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멍이 좋은 짱구 해변,정신없던 핀스

여섯째 날, 짱구

by 어제만난사람

*고젝 (숙소-타임 비치 와룽) 12,500 rp / 2인

*파라솔 대여 150,000 / 2인

*고젝 ( 비치 - 숙소) 24,000 /2인

*캐빈 스페이스 생과일주스 (망고, 아보카도) 딤섬 69,000 / 2인

*와룽 시카 63,860 / 2인

*고젝 ( 숙소 - 핀스 클럽) 28,000 / 2인

*핀스 비치 클럽 296,450 / 2인

*그랩 (핀스클럽 - 숙소 ) 53,600 /2인


어제 구글에서 검색한 타임 비치 와룽에서 아침을 먹으면 파라솔을 무료로 빌릴 수 있다고 해서 8시 좀 넘어서 고젝을 타고 갔는데, 파라솔이 있는 자리는 이미 꽉 차고 땡볕에 놓인 빈백자리만 남아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 옆에 있는 파라솔을 150k나 주고 빌렸다. 대신 우리는 아침을 건너뛰기로 했다. 차차는 오전에는 뭘 먹어도 입맛이 없는 편이라고 했고, 나는 예기치 못한 지출의 타격을 공복으로 커버하기로.

해변에는 수영을 할 수 없다는 적색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지만, 서핑하기는 파도도 좋고 햇살도 좋은 아침이었다. 해변 앞쪽에 서퍼들에 대해 중계를 하는 부스 같은 게 있었는데, 매일 있는 건지 그날만 특별하게 행사처럼 중계해 주는 건지는 모르겠다.


이곳은 중상급자들이나 탈 수 있는 파도가 거친 해변이다. 물론 해안 쪽엔 초급자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눈으로 보기 아득한 먼바다까지 보드를 타고 패들링을 해서 나가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서퍼들이 내 시야에만 수 십 명이었다.




비키니 위에 짧은 3부 반바지와 청자켓을 걸치고 갔던 차차는 베드에 누워서 모자로 얼굴을 가린 다음 몸을 태우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도 잘 타는 편이고 기미도 금방 생겨서 태양을 피하고 싶은 족속이다. 잘록한 가슴과 풍만한 허리를 드러내고 싶지도 않다.

책을 가져왔더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비행기 안에서 졸다 듣다 했던 오디오북을 들을 마음은 별로 안 생겨서 멍 때리기나 하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이 분야에 재주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은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40분이 훌쩍 흘렀다. 조금 지나 다시 봤을 땐 1시간 반이 지나고 있었고.


내 앞쪽 파라솔 2개는 현지인 서퍼들, 그리고 그들과 친해진 몇몇 서양인들이 떼로 몰려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끊임없이 담배를 피워대서 수시로 연기가 날아와 목이 아팠다. 아무리 야외라곤 해도 이렇게 지척에서 여러 명이 계속 담배를 피우니까 간접흡연을 피할 길이 없네. 와룽 쪽은 그래도 식당이라 이 정도로 줄담배를 피는 손님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연기가 독해서 자리를 떨어진 곳으로 옮겼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옮겨온 자리 앞쪽은 개 한 마리가 열기를 피해 베드 아래로 기어들어가서 모래를 파고 드러누워 있었다. 꽤 영리해 보였는데 베드 주인이 기르는 개는 아닌 것 같은 게, 사람이 왔다 갔다 하면 불안해하며 나와서는 호시탐탐 다시 들어갈 기회를 엿봤기 때문이다. 베드 옆에 서핑 보드가 두 개나 놓이자 쫓겨나듯 기어 나온 뒤 한참을 못 들어가고 더워서 헥헥거렸다. 들어갈 타이밍이 아무리 봐도 안 나온다 싶던지 녀석은 바다에서 몸을 식히고 돌아와서 30분 정도를 맴돌다가 겨우 다시 자리를 되찾았다.

