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내가 이 강변 자전거 길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만 해도 이 길을 지나는 자전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자전거가 달릴 수 있게 잘 정비되어 있음에도 알려지지 않은 탓이었는지, 사람이 거의 없는 외진 산책로의 느낌이 강했던 것이다.
원래부터 사람이 많은 곳을 선호하지 않았던 난 이 적막하고 고요한 자전거 길이 맘에 들었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이곳을 나만의 아지트 삼아 천천히 걷곤 했다.
날이 좋은 날이면 뺨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과 잎사귀가 스치며 나는 소리 사이로 햇빛 한줄기가 내려왔다.
그때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면 나뭇잎 사이로 낮에 뜬 별이 여러 군데 반짝거렸는데, 현실에서 비켜난 듯 평온하고 안온한 이 자전거길의 풍경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언젠가 한 번은 걷는 게 아닌 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달려 본 적이 있었다.
집에 방치되다시피 던져져 있던 낡은 자전거를 끌고 서툰 솜씨로 몇 번 휘청이다 이내 중심을 잡고 첫 발을 뗐었다.
자전거를 마지막으로 탄게 언제였는지.
과연 이 긴 길을 자전거로 달릴 수 있을까?
불안감과 기대감을 싣고 첫 페달을 내리눌렀는데, 의외로 넘어지지 않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 길 위를 달렸던 것 같다.
두 발로 걸을 때와는 다르게 휙휙 바뀌는 주위의 풍경들과 더 시원하게 얼굴을 스치는 바람결이 기분이 좋았다.
작은 건물과 큰 도로가 인접한 초입에서 출발해, 나무와 억새가 우거진 생태 공원, 키 작은 편백나무가 강을 바라보는 공터와 큰 다리 밑을 지나 강과 가장 가까운 둑길까지.
삐걱거리는 자전거 체인 소리와 터질듯한 심장 소리가 엇박을 이루는 와중에도, 넘어지지 않고 목적지에 닿았다는 쾌감에 몸서리가 쳐졌다.
그 이후로 몇 년이 지났다.
이제 이곳은 많은 자전거 동호회와 조깅 크루가 찾는 길이 되었고, 나와 함께 달렸던 낡은 자전거는 몇 년 전 나와 함께 이 길을 달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망가져 사라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쭉 뻗은 이 길 위엔 시원한 바람이 지나고, 낮의 나뭇잎 사이로 별이 뜨며, 작은 새들이 지저귐과 물살이 찰박이는 소리가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나의 수많은 발자국이 남겨져 있으며, 눈물과 한숨과 웃음과 형언할 수 없는 낯설고 수많은 감정들이 추억으로 스며 새겨져 있기에, 이 자전거 길은 나에게 여전히 안식처 같은 평온함을 준다.
난 지금도 그 자전거 길을 자주 걷는다.
오래전 내 낡고 삐걱거리던 자전거는 이제 없지만, 그 추억이 그려놓은 선을 따라 또 다른 모양의 발자국을 새겨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