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
하루를 살아가는지, 하루를 버텨내고 있는지.
그 기준이 모호해질 때, 그럴 때마다 바다가 생각이 난다.
아득히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듯한 파도의 소리,
짭짤한 눈물의 맛이 나는 바람,
모래 위에 어두운 잔상을 남기고 떠나가는 썰물의 흔적.
일렁이는 포말의 끝이 닿지 않을 만큼의 거리에서 멍하니 바다를 보고 싶어 지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밤바다를 좋아한다.
번화가를 등지고 바라보는 먼바다의 하늘엔 별이 반짝이고,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묻은, 멀리서 들려오는 버스킹 음악은 운치를 더해준다.
밤의 바다는 낮의 바다보다 모든 것이 진해진다.
물의 색도, 바람의 세기도, 파도의 소리도 전부 낮보다 크고 선명하게 와닿는다.
가로질러진 포말의 선을 따라 모래 위를 걷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곧 지워질 발자국을 내고 있는 것일까?
나와 같은 맘일까, 아니면 각자의 고민을 발 뒤꿈치에 매달고 모래 위에 꾹 눌러 담는 것일까.
건조하게 버석거리는 모래와 바닷물에 젖은 경계에서, 난 고개를 돌려 반만 남은 내 지난 발자국을 바라보았다.
달이 더 높은 하늘로 자리를 옮겨간다.
별은 더욱 선명해지고, 자리를 떠난 사람들의 흔적은 포말이 흩어지듯 바닷물에 쓸려갔다.
손에 쥐었던 따뜻한 음료의 온기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서늘해진 짠 바람에 머리카락이 미련처럼 뺨에 달라붙었다.
난 조금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에 괜히 텅 빈 모래사장을 걸어보다가, 홀가분해진 척 바다를 등지고 번화가의 불빛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보도블록 위에 서서 신발의 모래를 툭툭 털어내고는, 다시 시커먼 밤바다를 잠시 바라보았다.
화려하게 빛나는 조명 빛 너머의 바다는 아무것도 없는 공허처럼 까맣게만 보였다.
그러나 파도가 부딪치는 소리는 왁자지껄한 소음 사이에서도 꿋꿋이 들려왔다.
그 소리도 수많은 소음 가운데서도 자신의 자리를 그렇게 버텨내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파도는 계속해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