여자들만으로 구성된 서퍼들이 번호가 적힌 티를 입고 한꺼번에 바다로 뛰어들었다. 국적이 다양한 걸 보니 서핑을 하면서 함께 어울리는 사이 같았다. 한국인 같아 보이기도 한 어떤 동양인은 보드와 발목을 연결하는 줄이 없어서 같이 입수를 못하고 한참을 기다렸다. 그녀의 어머니처럼 보이는 나이 든 동양인이 줄을 가져다 주자, 뒤늦게 바다로 향했는데 초보들이 파도에 밀려서 해변으로 나오는 것과 달리 금방 100m 이상 헤엄쳐서 가서 나중에는 파도가 일렁이면 모습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나아갔다. 합류한 지점에서 서핑을 즐길 줄 알았더니 거기에서부터도 더 멀리 헤엄쳐서 그들은 계속해서 나갔다. 나중에는 안경을 껴도 도무지 볼 수가 없었다. 파도 사이로 가끔 머리 몇 개만 보이자, 난 더 이상 그녀들 찾기를 그만뒀다.

서퍼들은 제한 없이 바다 멀리멀리 나가도 괜찮은 걸까?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되지? 누가 찾으러 가기는 할까?


먼바다에서도 파도는 끊임없이 일어났고, 작은 점처럼 보이던 머리들은 파도 위에서 커다란 인간으로 변해 물보라를 스치고 곧이서 사라졌다.

한 번씩 서퍼들이 동시에 일어나서 물보라를 가르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똑같이 파도타기를 끝내는 게 아니어서 잘 타는 이는 1분 이상도 버티는 반면 대부분은 30초를 버티지 못하고 고꾸라지고 엎어졌다. 그리고 파도를 거슬러 패들링을 하며 가는 사람이, 같은 파도를 옆으로 타며 오는 사람과 서로 부딪힐 뻔하기도 하였다. 파도에 도로처럼 선이 그어진 것도 아니고,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충돌 사고도 잦을 것 같고, 너무 멀리 나가게 되면 안전을 보장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이 느끼는 짜릿한 기분은 살아있음을 만끽하는 생생한 쾌감 그 자체겠지.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선택한 순간을 내 의지로 만들어 내는 경험.


삶의 충만감뿐 아니라, 어쩌면 삶이라는 것 자체가 서퍼들의 무한한 파도타기와 닮은 것도 같다. 정해진 길이 없는 것도, 파도가 언제 생겨날지 몰라도 그것을 기다리는 동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도, 일어난 파도는 반드시 사라지므로 아무리 성공적으로 파도를 탔다고 한들 그 끝은 예정되어 있다는 것도.


차차는 잠이 든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파도 속으로 사라지는 사람들, 파도 위를 미끄러지는 사람들과 모래 위를 배회하는 개들과 관광객을 오래오래 구경했다. 책도, 말도, 휴대폰도 없는 휴식의 달콤함 속에 취해.


차차가 깨고 나서 우린 한낮의 해변으로 가서 바다에도 들어갔다.

우와, 파도가 정말 정말 세다. 해변으로 밀려온 파도조차도 한 번 휩쓸리면 소지품을 다 쓸어가 버릴 정도다. 옆의 서양인이 파도를 마주하고 파도가 칠 때마다 오히려 물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으며 조금씩 바다 쪽으로 나아가는 걸 보고 나도 그렇게 따라 했더니 생각보다 꽤 수월하게 나가졌다.


허리에서 가슴 사이쯤 물이 차자 파도를 꽤 즐길 수가 있었다. 장소를 옮긴 곳에서 바닥이 모래가 아니라 바위인 걸 알고 빠져나오다 정통으로 파도에 휩쓸렸다. 종아리와 허벅지가 바위에 쓸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차차도 나도 해변에 패대기 쳐져 있다.

