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이 시는 1999학년도 수능에 출제되었다.
진달래꽃은 이별가인가?
아니다,
사랑가다!
나를 사랑하기는커녕
역겨워할지라도,
몹시 언짢거나 못마땅하여서
성이 나거나 속에 거슬려
나를 싫어할지라도
어떤 이가 지금,
가시는 것이 아니다.
언제 가실지 모른다.
언젠가 가신다면
나를 보면 역겨워서
어떤 이가 언젠가 떠나가실 때
이렇게 할 수 있는
마음은?
어떤 이가 나를 역겨워할지라도
죽어도,
절대 눈물 흘리지 않을 마음이다.
진달래꽃을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릴 마음이다.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시 말해,
어떤 이가 나를 역겨워하여
내가 죽을 만큼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고통을 참고 견디며
어떤 이의 가시는 길을, 앞날을
축복하는 마음이다.
준 만큼 받으려고 하고
받은 만큼만 주려고 하는,
주고받는
조건부 사랑이 아니다.
윤동주 시인이
라며,
하늘에 사무치도록 한이 맺히게 한
철천지원수마저도,
즉,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려 한 것처럼
나를 역겨워하는 사람마저도
사랑하고 축복하려는 마음,
절대적 사랑이라고
독해할 수 있다.
가실 이는 누구인가?
화자는 가실 이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인지,
또는, 김영랑 시인의
처럼,
아직까지 만난 적 없는
언젠가는 만나길 바라는 사람인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역겨움은
연인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실 이가 어떤 사람인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
나는 가실 이가
누구든,
나에게 어떻게 하든
아무 상관없이
사랑하고 축복할 것이기 때문에,
즉, 내가 하고픈
절대적 사랑에 대해서
말할 뿐이기 때문에
가실 이를 연인으로
굳이 국한해서 말할 필요가 없다.
진달래꽃을 이별가로 독해하기 위해서는
나와 가실 이는 사랑하는 사이인데
나 보기가 역겨워져서
지금 또는 머지않아
나는 이별 당할 것이라고
버림받을 것이라고
화자가 생각한다고 독해해야 하는데
이렇게 독해할 수 있는 시구가 이 시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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