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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심메뉴고민 Apr 28. 2024

여행과 사람

나조차도 바뀌기도 한다

1. 여행과 사람


여행을 대하는 자세는 사람마다 다르다. 


심지어는, 과거의 나조차도 지금의 나와 여행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대하는 자세를 [계획형], [즉흥형] 으로 나누곤 하는데, 그 중 나는 어디에 속할지 생각 해 보면, 중간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속하지 않을까 싶은데, 보통 그 여행지에서 필수적으로 먹어야 할 것, 구경해야 할 것, 체험해야 할 것 등을 리스트업 하고, 동선을 적당히 짜는 식으로 계획을 짜는 편이다. 


완벽하게 계획을 짜지 않는 이유는, 아무리 계획을 짜도 실제로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기도 하고, 어떤 순간에 계획했던 것 말고 다른 걸 하고싶어 진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실제로 그랬던 적도 많다). 마치 오사카에 도착한 첫날 밤, 도톤보리 시내를 걷다가 야키니쿠집에 들어가 하이볼 한 잔을 마시며 고기 한 점을 먹었을 때, 그 순간을 잊지 못하고 다음날 저녁에 먹기로 한 오코노미야키를 스킵하고 다시 그 야키니쿠집을 찾아가게 되는 것 처럼 말이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여행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는 것을 최근 여행에서 깨달았다. 과거의 나는 생각보다 계획적이었고, 치밀했고, 준비성이 뛰어났다. 여행지나 기간과 관계 없이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계획적이었던 과거의 내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이 비교되는걸 체감한 것은 최근 여행에서 교통편을 준비 할 때 였다. 과거에는 미리 개찰구 위치, 매표소 사진까지 찾아가며 머리속에 교통편 이동의 청사진을 다 그려놓고 준비 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미리 준비하지 않아 교통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한참을 헤매던 모습을 보고, 과거에 여행하던 스스로의 모습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과거에도 꽤나 자유로운 여행 스타일을 추구했으나, 지금보다 자유롭진 않았던 것 같다. 1달 정도 여행을 갔을 때에는 몇일차에 어떤 장소를 구경할지, 몇일차에 어떤 도시로 이동할지 등을 전부 계획 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그런걸 정말 하나도 계획하지 않았다. 그냥 가서 꼭 먹어봐야 하는 맛있는 음식들, 구경할 장소들, 들러야 할 도시를 리스트업 하고 1일차부터 즉흥적으로, 순서를 정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근데 정말 신기한 것은, 못 먹은 음식도 있고 못 가 본 장소도 있지만, 정말 자유롭고 재밌게 놀았다는 기분이 든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고 있지만, 점차 이 생각조차 바뀌어간다. 이번 여행에서 특히 과거의 내가 여행을 대하던 자세와 지금의 내가 여행을 대하는 자세가 다른 모습을 보고, 사람은 일관될 수 없고 변한다는걸 느꼈다. 비단 여행 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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