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3)

해무

by 별의 여백

바다의 안개는 육지의 것보다 짙고 진득하다.


사방을 둘러봐도 희뿌연 장막에 둘러싸인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며, 한껏 좁아진 시야에 드는 것은 안개 속의 나와 한 치 앞의 길 뿐이다.


흐리게나마 보였던 난간 너머 바다의 모습은, 이젠 막연한 파도소리와 소금기 섞인 안개의 냄새로만 가늠할 수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막막하던 차에, 나는 잠시 멈춰서 멍하니 안개 너머 바다를 응시했다.


안개 속에서 안갯속을 헤매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짙은 안개 속에서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난간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난간에 살짝 기대 눈짓으로 짙은 회백색 안개 너머의 바다 끝 수평선을 그어보았다.


수평선을 지나는 커다란 배 한 척과 육지에 가까워질수록 많아지는 갈매기, 하얗게 빛을 뿜는 태양아래 퍼지듯 반짝거리는 윤슬.


하얀 도화지 같은 안개 위에 보이지 않는 바다가 그려지는 듯했다.


한참을 그렇게 상상을 안개 위에 그려나가다 보니, 어느덧 시야가 조금 트인 것 같았다.


아무것도 뚫을 수 없는 철옹성 같던 해무 사이로 주홍빛 태양이 아련히 떠오르고 있었다.


조금 희미해진 안개 틈으로 난간 아래 바위에 부딪히는 검은 바닷물과, 저 멀리 신호등의 불빛이 깜빡거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해가 떠오르며 가리어졌던 것들이 또렷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안개가 걷혀가는 바다의 모습은 내가 안개 위에 그렸던 그림과는 무척이나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막막했던 안갯속 시간을 버텨 낼 수 있었던 건, 평온한 바다의 꿈을 그려냈던 잠깐의 정체된 시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흩어지는 안개에 내 막막했던 시간의 그림을 실어 보냈다.


그리고 조금 후련해진 마음으로 방향을 틀어 걷기 시작했다.


내가 가려던 방향과 조금 달라졌지만, 그것 또한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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