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과 비개발자의 선택지는?
IT업계의 연봉 인상은 최근 취업현장의 핫이슈다. 특히 개발자에 한해서는 신입 초봉에 대한 상한선을 없애기 시작했다는 뉴스는 개발자들의 취업환경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래전 IMF를 거치며 연봉제도가 폭넓게 도입된 이후에도 한국에는 호봉제의 흔적들이 많이 존재했었다. 대기업들 중에서도 실력과 무관하게 경력이 얼마니까 네 호봉은 여기 까지라며 연봉협상의 상한선을 두고 그 이상 협상 자체가 안돼게 해 둔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경력자 위주의 고용으로 돌아서며 이런 제도가 의미가 없게 되었다. 특히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사라진 공채는 신입들의 설자리를 빠르게 무너뜨렸다.
이런 현상이 유독 개발자에게 일어나는 이유는 그만큼 인력을 채용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는 개발자가 갖는 독특한 특성도 단단히 한 몫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개발자들 중 일정 수준 이상의 사람들은 사실상 취업의 국경 제한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일이 컴퓨터 언어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만 되면 그들이 프로그램 내의 로직을 만들고 완성해야 하는 데다 실력이 올라갈수록 그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한국 IT의 두 거물이라 할 카카오와 네이버가 인력수급의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호소할 정도였다. 이제는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건 물론이요 코로나로 비대면 사업이 활성화되니 수요는 전 산업계로 넓게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전에는 외주로 만들던 IT개발팀을 각 기업 내에 만들기 시작했다. 이전엔 은행들 조차 개발팀은 외주를 주는 게 보통이었다. 그들 사업에 정보통신기술을 내재화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핀테크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기존 금융권이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핀테크에서 카카오나 네이버가 발휘하는 영향력은 아직 초기임에도 모바일 뱅킹을 일상화해버릴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거의 은행 지점을 찾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개발자들 중 실력자들은 이미 해외에 많이 진출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일에서 국경을 없애면서 실력 있는 개발자들은 몸값을 글로벌 기준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자신의 직원이 다른 회사에서 더 많은 몸값을 받고 이직하는 게 잘못된 것이 아니라 회사 성과와 관계없이 그들을 업계 최고대우를 해주는 게 맞다는 말까지 했다. 어떻게 직원의 연봉이 회사의 성과와 관계가 없을 수 있겠는가? 그건 직원의 능력 특히 개발자의 능력은 회사의 경영진이 잘 활용 해서 성과로 연결해야 하는 특성을 고려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뛰어난 개발자가 현재 IT업계에는 핵심적인 존재라는 다른 말이기도 하다.
언제는 뛰어난 직원이 있어도 모든 회사들이 잘 되기만 했었나? 아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최고의 실력을 갖춘 개발자가 회사에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가 더 중요하다. 결국 개발자는 어떤 직군보다 귀한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개발자만 이런 대우를 받을까? 미국에서 수많은 직군들 중에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직군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이다.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테이터 사이언티스트가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를 모을 IT 환경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게 사실 더 큰 어려움이다. 데이터를 많이 이용해봐야 이런 직군을 키울 수 있고 기업의 데이터 분석 및 활용능력도 올릴 수 있는데 분석할 기본 데이터조차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한참은 이런 환경을 만들고 데이터를 모을 도구 개발을 위해서라도 인하우스 개발자의 수요가 더 올라가게 될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해외기업들에, 인하우스팀을 꾸리려는 기존 업계 강자들과도 개발자 모시기 경쟁을 해야 한다. 거기에 실력 있는 개발자는 너무나 구하기 힘들다. 구글의 경우 지속적인 개발자 부족으로 이미 몇 년 전에 한국에서 개발자 교육시스템과 캠퍼스까지 열었었다. 그럼에도 개발자는 교육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며 확실한 해결책은 고용할 때 좋은 인재를 최대한 찾아내야 한다는 방향으로 선회하기에 이르렀다.
산업군이나 직군을 떠나 기업들이 좋은 인재가 부족하다는 말은 오랫동안 해온 불평이다. 유별나게 개발자만 실력을 갖추기 힘든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여기에는 현재 한국 대학의 개발자 관련 학과가 정부 규제로 인한 입학정원의 제한으로 실수요를 받쳐줄 정도로 변화하지 않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실제로 스탠퍼드 같은 경우 현재는 컴퓨터공학과의 정원이 450명에 이른다. 거기에 비해 우리나라 서울대는 70명이 다다. 다른 대학들도 입학정원에서 제한을 받는 것은 다르지 않다. 벌써 5년이 넘게 이어진 개발자 가뭄에 수요가 확대일로의 시점인 것과 함께 실력은 경력과 관련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기업들로써는 개발자에 대한 신입 연봉 제한을 두는 것은 무의미해진 것이다. 실상 현재의 개발자 연봉 인상 상황은 신입 개발자 부족만 심해서 일어난 것은 아니다. 실력 있는 개발자를 모시려면 경력을 따지는 게 무의미하기 때문일 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높은 연봉을 받으려면 무조건 개발자가 되어야 하는가? 그렇지도 않다. 간단한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조차 해보지 않은 사람이 많겠지만 개발을 하는 데 있어 기초적인 부분들은 배우기도 쉬워지고 자동화도 많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홈페이지를 만들 때 드래그 앤 드롭만으로 만들 수 있는 사이트는 이미 여러 곳이 있다. 직접 코딩해서 만들 때도 디자인 요소들은 디자인 전문 제공 사이트에서 필요한 디자인의 주소만 복사 붙이기 하면 자동으로 내 사이트의 필요한 곳에 적용되는 시스템은 많은 웹디자이너들의 일자리를 없애 버렸다.
