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7)

파랑

by 별의 여백

바다의 파랑은 하늘과 이어져 수갈래의 색으로 퍼져나간다.


에메랄드빛 열대 바다의 색부터 빛을 잃어버린 검푸른 심해의 색까지, 바다의 파랑은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이 행성을 푸른 별이라 불리게 만들었다.


나는 특히 해가 쨍쨍한 여름 바다의 파랑을 좋아한다.


어느 순간부터 당연해진, 미세먼지로 뒤덮인 혼탁한 하늘도 태양의 기세가 강렬해지는 여름이면 눈이 시리도록 본연의 푸르름을 내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름 하늘의 빛을 머금은 여름 바다의 파랑은 그 어느 때보다 청려하게 빛이 난다.


여름의 어느 날, 그 파랑을 머금은 바다를 떠올리다 보면 문득 그것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주저 없이 길을 나선다.


바다 한가운데 난 기다란 해안도로, 양 옆으로 탁 트인 바다의 풍경.


홍해처럼 바다를 갈라 만든 길은 아니지만, 사람이 만들어낸 이 바닷길을 타고 가다 보면 적요한 쉼터가 하나 있다.


쉼터 맞은편에는 전망대가 있는데, 태양 반대편의벽으로부터 길게 늘어진 그늘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면 땀이 식는 건지 끈적하게 눌어붙는 건지 알쏭달쏭해진다.


그늘임에도 달궈진 지면에서는 전혀 달갑지 않은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그런 불편함에도 수평선까지 또렷한 바다의 파랑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람의 결을 따라 눈이 시려올 정도로 찬란하고 파랗게 일렁이는 파랑(波浪)을 따라 무더위도 흘러 흩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푸르른 물결이 눈이 부셔 고개를 들면 그 위엔 더 새파란 하늘이 있다.


파랗고 파란 것들 사이에서는 무더위도 잠시 넋을 잃는다.


한참을 멍하니 서있다 보니 어느덧 붉어진 팔의 살갗이 눈에 들어왔다. 빨개진 팔과 그 너머의 파랑들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온통 파랗게 물든 그곳에서, 나 혼자만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


묘한 기분이었다.


거해 한가운데 떠밀려 온 끈 떨어진 빨간 부표가 이런 모양일까.


울렁거리는 시퍼런 물결 위에서 허우적거리며 발버둥 치던 시간들이 울컥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그 부표는 파랑(波浪) 위에서 더 먼바다의 파랑을 동경하다 길을 잃어버린 망망대해의 미아로 남을까.


아니면 결국 어딘가로 향할 파랑(波浪) 위에 몸을 맡기고, 표류가 아닌 항해의 길을 선택하게 될까.


답을 알 순 없었다.


그저 도도하게 흘러가는 저 푸른 파랑도 결국 어딘가에는 닿게 되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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