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오전
*숙소 - 아라스하룸 그랩 비용 102,000 rp / 2인 (1인 4200원)
*아라스 하룸 입장료 400,000/ 2인 (1인 17200원)
*크레타야 락카 대여료 75,000 / 2인 (1인 3230원)
*아라스하룸 - 숙소 그랩 비용 109,200 / 2인 (1인 4700원)
셋째 날 아침,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 후 도보 5분 거리의 다음 숙소로 가서 짐을 맡겨 둔 뒤 아라스 하룸이란 곳으로 이동, 수영장이 딸린 곳이라고 해서 수영복과 수경도 챙겼다.
크레타야의 풀과 계단식 논을 모두 이용하려면 인당 20만 루피아를 내야 한다. 음료 1잔과 종일 이용 비용이지만, 여기는 사람도 많고 수질도 어제 카욘에 비하면 훨씬 탁해서 아라스 하룸을 둘러보아도 2~3시간 이상 머물기는 어려웠다.
입장하면 수영장과 논 구경 중 어느 쪽을 먼저할 지 선택할 수 있는데, 날이 더워서 10분만 걸어도 땀이 나기 때문에 아라스 하룸을 먼저 보고 물에 뛰어드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단, 이 경우 오전에 일찍 가도 자리를 맡아 두지 못한다는 점이 다소 불편했다.
빈 자리가 없어서 우리는 사물함 하나를 빌려서 짐을 넣어두고 놀았는데, 아라스 하룸 공식 홈페이지에 2인 입장료와 락커1개, 수건2장, 스낵과 음료까지 제공하는 패키지가 있었다.
2인 입장료와 사물함 비용만 475000 루피아라 나쁜 가격은 아닌 듯.
예약은 여기서 https://alasharum.com/en/cretya-ubud#about
입장권 끊을 때 아라스 하룸만 보면 더 저렴하다고 했던 것 같다. 이곳은 차차가 꼭 가고 싶어 했던 장소였는데,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따라갔다가 풍경을 보고 정말 반해 버림.
위에서부터 계단식 논의 풍경 전체를 조망하면서 아래로 내려가게 되어 있었는데, 수 십 미터는 족히 될 것 같은 야자수 나무 사이로 계단식 논과 작은 개울이 보인다.
AI가 만든 풍경처럼 느껴질 정도로 숨 막히게 짙은 색감을 띄는 잘 정돈된 논은 분명 인공적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설 속에나 존재할 법한 어떤 낙원을 연상시켰다.
현실에서 꿈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
맨 윗단에는 발리 스윙이 여러 군데 설치되어 있는데, 누워서 즐기는 것은 주로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드레스를 펄럭이며 그네를 타는 것은 여성이 선호하는 듯하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인공 구조물들이 많이 눈에 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자이언트 버드 네스트, 흔들 다리, 논 주변으로 설치된 거대한 여신상들. 날씬한 몸매의 이 조각상은 역시나 발리 스럽게 곡선의 아름다움으로 펄럭인다. 군살하나 보이지 않는 긴 팔다리를 휘감는 날개나 천 덕분에 조각상은 차가워 보이지 않았다.
논 주위에 흔히 보인다는 쌀의 여신 데위 스리인가 싶어 찾아보았으나 아라스 하룸 페이스북에는 천사상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우리가 다닌 대부분의 장소에서는 서양인이 한·중·일 아시아인보다 훨씬 많았고, 여성들은 티팬티 스타일의 비키니나 몸에 딱 붙는 탱크톱에 핫팬츠·레깅스, 혹은 짧은 청바지를 주로 입고 다녔다.
한국인이 래시가드나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즐기듯 그것이 그들의 여행룩인 듯 보였다. 가끔 지나치게 헐벗은 사람들을 보면 민망할 때도 있었으나, 약간의 똥배나 셀룰라이트보다 자신감이 더 보기 좋았다.
중국인도, 일본인도, 한국인도 여행지에서 힘을 잔뜩 주고 예쁜 옷을 입고 화장도 정성 들이는 사람이 많다면, 서양은 그런 꾸밈이 훨씬 덜한 느낌. 여행 그 자체를 즐기고, 지금 이 삶의 환희를 그대로 누리고 있는 것만 같은.
그런데 오늘 뜨갈랄랑을 방문해 보니, 인스타용 사진에 진심인 사람들도 엄청난 걸.
난간에 드러눕고 몸을 한껏 젖힌 채 사진을 찍는 것은 기본, 5분 이상 같은 자리에서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도 흔했다.
절로 시선이 갈 정도로 완벽한 s라인의 섹시한 갈색머리 아가씨는 비키니 위로 유두가 선명하게 드러났지만, 오히려 즐기는 듯 가슴을 내밀며 사진을 계속 찍었다. 심지어 그 가슴은 누가 봐도 의느님이 만든 거였는데, 서양인은 연예인 정도 되어야 유방확대를 하는 줄 알았던 나의 작은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문화 차이가 있다 해도, 결국 사람 사는 건 어느 정도 비슷한가 보다.
사진 좌상단이 발리 스윙 사진을 찍는 곳이다. 몇 번 왕복하는 발리 스윙의 사진을 찍고 나서, 그 드레스를 입고 논둑을 따라 사진 찍는 커플들도 그날은 모두 서양인 커플이었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길쭉하니 싸구려 드레스도 잘 어울리네. 여왕님 같은 포즈를 취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남성들은 장소를 옮겨가며 끊임없이 셔터를 눌렀다. 차차가 '나도 젊을 때 우리 신랑 저렇게 많이 시켰지.' 라며 웃었다.
계단식 논 위쪽에는 스피커로 음악을 틀고, 커다란 카메라 삼각대를 제대로 세워 촬영하는 팀이 있었다. 처음에 나는 거기가 사진을 찍고 돈을 받는 자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올라가 보니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도 서양인이다. 심지어 휴대용 BOOM 같은 스피커로 음악까지 틀어놓고 촬영 중이었다. 사진사는 발치에 자기 짐꾸러미를 풀어두고 있었고 모델과 몇 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어디 전문 촬영 업체에서 나온 건가, 인디 영화라도 찍는 건가?
호기심이 생겨서 유심히 봤지만 전문 모델이라기엔 평범한 남녀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었고, 특별한 액션이나 포즈를 취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사람들이 지나가면 촬영을 멈추느라 10분 이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긴 했지만 사진을 다 찍고는 다른 사람들처럼 어느새 조용히 사라졌다.
비율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어디건 수수하게 여행을 다니는 사람도 있고, 화려하게 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있는 법. 민족이나 인종으로 특징을 분류하려는 시도는 구분을 쉽게 해 준다기보다는 착각을 공고히 해 주는 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