개발의 자동화에 있어서 이미 원하는 기능을 텍스트로 쓰면 프로그래밍을 해주는 인공지능이 나왔다. 그 인공지능을 무료로 쓸 수는 없지만 그런 인공지능이 나온 이상 인간 개발자가 앞으로 얼마 동안이나 필요할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앞으로 자동화 시스템이나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개발자도 얼마든지 빠르게 필요인력의 수가 낮아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금은 인공지능 개발의 아주 초입이고 비즈니스에 소프트웨어가 적용되는 것도 아주 초기 단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수요를 미래의 수요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말하지 않았던가? 만들지 않으면 미래는 오지 않는다고. 따라서 지금 우리는 개발팀을 우리 회사에 만들어 자동화나 플랫폼화 등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받아들이고 이용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그래서 개발자가 많이 필요한 단계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 단계는 뭘까? 그 다음은 코딩을 기본 소양으로 보고 일 할 수 있는 단계이다. 당연히 인간적인 능력 혹은 인간의 선택을 요하는 일들이 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그 일들을 구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제작에 대한 기본 소양이 있어야 하며 종사하는 분야에 대한 유의미한 데이터를 결정하고 그 데이터를 어떻게 모을지 혹은 모인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할지가 개발자가 아닌 직장인들의 일이 될 것이다.
이쯤 되면 여러분은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배워야 할 코딩 기술을 걱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걸 걱정할 때가 아니다. 여러분에게 요구하는 관련 업계에 대한 이해 수준이 빠르게 높아질 것이라는 걸 더 걱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생겨나고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업무를 할 인원뿐만 아니라 직급도 줄어드는 문제점 때문이다. 직급이 줄어들면 일을 하면서 관련업에 대해 파악하고 배울 시간이 많이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즉 회사에서는 반복 업무나 데이터 분석 등을 자동화하고 나면 나머지는 업계 인사이트를 가진 사람들이 할 일이 가장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인사이트가 필요한 일은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업을 잘 알고 잘할 사람만 필요해진다. 이전에는 반복 업무와 데이터 정리 분석에 많은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신입이 적응하고 배울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당신 위에 바로 중간관리자가 앉아 있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너무 비약한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가? 지금 회사들을 보라 이미 신입은 잘 뽑지 않으며 많은 대기업 조직의 막내가 40대인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도 이런데 그나마도 자동화 내지 인공지능에 수동적이던 기존 업계가 이젠 인간의 지능을 대체할 개발팀 유치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지 않았나?
말하고 보니 신입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하지만 눈을 넓혀보면 그렇지 않다. 중소기업들을 잘 살펴보라. 여러분이 알다시피 좋은 직장이 아니니까 아무도 가지 않으려고 하는 회사들이 많은 상황이다. 여기서 자신이 충분한 지식과 최신 학습능력을 갖췄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회사들에 하이테크를 적용할 여지는 상당히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당장 그런 중소기업에 들어가서 자동화를 하자고 하면 그 기업이 움직일까? 이런 기업들은 안타깝게도 IT기술이나 데이터 마이닝은 자신들과 관계없는 일로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기업들을 대신할 기업이 정보기술이나 인공지능을 갖추고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당신이 찾아야 하는 회사는 그런 종류의 회사이고 당신이 창업해야 할 사업도 그런 종류의 사업이 될 때 살아남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물론 기존 기업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현대자동차를 예로 들지 않을 수 없다. 아래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채용페이지 중 신입 채용이다. 자동차 회사에서 할 법한 채용들이 많다.
하지만 채용 전체 페이지를 열었을 때는 완전히 다르다.
자동차 회사 같아 보이는가? 이게 현대자동차가 아니라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IT기업의 채용 페이지라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이건 채용페이지의 극히 일부이고 뒤로 이어지는 수많은 페이지를 열어봐도 신입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도 충격이지만 구인하는 직군은 자동차에 관련된 걸 찾는 게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이런 채용페이지로 알아야 할 게 뭘까? 기존의 협력업체들이 할 일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업무의 디커플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젠 경력직만 찾으니 작은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 대기업으로 가는 길이 더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 작은 기업이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라면 앞으로 현대자동차 같은 전기차 생산업체로 이직은 물 건너갔다는 점이다. 이러면 또 IT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절망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정말 그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진로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든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고 그걸 위해 데이터 리터러시를 갖추어야 한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그래야 당신이 취업할 분야에서 당신의 지식이든 경험이든 실제로 적용할 수 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데이터 리터러시를 키우려면 뭘 해야 할까? 그건 관련 분야의 통계와 익숙해지는 것이기도 하고 관련 분야에서 지금까지 놓치고 있었던 데이터를 찾아내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통계가 아니다. 바로 관련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이다. 지금까지는 일정분야의 공부를 하고 시험을 쳤다면 앞으로는 그래서 네가 아는 걸 실제로 어떻게 써먹을 건 데가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면 당신은 필요 없는 인재가 될 확률이 높다.
즉 당신이 파악한 해당분야의 새로운 데이터를 찾아야 할 수도 있는데 이미 그 분야에서 잘 알려진 통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몰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교수님이 그런 건 안 가르쳐주던데요.'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건 교수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정도는 대학원에서야 해오던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그냥 필요한 기술 수준이 달라지는 정도가 아니라 지식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바꿔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발자가 당신이 말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앱이나 사이트를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그런 데이터를 어떻게 모을지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며 만드는 과정을 함께 해야 하므로 코딩에 대한 소양은 기본이 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여기까지 읽은 분이라면 어떤 전공을 하건 공부할 게 전공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당혹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걱정마라 당신이 디지탈 원주민이라 불리는 Z세대라면 점점 쉬워지는 코딩과 이미 갖춰진 디지털 환경 때문에 디지털 일자리 세계에서 신나게 헤엄치게 될 가능성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