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이디 Jun 29. 2023

여긴 한국이야~ 괜찮아!

흰둥이카드

"엄마앙~, 없어졌어~ 내 흰둥이"

외출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데 딸 방에서 들리는 소리다.


약속 시간이 다 되었고

나는 일단 카드 분실신고를 하라고 했다.

가방이랑 옷 주머니 그리고 침대 밑까지 몽땅 찾는데 없었다.


그러다 딸은 "엄마! 가보자~" 하고 말한다.

아마도 어젯밤에 편의점 다녀오는 길에 어디선가 떨어뜨린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던 길을 다시 가 보자고 했다.


"아니~ 떨어뜨렸으면 그게 지금까지 있겠어?"하고 말하는 나에게

딸은 "엄마 괜찮아! 여기 한국이야~"이런다.


딸은 '한국은 카드는 물론 길에 떨어진 돈도 그대로 놓고 간다'는 거였다.


분실 신고를 하면 그 카드는 재 발급받아야 한다고 일단 가보자 한다.


어젯밤 10시가 넘어 편의점에서 컵라면(난 절대 안 사주니까)과 초콜릿우유(집에는 흰 우유뿐)를 사서

양손에 들고 카드까지 들고 오다가 잃어버린 듯하다.


딸이 밤에 왔던 길을 둘이서 가면서도 난 '아침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데 아직도 길에 있겠어?' 하는 마음이 먼저였지만 혹시나 하며 이리저리 눈을 움직이며 걸었다.




편의점에 도착한 딸은

알바님에게 어젯밤... 이야기를 한다.

알바님은 계산대 옆 서랍모양의 박스 칸에서 카드를 한 움큼 집어 들더니 찾는다.


'세상에나~~

이렇게 많은  분실된 카드를 보관하고 있다니..'


나와 딸은 잃어버린 카드보다~

세 번씩이나 커다란 남자 대학생 손에서 움직이는 수많은 분실 카드에 더 놀라고 있었다.


내 딸도 물건 보관을 잘하지 못하지만

'카드를 사용하는 나이의 어른들이..

이런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나오는데..


딸은 "엄마! 아저씨께 한번 여쭤볼게~ 혹시 누가 주워서 맡겼을지도 모르잖아?"

하며 아파트 입구 경비실로 뛰어간다.


그러더니 바로 "엄마, 여기 있어" 하고 흰둥이를 흔들며 좋아라 한다.


"엄마, 봐~ 한국은 안전하다니까, 그리고 누가 썼으면 내 폰에 알림이 떴지~"

하며 엉덩이 춤을 추며 걷는다.


이제는 자신의 물건을 잘 정리하고 보관하는데 더 노력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딸 방에 들어가 책상을 보면 '아! 어젯밤에 7권의 책을 봤구나' 하게 본 책은 그대로 책상 위에 펼쳐져 있다.

심지어 책을 펼치고 다음 책은 그 위에 또 그 위에 겹치며(책꽃이에 정리하면 될것을) 공부를 하는데 성적은 항상 1등이라..


반대로 아들은 공부한 책은 가방이나 책꽂이에 꼽은 습관 덕분에 항상 책상이 잘 정리되어 있다.


똑같은 환경에서 같은 가르침으로 자라는데도 딸과 아들은 반대의 성향과 습관을 가지고 자라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CU 투어~  연세우유 크림빵 시리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