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모래가 가득했던 놀이터가 가끔 생각난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위를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하고, 미끄럼틀을 거슬러 오르다 미끄러지고, 서서 그네를 타다 멀리 뛰어내리던 그때의 즐거웠던 기억들 말이다.
집에 돌아가면 신발 안에 모래가 한 움큼씩 들어 있고, 어디서 생겼는지 모를 자잘한 생채기를 달고 다녔던 시절.
해변을 거닐다 고와 보이는 모래를 손으로 한 줌 쥐어보면 약간은 거칠지만 보드라운 감촉에 미소가 지어지다가도, 아무리 고운 모래라도 살갗을 문지르면 상처가 날 수도 있다는 걸 몰랐던 어릴 때의 우리가 그리워진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 모래는 커다란 바위였을까. 작은 돌멩이였을까.
세월을 거닐며 이 모래 알갱이만큼 잘게 쪼개진 너의 원형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그 시절엔 크고 벅찼을 나의 추억 중 하나가 시간이 지나 기억이 나지도 않을 만큼 풍화되어 작아졌듯이, 이것 또한 시간에 깎여 이토록 작아졌을지도 모른다.
다만 나의 작아진 추억과 이 모래 알갱이는 이토록 미미한 존재감으로도 작은 생채기를 낼 수 있는 날카로움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다.
나는 움켜쥐었던 손에 힘을 풀어 보았다.
손틈 사이로 흩날려 사라지는 모래 알갱이 너머로, 해변 끝자락 커다란 바위에 쪼개져 비산하는 물방울이 겹쳐 보였다.
떨어진 모래 중 어느 것이 내가 쥐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 하여도, 내 손을 흩어 지나간 작은 모래 알갱이는 이 드넓은 모래사장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처럼 떠오르지 않는 추억이 삶의 한 부분에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확장되어 가는 내 시간 안에서 한 알의 날카로운 모래 알갱이가 되어 자리하고 있을 내 어린 시절 잊어버린 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