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날, 짱구
* 코말라 홈스테이 2박 72584원 /2인
* 그랩 (우붓-짱구) 229,700 / 2인
* 센소리움 점심 271,678 /2인
* 칼라 스파 발 마사지 160,000 / 2인
* 칼라 스파 팁 10,000 / 2인
* 라 브리사 261,400 / 2인
오전에 우붓에서 짱구로. 숙소에 짐 맡겨 두고 차차가 찾아낸 맛집까지 걸어갔다.
11시쯤 도착했는데 손님이 바글바글. 한국인도 많다.
이번에도 우리 옆에는 한국인 커플이 있었고, 차차는 검색했던 퀘사디아 + 소고기 추가 옵션 외에 옆 테이블에서 추천받은 메뉴 트러플 버섯 요리와 제로콜라를 시켰다.
다른 가게와 달리 이곳은 물을 무료로 준다. 다만 시원한 냉수는 아님. 돈 주고 사 먹는 곳도 냉수는 아니었다.
여태 먹은 식사 중 가장 맛있었다. 버섯 요리에는 트러플 향이 약간 났고, 해조류 같은 것이 섞이면서 짭조름한 감칠맛에 바다 내음을 더했다. 먹다 보니 차차가 그 맛의 정체를 알아냈다며 "새우깡!!"이라고.
그러고 보니 새우깡의 그 감칠맛과 정말 흡사한 그런 짭조름한 맛이 나고 있다. 새우 페이스트를 넣었거나, 뭔가 새우와 관련된 어떤 젓갈 같은 게 들어갔을지도?
퀘사디아는 으깬 아보카도 덕분에 부드러운데, 소고기와도 아보카도가 잘 어울린다. 어떻게 구웠는지 눅눅한 곳 없이 바삭하다. 소고기를 추가하지 않았다면 내용물은 좀 빈약했을 것 같다.
옆 커플이 무슨 라면도 맛있더라고 했는데 시킨 메뉴만으로도 배가 불러서 먹어 보지 못했다.
식당 근처에 해변까지 번화가를 따라 내려가 보기로 했다. 접어든 길은 별로 볼 게 없다며 다른 길로 몇 분을 더 걸었는데 왜 이렇게 지치는지.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는 커피든 뭐든 마시고 싶었으나 사람들이 좌석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걸 보고 다시 나왔다. 발리는 야외 식당이나 카페, 해변 어디든 옆 사람 신경 쓰지 않고 흡연을 한다.
바다 쪽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래도 시원한 편이다.
해변에서 태닝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차차가 비키니를 가져오지 않은 걸 후회했다.
여름 한낮의 땡볕에 걷는 건 정말 미친 짓이다. 온몸이 수분과 미네랄의 고갈을 경고한다. 우리는 발 마사지를 30분 정도 받으며 좀 시원한 곳에서 쉬다가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구글의 평점을 참고해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샵으로.
가는 길목에 사람들이 작은 커피숍에 줄을 서서 주문을 하는 걸 보고는 차차는 아이스 라테를 주문했다. 주문하는 줄만 있는 게 아니라 가게 옆 벽면에서 각국의 젊은이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는데, 이미 더위로 약간 정신이 나가버린 나는 그저 빨리 어딘가 들어가서 물을 마시고 싶을 뿐.
커피 받아 한 모금 마신 차차는 소리를 질렀다. "언니 이 커피, 너무 맛있어!!"
마사지 샵에 들어가니 벌겋게 익은 우리 얼굴을 보고 직원이 작은 병에 담긴 생수를 하나씩 주었다. 발 마사지를 받는 동안 차차가 라테를 주문한 커피숍에 대해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가게 이름은 기기수수. 아주 유명해서 외국인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그러나 왜 유명하냐고 물었을 때는 한쪽 입매만 올리면서 글쎄요 하는 미소를 짓는다. 차차가 거기 sns로 유명한 거 아니냐고 하자, 직원은 과장된 면이 있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다고 하였다. 하지만 물을 마시고 정신을 좀 차린 내가, 거의 다 녹아버린 차차의 라테를 먹었을 때도, 그 라테는 꽤 진하고 맛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플리 마켓에서 차차와 나는 각자 마음에 드는 목걸이를 하나씩 샀다.
우붓의 보석 가게에서 마음에 들었던 하늘색 목걸이와 거의 비슷한 목걸이가 있는데 훨씬 저렴했다. 그리고 할인도 짱구의 상인들이 우붓보다 더 잘해주었다. 우린 여기서 반값 이상을 깎았다.
코말라 홈스테이는 한국인 숙박객이 구글 리뷰를 보고 많이 묵는 것 같다. 방과 화장실이 널찍하고 일정 중 숙소 중 가장 수압이 좋았다.
하지만 리셉션 앞에 있는 야외 수영장은 생각보다 훨씬 작다. 수영장이라기보다는 우물 두 개 정도 크기인 물 저장고...? 작지만 깊이가 꽤 깊고, 끝쪽으로 갈수록 점점 깊어져 수심이 1.8m는 되었다.