선글라스와 모자, 머리를 묶었던 머리끈까지 모두 다 벗겨져 나가고 대신 굵은 모래들이 우수수 쏟아져 들어온다. 파도가 삼키기 전에 겨우 모자를 잡았고 차차의 브라패드가 둥둥 떠서 철썩이는 것도 주웠다. 까닥하면 비키니 수영복도 무사하지 못할 것 같은 파도다.


"이 나이에 그래 봤자 보는 사람만 눈 배리는 거지 뭐."

말는 말씀이다. 파도에 내동냉이 쳐진 꼬락서니였어도 우리끼리는 재미있어서 몇 번이나 다시 들어갔다가 튕겨 나왔다. 서핑 중계를 하는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는 없었지만 해변에서 깔짝거리는 우리를 보고 일본 사람들이라며 뭐라고 떠드는 것 같았다. 한국인이라고 안 봐줘서 다행이구먼.


바다에서 놀고 나오니 수영복 안이 온통 모래 투성이다. 파라솔을 빌린 고객이나 타임 비치 와룽 이용고객 모두 와룽 왼쪽에 있는 간이 샤워대에서 옷 입을 채로 간단하게 씻을 수 있었다. 숙소에서 가져간 타월로 몸을 닦고 고젝을 불렀는데 기다리는 동안 거의 다 마른다.


고젝에서 숙소 앞에 내리자, 숙소 골목 앞에 있는 가판대에 현지 배달원들이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고 있다.

뭔가 싶어서 나도 줄을 서서 앞에 있는 여자 배달원에게 물어 보니, 찜솥에 팔고 있는 건 딤섬 종류고, 여기 생과일주스가 맛있다고 했다.

가격을 물어봤지만 자기는 배달만 해서 가격은 잘 모른다고, 딤섬은 5~6천 루피아는 넘지 않을 거라 했다. 주스는 아보카도랑 망고를 추천해 주었다. 생과일주스는 20k. 과일을 그대로 짜서 시럽을 넣어 준다. 우리는 시럽을 빼 달라고 했다가, 차차가 아보카도는 이대로는 못 먹겠다며 조금만 시럽을 부탁해서 추가로 넣었다.

로스트 인 발리라고 적혀있지만 지도에는 캐빈 스페이스 어쩌고 라고 하는 가게로 나온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려고 찜솥의 음식들을 하나씩 담았는데, 딤섬 종류 몇 개와 어묵들이 있다.

왼쪽은 개당 2천 루피아, 오른쪽은 3천 루피아라고 해서 담다 보니 29000루피아였다. 2천짜리 찜솥의 어묵에는 머리카락이 최소 2~3개는 꽂혀 있다. 머리카락이 있는 쪽은 빼고 담았다.


음식을 다 담고 기다리는데 앞에 주문이 많은지 직원 둘 중 아무도 뚜껑을 닫을 생각을 하지 않아 파리떼가 달려들었다. 머리카락을 발견하고도 아무 말 안 했지만, 파리떼까지 달려들자 차차는 입맛이 뚝 떨어진 것 같다. 계산할 때까지 차차와 나는 손으로 계속 파리를 쫓아 주었다.


딤섬은 실패였다. 느끼하고 별 맛도 없고, 위생이 무엇보다 정말 별로였다. 11개 정도 골랐는데 차차가 두어 개 먹고는 더 이상 먹지 않아서 남은 건 내가 다 먹었다.

생과일주스는 얼음 같은 것이 첨가되지 않아 차갑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발리 밸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맛도 괜찮은 편이었다. 차차는 너무 맛있다며 내 것까지 더 먹었다.

"100% 생과일인데 1800원 밖에 안 한다니! 우리 내일 또 먹자."

라고 했으나, 시간도 없고 환전한 돈도 애매하게 남아서 이 날 밖에 못 먹었다.


