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1, 2 - 김영탁
도서관 봉사할 때 알던 언니가 추천해 준 책.
"재미는 있어. 술술 잘 읽혀. 취향 차이 있겠지만."
라고 해서
딸에게 추천해 줬는데, 조금 읽다가 자긴 별로라며 안 읽더라.
독서모임에서도 쉽게 읽히는 책 이야기 나오면 이 책이 한 번씩 언급이 되길래 빌려봤다. 두 권 분량이라고 해도 쉽게 잘 읽힌다.
하지만 그런 책 있잖아.
재미는 있는데, 작가의 머릿속에서 신나게 울려댄 이야기들을 써 놓았구나. 하는 게 너무 뚜렷한 책. 모든 이야기를 전지적 작가가 이렇게 저렇게 막 만들고, 인물들도 오직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만 살아난 듯 단조로운 구석이 많은.
악당은 그냥 악당이고, 얼뜨기는 그냥 얼뜨기인, 연극 속의 인물처럼 한두 개의 층으로만 이루어진 인물들로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그 모두를 다 모아도 작가 한 명의 층의 반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
나에겐 천명관의 고래가 그랬고, 강풀의 만화도 그랬고, 이 책도 그랬다.
스토리는 있지만,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이 많다. 구멍들을 대충 메워가면서 읽더라도 우연들이 반복해서 일어난다. 생각할 필요 없이 읽는 웹 소설류보다는 조금 더 무겁지만 약간 느낌이 다른 이야기책이구나 하고 읽었다.
형사들의 직감이 이쯤 되면 도사 수준 아닌가 싶기도 했고, 미래에서 매일 과거로 몰려오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박종대 같은 생각 안 할 사람이 몇 안 될 것 같은데, 과거로 올 때 우승한 야구팀이나, 승마 번호, 로또 번호라도 알아 오지 않겠느냔 말이지.
죄 없는 사람들 여럿을 죽인 것도 모자라, 자기 할아버지를 죽여 얼굴 가죽을 뒤집어 써 놓고 죄책감이 거의 없는 캐릭터의 희미한 윤리 의식과, 아무런 처벌도 인과응보도 없는 결말도 참...
심지어 이 인물은 독자가 이입해서 책을 따라가게 되는 '주인공'이다. 그의 입장에서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가해자로서의 자각조차 들지 않고 우린 엔딩을 맞게 된다. 이건 좀 문제 아닌가. 작가가 이런 식으로 글을 써도 되나? 뭐 연쇄 살인마를 정당하게 그릴 수도 있고, 펜을 든 작가가 뭘 쓰건 자기 마음이라고 우겨대면 더 말할 건 없지만.
순희와 강희라는 캐릭터도 현실성이 떨어져서 종이 인형처럼 나풀나풀 거렸다.
글은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고, 재미있다. 빠르게 읽혀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개연성이 좀 부족해도 재미있으면 보는 액션 영화처럼, 이 책도 2권까지 다 읽을 만큼 재미는 있다.
사람은 보통 진실을 말하다가 거짓말을 해야 할 경우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거짓말의 모든 부분이 거짓은 아닌 거다. 거짓말들 사이에 '진실'은 잘 없겠지만, '사실'은 자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