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 날, 스미냑

7일차, 스미냑

by 어제만난사람

* 카마니야 페티텐겟 39,500원 / 2인

* 그린구루 스무디 87,550 / 2인

* 와룽 시카 69,010 /2인

* 블루버드 (짱구 - 스미냑) 48,100 / 2인

* 블루버드 (숙소 - 스미냑빌리지) 33,000 /2인

* baked 147,840 / 2인

* 블루버드 (스미냑빌리지 - 숙소) 33,000 /2인

* 와룽 jumbung 84,780 / 2인

* 그랩 (스미냑 - 공항) 64,900 /2인


아침에 일어나서 차차가 먹어보고 싶다던 아사이볼 가게를 찾아갔다.

우리가 찾아간 는 8시부터 영업을 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8시 15분에 도착했을 때 직원들이 엄청 독한 세정제를 뿌리며 유리창을 닦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차차와 나는 기침을 멈출 수가 없어서 결국 금방 나와야 했다. 젊은 직원이 마스크도 안 쓰고 저렇게 독한 걸 뿌리던데, 폐 괜찮으려나.


급하게 검색해서 찾아간 그린 구루 스무디. 리뷰를 보니 자리를 옮긴 건지 숙소 2층에 있었고 일하는 분도 사진과 다른 사람이다. 베리 아사이볼이 가장 잘 나가는 메뉴라고 해서 시켰다.

냉동 베리 종류를 바나나와 섞어 스무디처럼 갈아서 한쪽에 깔고, 그 위에 생과일을 장식해 올린 뒤 그래놀라를 곁들인 음식이었다. 간단해서 집에서도 만들 수 있을 듯하다.

88k 라니, 이걸 사 먹는 건 돈이 아깝.... 포만감을 느껴야 밥을 먹었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부류에게 이런 음식은 한끼 식사가 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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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이 볼 하나만 시켜 먹고, 어제 갔던 와룽 시카에 들렀다.

양배추 볶음이었는지, 그게 정말 맛있었는데 오늘은 공심채 볶음이 있고 어제 먹었던 건 없다. 메뉴가 매일 바뀌는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오늘 쟁반은 공심채 외엔 죄다 고기 아니면 튀김이다. 맛있긴 했지만 좀 느끼했다. 야채 종류를 더 담을 걸, 반찬 선택은 어제가 더 나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정말 맛, 양, 가격 종합했을 때 이만한 가게가 없는 듯. 이 한그릇에 제로콜라까지 한 캔 포함해도 아사이 볼 한 그릇 가격 보다 싸다. 다음에 발리 온다면 난 이런 집만 찾아다닐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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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끝날 때 쯤에서야 블루버드 앱을 써 봤다.

첫 사용자에게 주는 쿠폰도 몇 장 되고, 구간마다 차이가 좀 있지만 가까운 거리인 경우 그랩보다 훨씬 저렴했다. 2인 이상 고젝을 타는 비용 정도면 부를 수 있었을 정도.

이걸 이제 알다니, 진작 쓸걸.

밤에 스미냑에서 공항 갈 때는 그랩과 블루버드가 비슷한 금액이었다.


블루버드는 호출하면 우리나라 옛날 택시처럼 규격화된 파란색의 차량이 온다. 기사님도 파랑새와 꽃무늬가 그려진 옷을 입고 있어서 그랩보다 좀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 차 루프나 조수석 앞에 적힌 차번호 확인 하고 타면 되고, 승객이 맞는지 2자리 숫자코드를 기사님께 말해줘서 확인하고 출발한다. 영어를 전혀 이해 못 하는 기사님도 있어서 번호를 직접 보여주거나 찍어주기도 했다. 내가 탔던 블루버드 차량들은 모두 깨끗했고, 기사도 친절하고 점잖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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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에서 스미냑은 차로 15분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짱구가 서핑과 클럽의 젊은 느낌이라면 스미냑은 좀 더 쇼핑과 관광을 위한 곳인 듯 느껴졌다. 가족 단위의 여행객도 훨씬 많이 보였다.

짱구나 우붓보다는 중국 관광객들도 더 많은 듯하다.


회사에서 만났던 중국 학생들 중에는 깔끔하고 예의 바른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모두 그 애를 정말 좋아했고, 사장님도 가장 아끼는 직원이 바로 그녀였을 정도.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남들 커피 마시는 자리에서 침 뱉고, 발바닥 긁고, 발가락 사이의 때를 문질러 벗겨내는 저 손님, 10분이 넘도록 가지도 않고 저러고 있다. 대화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 것 같았고, 예상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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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냑 빌리지 뒤쪽 골목길을 둘러봤다. 대부분 쇼핑몰이나 아기자기한 카페, 식당 등이다.

이미 짱구나 우붓에서 구경한 것들을 팔고 있는 듯해서 별로 볼 건 없었다. 반나절만 둘러보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저렴하다는 것을 빼면 스미냑의 좋은 점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다.


골목 어귀에 예쁜 담벼락을 발견해서 사진을 찍었다.