이불 시트를 침대 아래에 꽉 끼워 두었는데 숙박객들이 빼내려고 잡아당기면서 시트가 다 찢어지나 보다. 내 이불도, 차차의 이불도 아랫단은 모두 찢어져 있었다. 욕실에 샤워 커튼이 없어서 샤워하면 세면대 바닥 근처에도 물이 곧잘 튀는데, 거기 고인 물은 잘 배수가 안 돼서 질척거렸다. 골목 안쪽 집이라 시끄럽지 않은데도 저녁에 폭주족의 바이크소리가 가끔 들렸다.
그러나 방의 크기와 청결함, 에어컨 모두 다 괜찮고, 1인 기준 하루 2만 원 안 되는 숙박료를 생각하면 만족임.
땀으로 샤워를 하며 짱구 시내를 돌아다녔으니 씻고 한숨 잤다.
일몰을 보기 위해 5시 반쯤 라브리사로 걸어갔는데, 입구 근처에서 워크인 대기줄이 길다.
자리를 맡으면 그 금액만큼 술이나 음료를 주문해서 먹을 수 있지만, 둘이서 다 먹기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보통은 오픈챗이나 카페에서 동행을 구해서 나눠낸다. 그날 라브리사엔 홈스테이 투숙객들끼리 방갈로 하나를 통째로 빌린 것 같은 다국적 모임도 있었다. 보통 그렇게 동행을 구하는 건 20~30대고, 40대 중반 여자 여행객이 동행을 구한다는 글에는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은 걸 보면 동행을 구해서 잘 맞으면 서로 친목도 다지는 게 목적인 듯하다.
줄은 금방 줄어들었고, 짐 검사 후 직원이 주는 번호표를 받고 잠시 더 대기하니 수영장 근처에 작은 테이블로 안내해 주었다. 음료를 주문해서 우리가 매의 눈으로 자리를 찾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직원이 자리가 나면 대기 인원을 입장시켜 줘서 핀스에 비해 라브리사가 더 쾌적하고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것 같다.
맥주와 피자를 주문시켜 놓고 가방을 두고 해변으로 내려갔다. 가드가 라브리사 입장객은 손등에 도장을 찍어주면서 들어올 때 확인을 하고 있었다.
구름이 많은 날이라 일몰이 그렇게 예쁘지는 않았다.
차차가 내 앞에 사람들이 우르르 지나가는데도 계속 셔터를 눌러댔는데 사진을 보니 웃통 벗은 근육질의 금발머리 미소년들이 지나가고 있어서 나를 배경으로 사심을 채운 거였다. 내 얼굴은 반쯤 나온 사진도 있고, 완전히 가려진 사진도 있었지만 카메라를 응시하는 총각의 얼굴을 보니 그럴만하구먼 싶었다. 라브리사는 아이를 데리고 가족들도 많이 오는 곳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클럽인 만큼 연예인처럼 멋지고 예쁜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불행하게도 근시 퇴행 중인 내 눈은 안경을 끼지 않으면 그저 사람이 지나가는 정도만 확인이 될 뿐.
밤이 되니 건물에는 노란 전구 수 천 개가 불을 밝혔다. 수영장은 두 군데에 있었는데, 방갈로가 있는 쪽의 수영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우리가 앉아있는 쪽에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대만인인지 중국인들이 수영장 안에 꽤 많았는데, 비키니를 입고 화려하게 화장한 세 명의 중국 아가씨에게는 여러 남자들이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래시가드를 입은 사람도 있고,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사람도 있고 다양한 복장으로 자기 좋을 대로 놀면 되는 것 같다. 물이 깨끗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아예 수영복을 가져가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아쉬운 마음에 발만 담그고, 레공 댄스를 출 수 있는 무희의 자질이 누가 있는지 엄지발가락 세우기를 해 봄. 차차 왈, 눈알 굴리기와 발가락 세우기를 잘해야 가능성이 있다나. 눈알 굴리기는 모르겠으나 발가락 세우는 건 내쪽이 좀 나았다.
둘 다 술이 약해서 맥주 한 변 시키고 얼음 잔 두 개 받아서 나눠 마심. 피자는 화덕 피자라 카욘 리조트에서 시킨 피자보다는 훨씬 나았다. 먹으러 간다기보다는 분위기 즐기러 가는 곳이니깐.
클럽을 가 본 적도 없고, 회사 생활 하면서 딱 한 번 나이트클럽 연말 회식 때 가 본 나는 음주가무 모두 못한다. 노래는 고음저음 모두 불가에 성량부족, 춤은 선천성 관절 기능장애가 있는지 흥 타기 조차도 안되고, 술도 가성비 끝내주게 남들의 반의 반만 마셔도 이미 만취 상태. 그래서 차차가 클럽을 세 개나 일정에 넣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혼자 내심 걱정을 했었더랬다. 흥 넘치는 E들의 파티장에서 극 내향인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기 빨리며 억지웃음 지으며 견뎌야 하나 싶어서.
하지만 아무도 나한테 관심도 없고, 타인에게도 별 관심이 없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편하게 시간을 보내다 아무 때나 가면 된다는 게 정말 좋았다. 게다가 핀스와 달리 라브리사는 흔들고 춤추는 그런 광란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3시간가량 머물다 돌아오는 길에 차차는 300k를 부르는 비키니를 120k까지 깎아서 만원 정도 주고 샀다. 내일은 태닝 하러 해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