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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호철 Aug 28. 2024

꼰대와 MZ

컨베이어 같은 현대사회

요즘 MZ 세대가 싫어하는 성격 유형 중에 단연 꼰대를 빼놓을 수 없다. 꼰대는 흔히 '라때는~'으로 시작해서 '왕년에~'로 끝나는, MZ 세대 사이에선 마주치면 즉시 회피하거나 무시해야 하는 경계 대상 일 순위다. 왜 그들은 MZ로부터 이토록 부정적으로 여겨지며 배척당하는 걸까?


꼰대를 정의하는 여러 표현이 있겠지만, 여기선 꼰대의 핵심으로 배움을 대하는 자세를 언급하려 한다. 즉 그들은 배움을 멈췄다. 배움엔 시대 흐름이거나 새로운 지식 그리고 세대 유행 같은 것이 해당한다. 


꼰대는 어떤 이유로든 배움을 지속하길 거부하거나 게을리한다. 그 결과 시시때때로 변하는 세상을 따라잡지 못한다. 새롭게 들어오는 정보나 지식이 부족해지니, 그들은 자연스레 가장 유용한 자원인 과거 자신이 성공했거나 자랑스러운 기억에 집착하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 뇌는 배움 혹은 인지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급속도로 성능이 저하한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뇌는 배움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신제 장기와 달리 죽기 직전까지도 전성기 못지않은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게 뇌라는 기관이다. 


안타깝게도 죽을 때까지 배움을 지속한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현대사회가 아무리 뭔가를 새로 배우기에 손쉬운 환경으로 바뀌었다 할지라도, 그에 비례하여 배워야 할 지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버렸다. 더군다나 이렇게 배운 지식마저 유효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중이니, 배우는 입장으로선 새로운 걸 받아들이기가 점점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요즘 세상에 꼰대가 MZ 세대에게 경계받는 건 어떤 의미에서 당연하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그 변화는 점점 더 빨라지는데, 꼰대는 이미 변한 세상을 가늠하지 못한 채 엉뚱한 소리를 하기 때문이다. MZ 입장에선 그들에게 더는 본받을 점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배움을 멈춘 기성세대를 배척하는 문화는 그 유래가 얼마 되지 않았다. 왜냐면 과거엔 지식이나 정보가 지금처럼 빠르게 변하지 않았고, 기성세대가 가졌던 지식은 여전히 유효하거나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배움을 멈추려 해도 그러지 못하는 세상에 사는 중이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선 누구나 꼰대가 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 MZ라고 배움을 멈추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젊은 꼰대'란 표현은, MZ 세대에 속하는 사람들도 배움을 멈추면 얼마든지 배척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MZ세대는, 자기 계발을 필수 덕목으로 삼았다. 이들이 다음 세대에 꼰대라 불리지 않으려면 이전 세대보다 더 배움에 매진해야 한다.  21세기는 배움을 멈춘 자가 서있을 곳이 없다. 


우리는, 점점 더 빨라지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서 있다. 이곳에선 멈춰있으면 뒤로 밀려나기에, 앞서 가거나 하다 못해 제자리에 있기 위해서라도 노력해야 한다. 게다가 세상이 요구하는 노력의 양도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잠시라도 배움을 게을리하면 곧바로 꼰대가 되어버리는 세상에서, 과연 어느 누가 '나는 꼰대가 아니다'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꼰대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 이 글은 스레드 게시물을 각색하여 발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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