기기수수보다는 여기가 더 나은 것 같은데, 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무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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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반 정도가 되니 천둥소리가 들리고 3시쯤부터 비가 쏟아졌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갑자기 쏟아진 스콜로 도로에 물이 흥건할 정도였다. 지붕의 처마에서는 작은 폭포가 땅으로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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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냑은 제품도 좀 더 저렴했지만, 숙박비도 짱구에 비해 더 저렴한 것 같다.

비슷한 가격의 숙소인데 오늘 묵은 곳은 입구부터 호텔같다. 1층엔 식당 바로 옆에 15m 수영장이 있었고, 룸 컨디션도 중급 호텔 수준이었다.

룸 사진은 어디 가고 없고, 화장실만 찍었구먼. 체크인하고 수영장에서도 한 시간 놀았지만, 사진은 한 장도 없다. 0.5박만 하니 잠시 머문다는 느낌이라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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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비행기로 떠나는 마지막 날은 굳이 숙소 예약을 안 하는 경우도 많다.

체크 아웃 후 남부 투어를 하거나, 숙소에 짐을 맡겨두고 시내에서 놀거나 마사지를 받고 난 뒤 저녁을 먹고 공항으로 떠나면 되니까.

하지만 더운 나라는 낮 동안 체력 소모가 커서 중간에 씨에스타 한두 시간이 있고 없고 차이가 꽤 있다. 공항 가기 전에도 누워서 한숨 쉬고 떠나면 비행기 안에서 좀 낫고.

저질 체력이라 밤 비행기라도 숙소가 있는 쪽이 낫다는 걸 경험으로 체득. (당일에 급하게 숙소 예약한 적이 몇 번이나 됨. 당일 예약은 확실히 더 비싸고 더 안 좋은 숙소..)



수영하고 씻은 뒤에 스미냑의 와룽을 찾아서 저녁을 먹었다. JEMBUNG 보다 더 가까운 곳에도 와룽이라고 이름은 붙여놓은 가게들이 있어서 거기 들어갈까 했는데, 메뉴 판을 보니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싸서 다시 돌아 나왔다.

시카와 달리 이곳은 주문을 받아서 음식이 나오는 레스토랑이었지만, 가격은 비싸지 않았다. 생과일주스를 시키지 않았다면 전체 금액은 더 저렴했을 것 같다.

두 곳 모두 에어컨은 없고 선풍기 정도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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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현금을 모두 다 쓰고 ( 나중에 알았지만 공항 주차료 12000 루피아는 남겨뒀었어야 했다!!) 남은 돈은 카드로 결제.

음식은 꽤 맛있는 편. 200k~250k 정도 하는 식당과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차차가 나오면서 살짝 말하길,

"언니가 주방을 봤으면 밥 못 먹었을 거야.".

엄청 지저분한 행주로 닦으면서 요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차차는 어제 노점에서 산 딤섬 사이의 머리카락이 노안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근시라 주방 안의 지저분한 행주를 볼 수 없었다. 어쨌든 우리 둘 다 발리에서 탈 없이 잘 먹고 잘 다니고 돌아왔으니, 그러면 된거다.


12시 비행기라 9시쯤 스미냑에서 그랩을 불러 떠나기로 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했는데, 공항 주차료가 없어서 기사님이 대신 내주셨다. 팁으로 그 금액을 주시면 된다고 해서 얼른 팁을 드리려고 앱을 켰다. 팁을 어디서 주는지 몰라서 뒤적하다가 평점 5점을 주었더니, 그걸 주고 나면 팁을 줄 수가 없대...!

차차는 자기가 가져온 1달러가 어디 있을 거라면서 가방을 뒤지고 있고, 나는 그랩 고객 센터에 제발 그분께 팁을 드릴 수 있게 해 달라고 문의글을 쓰고 있자니, 기사님이 체념한 얼굴로 웃으며 괜찮다고 그냥 가라고 하셨다... 진짜 너무 미안하고 죄송스러웠다. ㅠㅠ 인도네시아에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는데 현금 남기지 말자고 탈탈 털어서 쓴 게 문제였다.


출국 2시간 15분 전에 도착했는데, 수속도 금방 끝났다. 술을 50% 세일해서 팔고 있길래 호기심에 조니워커블루 가격을 보러 들어갔다가 거의 2배나 오른 가격에 식겁하고 나왔다. 차차는 자기 시아버지가 주셨던 ox니 밸런타인 30년 산 같은 술의 가격을 보고 식겁하고 나왔다. 차차 부부는 술을 안 마셔서 다 버렸다는 거다. 아니 버릴 거면 나줘....


공항에는 여러 군데에 조각이 많았는데, 발리 감성을 느끼게 하는 것들이었다. 특유의 그로테스크함이 있어서 이런 것을 대할 때마다 마음 한편이 항상 약간 섬뜩했다. 죽음과 삶, 선과 악, 추함과 아름다움,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느낄 때의 당황스러움을 말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가장 잘 전달이 될까. 발리의 정수는 바로 그것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영원히 안 오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오는 사람은 없다는 섬이 이곳, 발리인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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