숙소 수영장에서 바닷물을 씻어낼 겸 한동안 수영하고 놀았다. 차차는 태닝 하면서 꿀잠을 자는 바람에 앞부분은 푹 익었는데 뒤쪽을 제대로 못 태웠다며 30분 정도 수영장 옆 베드에 엎드려 누워 있다가 오겠다 한다.

먼저 숙소로 와서 씻는데, 귓구멍이랑 머리카락 사이에서도 모래가 제법 나왔다. 수영복의 패드 넣는 곳에도 모래가 한 줌 들어있고....

살 껍질 다 벗겨지고, 모래 터느라 고생하는 걸 생각하면 해변에서 노는 건 귀찮은 게 더 많네.


씻고 또 낮잠 한숨 자고, 걸어서 현지 맛집이라는 와룽 시카로 걸어간 다음, 간단히 요기하고 핀스클럽으로 가기로 했다.

와룽 시카는 너무 맛있어서 다음날 짱구를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갔다. 가격도 착하지만 음식도 맛있다. 쟁반을 받아서 밥을 선택하고 (흰쌀, 노란 쌀, 붉은 쌀밥인데 맛은 별 차이 없었다.) 반찬을 고르면 직원이 담아준다. 첫날은 사진을 못 찍었는데 개인적으론 고기류 보다 야채류가 더 맛있었다.

제로 콜라가 1000 루피아(87원) 밖에 안 하는데, 얼음을 추가하려면 3000루피아를 더 내야 한다.


핀스는 정말 핫한 곳이 맞았다. 라브리사보다 손님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았고, 무대도 여러 곳에 있었는데 각기 다른 가수들이 라이브를 동시에 하고 있다.

풀에도 손님들이 많았고, 흥에 취해서 춤추는 사람들은 더욱 많았다. 토끼처럼 코스프레를 한 직원들이 춤을 추거나, 가면을 쓴 직원들이 북을 두드리며 행진하거나, 이벤트도 수시로 열리고 있어서 파티 분위기를 한껏 북돋웠다.



내 취향엔 별로 맞지 않았다. 수영복도 가져갔지만 물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일몰은 날씨가 좋아서였는지 어제보다 멋있었다.

맥주잔만 들고 한 바퀴 돌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우리 자리가 치워지고 없다. 안주도 조금 남아 있었고, 내 백팩도 그대로 두고 갔었는데.

우리 자리엔 이미 다른 손님들이 앉아 있어서, 직원을 찾아 물어보니 보관물을 맡아두는 곳을 알려주었다.

그곳 직원은 백팩의 색깔을 묻고 나서는 안에 뭐가 있었는지 말해 보라고 했다. 그런데 수영복 가방 안쪽에 몰래 넣어온 150ml 크기의 작은 생수병만 떠오르고 안에 뭐가 있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거다. 물은 반입 금진데, 이미 다 본 걸까? 갑자기 혼자 멘붕이 와서 선글라스 케이스만 반복해서 말했던 것 같다.


차차는 왜 자리를 치웠는지를 계속 물어봤지만 문장이 아닌 단어로만 물어봐서인지 직원이 잘 알아듣지 못했다. 내가 다시 물어봤을 때도 문법에 맞게 말했는지 엉망으로 말했는지 모르겠다. 직원은 원래 사람이 자리에 없으면 모두 치우는 게 규정이라 답변하더니, 한숨 쉬고는 더 이상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안 묻고 그냥 가방을 돌려주었다.

콩글리시 대박인 우리랑 별로 대화가 안 되는 것 같아서 돌려준 듯? 받아서 열어보니 물까지 다 확인한 것은 맞았다.


자리가 없어진 김에 한 바퀴만 돌아보고 나가자고 했는데, 운 좋게 일몰이 제일 잘 보이는 테이블을 잡게 돼서 사진도 찍고 배 모양의 연이 떠 가는 것도 구경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할 시간쯤 우리는 핀스를 떠났다.

신기한 곳이었지만 두 번 오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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