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와라팔라와 바뗀
여름동안 계약직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친구 차차와 발리 여행을 계획했다. 둘 다 대학 졸업하고 일찍 결혼해서 20대와 30대는 임신, 출산, 육아로 정신없이 보냈지만 그 덕분에 일찍 육아에서 졸업했다.
절약이 취미인 나와 그 친구는 짠내 투어를 좋아한다. 짠내투어라고 해서 젊은이들처럼 그렇게 몸을 막 혹사시킬 처지는 못되므로, 사실상 그냥 가성비 여행이겠지만.
항공, 숙박을 예약할 때까지만 신나고, 일정을 짜라고 하는 순간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나와 달리, 차차는 이 방면의 전문가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가고 싶은 곳을 추려내기도 잘하고, 혹여 기대만 못하더라도 투덜거리는 법 없이 일단 즐기고 본다.
영어를 못하는데도 거침없이 말 붙이고, 필요한 게 있으면 척척 구해오는 차차랑 있으면 뭔가 든든.
그래서 한국에서 예약을 미리 하고 갔던 카욘 리조트 외에 모든 일정은 가서 그날그날 정했음에도 막힘이 없었고, 매일 즐거웠다.
* 항공 - 에어부산 [네이버 항공권 ] 왕복 357,000 원, 기내 수하물 10kg 이내. 위탁 수하물 x
* E 비자 - 토스에서 루피아 외환 환전 후 온라인 결제 519,500 rp (약 44000원)
* 여행자 보험 8일 - [페이북 앱에서 마이뱅크 여행자 보험 검색 후 결제하면 10% 추가 할인됨 ] 약 17000원
* 공항 ~ 우붓 교통비 - [아고다 - 교통 카테고리 : 공항에서 숙소까지 ] 한국에서 미리 예약 20,680원
* 숙소 - 마하구나 우붓 mahaguna ubud [아고다 - 2박. 더블베드, 조식 포함 ] 27211원/1인 기준
공항에서 우붓에 도착하니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
현관을 못 찾아 우왕좌왕하고 있으려니 기사님이 둘러보고는 찾아주셨는데, 한국과 달리 숙소 입구가 사람 한 명 겨우 통과할 정도로 좁은 문이다.
초록색의 작은 간판이 건물 입구의 오른쪽 위에 달려 있었지만, 보행자가 볼 수 있도록 인도 쪽에 서 있어야 확인이 되고 숙소 입구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다.
다음날 아침 환전하고 돌아오면서 다시 보니, 사원에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문부터 장식이 근사하다.
각 방 앞에는 액운이나 악귀를 쫓는 드와라 팔라 조각상이 좌우로 각각 하나씩 서 있다.
안쪽에는 사원으로 보이는 넓은 뜰도 있었다.
우리가 묵은 방의 문. 부조 하나하나가 곡선의 미를 살려서 조각되어 있고, 한걸음만 떨어져서 바라봐도 아찔할 정도로 화려하다.
방문의 아래쪽 좌우를 보면 이곳에도 드와라팔라로 보이는 조각이 있다. 사자의 얼굴에 날개가 달려 있는 동물인데, 이는 악한 영혼이나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수호신 싱아 버르사야쁘인 듯하다.
옛날식 자물쇠로 문을 잠그고 나와야 한다. 문을 꽉 잠그는 요령을 모르겠다 ㅠㅠ 매번 약간 틈이 있는 채로 그냥 자물쇠를 채웠다. 문 오른쪽의 걸쇠는 방안에서만 잠글 수 있어서 밖에서는 딱 아귀가 맞지가 않았다.
하지만 화장실은 사진처럼 넓고 깨끗하다. 수압은 약한 편.
믿어지지 않지만 이 가격에 조식이 제공된다. 간단하지만 꽤 맛있었다. 친구는 나시고랭이 짜다고 했지만.
메인 메뉴 1개와 주스나 커피, 차 한잔.
계란 종류는 스크램블, 계란프라이, 삶은 계란인데 삶은 계란을 주문하면 2개 주심.
미고랭과 나시고랭 둘 다 괜찮았고, 둘 중에는 미고랭이 더 나았다. 곁들인 소스는 삼발소스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이 집의 소스는 다른 와룽의 소스에 비해 짜다.
파파야 주스는 걸쭉한 토마토 주스 느낌이지만 맛은,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먹을 만 하지만 맛있다고는 하기 어려운... 친구가 시킨 수박 주스가 훨씬 나았다.
도보 5분 거리의 환전소에 아침 일찍 다녀왔다.
인도네시아는 환전 잘 쳐주는 곳 보다, 사기 안 치는 곳에서 환전하는 게 더 중요하다. 돈을 받으면 환전 직원 바로 앞에서 세어서 확인을 해야 한다. 우리가 환전 한 환전소.
https://maps.app.goo.gl/pt1EqRjhuaMQZBp68
평점 5.0이던 이 환전소는 정확하게 환전해 주었다.
이날 100달러는 16150K 루피아였는데, 10달러는 15150K이었던가, 아무튼 덜 쳐준다. 다른 나라도 비슷하게 환전해 주니 자투리 달러는 모아뒀다가 은행 가서 100달러 바꿔서 쓰는 게 이득일 듯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길바닥이나 길가의 간이 사당 같은 곳에 발리 주민들이 제를 올린 작은 바구니들이 흔히 눈에 띈다.
이 바구니들은 야자잎이나 바나나 잎으로 엮은 것으로, 사각형이나 원형이고 지름 10~15cm 정도의 크기이다.
사진처럼 지면보다 위에 두는 것은 차낭 사리로 선한 신들에게 바치는 것이고, 땅에 두는 것은 차루, 악신들을 위한 것이라 한다. 통칭 이런 종류의 공양물은 바뗀이라고 한단다.
길바닥에 둔 바구니들에도 색색의 꽃과 과자나 담배, 동전이 위에 얹어져 있곤 했는데 각각의 꽃은 동서남북의 신을 상징하고, 그날의 안녕을 바라는 기원이 담겨 있다. 우리가 아침을 먹던 식당은 2층의 야외 테라스여서 맞은편에 이런 제단에 아침마다 공물을 올리는 앞집 아줌마를 볼 수 있었다.
매일매일.
말이 매일이지 저 꽃들과, 공양물을 매일 올리고 치우고 하는 게 보통일은 아닐 텐데.
머무는 내내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은 바뗀을 보았다.
길바닥에 두는 건 사람들이 걷어찰수록 더 그 집이 흥한다고 믿나 싶었지만, 예의상 밟지 않는 게 맞다고 한다. 모르고 몇 번 걷어찼는데...
우리가 묵은 숙소의 사당 같은 곳에는 작은 잎 위에 밥알만 잔뜩 놓아두었던데, 이건 사이반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밥 지으면 한 술 떠서 마당에 두는 그런 풍습과 유사한 듯하다.
발리의 힌두교는 우리가 아는 인도의 힌두교와 달리 좀 더 토속적이고 소박하지만, 그래서 외국인에게는 더 매혹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우붓 거리 곳곳에서 발리 힌두교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 흔한 집의 문 기둥에서도, 지나치며 보는 차낭 사리에서도, 왕궁과 사원들에서도, 심지어 원숭이들에게서도 느껴진다니깐.
내게 믿으라 한다면 고통스럽겠지만 관광객으로 지켜보기엔 거리의 바뗀도 아름답고, 이끼 낀 조각상들도 오묘한 기운을 뿜어내는 듯 아름다웠다. 아마 우붓의 사람들도 자부심을 느끼기에 전통을 계속 이어가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