 바람을 몰고 옵니다.
차가운 바람은
육지의 산맥을 넘어갈 때 우~ 하고 소리를 내는데요.
이 소리를 들은 옛날 사람들은 꼭 산이 우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시베리아 기단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될 때
따뜻한 서해상을 지나면서 해양과 대기의 온도차로 인해 눈구름이 만들어집니다.
폭설은요.
해상에서 만들어진 눈구름이 우리나라 서쪽 지방에 영향을 주며 내리게 됩니다.
기상청 사람들은...
우~
하는 소리를 내는 지역에서
강한 바람이 불고 5시간 정도가 지나면
대부분 눈이 내렸다는 연구 결과를 밝혀 내기도 합니다.
쌓인 눈을 밟아 뽀드득 소리가 크면 다음 날 더 춥다.
눈을 밟으면
뽀드득 소리가 나는데요.
이 소리는
눈과 눈 사이의 공간이 있기 때문에 걸을 때 나는 소리입니다.
따뜻한 날씨일 때는
눈은 바로 녹아서 공간이 없어지지만
추운 날씨일 때는
눈이 녹지 않아 그대로 쌓이면서 공간이 생겨 얼게 되어서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눈을 밟을 때 뽀드득 소리가 나면 날씨가 더 추워진다는 속담이 생긴 거랍니다.
눈발이 잘면 춥다.
아주
추운 날에
눈이 내리면 눈이 잘 뭉쳐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포근한 날에
눈이 내리면 눈은 상공에서 결정이 뭉쳐져 입자가 큰 함박눈이 내립니다.
가루눈은
대기 상층의 기온이 낮아지면 잘게 눈이 내리는 것이라 대기 하층에도 곧 추위가 찾아온다는 뜻입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보리 풍년이 든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땅을 눈이 덮어주어 따뜻하게 보온 효과를 해주는데요.
그래서
땅속에 있는 보리는
추위로부터 보호를 받기 때문에 봄이 되면 보리가 더 잘 자라 풍년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쌓였던 눈이 녹으면
자연스럽게 수분을 공급해 주어 보리가 잘 자랄 수 있는 고마운 환경으로 만들어집니다.
눈 많이 오는 해는 풍년이 든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린 해에는
비도 많이 내린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주식으로 쌀을 먹어
옛날부터 벼농사를 많이 짓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요.
비나
눈이 내리면
모가 잘 자라 풍년을 기대하는 선조들의 지혜로운 속담이 함께합니다.
한 해는
바다 농사가 잘 되면
다음 해는
육지 농사가 잘 되는 해갈이라는 걸 한다고 합니다.
자연도
한꺼번에 많은 것을 주지는 않나 봅니다.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살라면서요.
오늘도
이렇게나
예쁜 겨울을
마음에 담아 꼬옥 안아봅니다.
(쌓인 눈을 밟아 뽀드득 소리가 크면 다음 날 더 춥다는 속담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