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연대를 상실한 암울한 시대였나?

by bact beat

2026학년도 수능 국어영역에

이시영의 '그리움'이 출제되었다.

이 시는 1976년, 창비시선 '만월'에 실려있다.


수능 국어영역 홀수형 23번 문제의 <보기>에

"연대를 상실한 암울한 현실 상황을

어두운 밤으로 표상하고"

라는 설명이 나온다.


수능 출제자가 어떤 시구를 근거로

이러한 설명을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시영의 그리움을 살펴보자.

두고 온 것들이 빛나는 때가 있다

빛나는 때를 위해 소금을 뿌리며

우리는 이 저녁을 떠돌고 있는가

사방을 둘러보아도

등불 하나 켜 든 이 보이지 않고

등불 뒤에 속삭이며 밤을 지키는

발자국 소리 들리지 않는다

잊혀진 목소리가 살아나는 때가 있다

잊혀진 한 목소리

잊혀진 다른 목소리의 끝을 찾아

목메이게 부르짖다 잦아드는 때가 있다

잦아드는 외마디 소리를 찾아 칼날 세우고

우리는 이 새벽길 숨가쁘게 넘고 있는가

하늘 올려보아도

함께 어둠 지새던 별 하나 눈뜨지 않는다

그래도 두고 온 것들은 빛나는가

빛을 뿜으면서 한 번은 되살아나는가

우리가 뿌린 소금들 반짝반짝 별빛이 되어

오던 길 환히 비춰 주고 있으니




소금을 뿌리며 우리는 ~ 떠돌고 있는가

잦아드는 외마디 소리를 찾아 ~ 우리는 ~ 숨가쁘게 넘고 있는가

는 화자인 우리의 행위가 표현된 시구이다.



제목인 그리움으로

소금을 뿌리는 행위를 독해하면

두고 온 것들이 상하지, 썩지 않게 하려는

잊지 않으려는,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칼날 세우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마음을 다잡고

잦아드는 외마디 소리를 찾는 것은


두고 온 것들을 찾으려고

목메이게 부르짖다가 잦아들다가 잊혀진 목소리를

잊지 않으려고,

목메이게 부르짖는,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독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두고 온 것들을, 잊혀진 목소리를 찾으려고,

이 저녁을 떠돌고 있고,

이 새벽길 숨가쁘게 넘고 있다고 독해할 수 있다.



화자가 그리워하는, 잊지 않으려 하는

두고 온 것들과 잊혀진 목소리는 무엇인가?


함께 어둠 지새느라고

두고 온 것들이다, 잊혀진 목소리다.


어둠이 아니었다면,

두고 오지 않았을, 잊히지 않았을 것들이다.



지금 이곳은, 이 저녁은, 이 새벽길은


사방을 둘러보아도

~ 등불 하나 ~ 보이지 않고

~ 밤을 지키는 발자국 소리 들리지 않는다


하늘 올려보아도

함께 어둠 지새던 별 하나 눈뜨지 않는다


등불 하나도 발자국 소리도 별 하나도 없다, 너무나 암울하다.

그래서

너무나도 그립다,

두고 온 것들이, 잊혀진 목소리가.



이 시는 1976년, 시집 ‘만월’에 실려있다.

1970년대의 현실을 토대로 두고 온 것들을 독해하면

자유라고, 민주주의라고 독해할 수 있다.


(물론, 독자마다 자신이 두고 온 것들을

떠올리는 것은 독자의 권리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등불 하나 켜 들고, 등불 뒤에서 속삭이며

밤을 지키다가, 함께 어둠 지새다가


별 하나 눈뜨지 않는, 잊혀진 목소리

즉, 지금 여기에 없는 (희생당한) 사람들을

잊지 않기 위해,


그 사람들의 외마디 소리를 찾는다고

그리워한다고



또한,

두고 온 것들, 자유와 민주주의가

빛나는 때를 위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목메이게 부르짖다가

잊혀진 목소리가, 자유와 민주주의가 살아나는 때를 위해,


소금을 뿌리며 이 저녁을 떠돌고 있다고

외마디 소리를 찾아 이 새벽길 숨가쁘게 넘고 있다고

독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두고 온 것들을, 잊혀진 목소리를

그리워하면, 잊지 않으면


이 저녁을 떠돌고 있으면

이 새벽길 숨가쁘게 넘고 있으면


두고 온 것들이 빛나는 때가 있고
잊혀진 목소리가 살아나는 때가 있으므로


우리가 뿌린 소금들이, 그리움들이, 목메이게 부르짖는 소리들이

오던 길 환히 비춰 주고 있으므로


두고 온 것들은 빛나는가, 빛날 것이다, 빛난다.

빛을 뿜으면서 한 번은 되살아나는가, 되살아날 것이다, 되살아난다.



두고 온 것들이 빛나는 때를 위해

소금을 뿌리며,

우리는 이 저녁을 떠돌고,

목메이게 부르짖다 잦아드는

외마디 소리를 찾아

칼날 세우고

우리는 이 새벽길 숨가쁘게 넘고 있다.


라고 중심 내용을 독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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