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없는 가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여름 갑자기 피부에 발진이 생겼다. 그게 뭔지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며칠 전부터 이유 없이 통증이 있었다는 것도 생각이 났다. 연이어 몇 년 전 아는 지인이 대상포진을 하면서 겪은 증상들이 생각났고, 그 여름이 유독 더 힘들게 느껴졌다는 것까지 이르자 대상포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피부발진이 있고 72시간 내에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없으면 후유증을 평생 갖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공포가 엄습했다. 토요일이니 집 앞에 있는 대학병원은 진료를 하지 않는다. 당장 카카오맵으로 집 근처 내과를 찾았다.(후에 알았지만 원래 피부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몇 군데 병원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급하게 찾아간 병원은 진료를 하지 않았다. 순간 당황했다. 그러고 보니 근처 약국도 문을 닫은 상태였다. 폐업한 걸까? 알고 보니 그날은 광복절로 바로 이어지는 주말에 월요일이 임시공휴일인 연휴였다. 보통은 토요일이어도 오전진료를 할 병원들도 모두 문을 닫은 거였다.
당황한 마음에 30분은 의원 문 앞에서 우왕좌왕했던 것 같다. 그동안에 사람들이 몇 명이나 왔다가 허탕을 치고 가는 걸 보고 이대로 약 처방을 못 받으면 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도움이 절실해지자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다시 지도앱에서 근처 병원을 찾았지만 그걸로는 진료를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행히 전화걸기메뉴를 보고 바로 몇 군데 전화를 돌렸다. 받는 곳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어느 병원 응급실에서 주말 이틀 동안 항바이러스 링거를 투여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아침 밝디 밝은 태양 아래에서 잠긴 병원 문을 밀었다 당겼다 했던 기억은 아직도 공포로 남아있다. 병원 응급실의 하얀 천장이 천국 같고 작은 링거 약주머니가 그렇게 이뻐 보일 수가 없었다. 대상포진 후유증에 관한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은 이제 나와 관계없는 것이 되는구나. 세상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걸 느끼며 웃었다.
주말이 지나고 다가온 월요일은 임시공휴일이었지만 임시공휴일은 잘 지키지 않는 곳이 많으니 마음 느긋하게 다시 지도앱을 켰다. 이제 대상포진은 피부과로 가야 한다는 걸 알았으니 피부과를 검색했다. 생각보다 피부과는 집 근처에는 거의 없었다. 결국 지도에서 번화가 쪽으로 찾으니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게 중에는 홈페이지가 있는 병원이 있었다. 그 병원 홈페이지에는 친절하게도 당일 임시공휴일 진료뿐만 아니라 광복절이었던 토요일에도 진료를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병원에 대한 호감이 급상승하며 당장 찾아갈 뻔했지만 홈페이지를 조금 더 둘러보니 미용 진료를 주로 보는 곳이었다. 어쩔 수 없이 바로 길 건너에 다른 피부과의원에 전화해 진료여부를 확인 했다. 그곳은 몇 년 전에 갔던 곳으로 치료 목적이 더 맞는 곳이었다.
처음으로 들어가 본 피부과 홈페이지에 많은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진료방향이 내 필요와 맞지도 않았지만 무척 아쉬웠다. 사람의 호감이란 게 그렇게 무서운 거다. 괜히 미용 진료 상담이나 받아볼까 생각을 했으니 말 다했다. 하여간 찾아간 피부과에서 절대 안정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거의 2주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서 멍하니 앉아있기만 하며 회복만을 기다렸다.
그 일로 홈페이지가 없는 병의원에 대해 상당히 불만이 생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홈페이지를 만들고도 무슨 사진갤러리로 쓰는 곳은 더더욱 화가 났다. 정작 진료시간이나 주차장, 중점적으로 보는 진료 병명 등이 없으면 더 그렇다. 왜냐하면 병원 리뷰를 지도 앱에서 바로 볼 수 있지만 워낙 그 수도 적고 무엇보다 병에 대한 정보를 리뷰로 접하는 건 신뢰도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병에 대한 리뷰를 할 사람 자체도 적지만 정신과의 경우 리뷰를 남기는 것에도 부담감을 느끼는 환자가 대다수이다.)
'오늘 진료함. 9시 ~ 6시까지'라는 안내가 큼직하게 올라와 있던 홈페이지로 인해 그 피부과에 대한 내 호감은 거의 무조건적이 될 지경이었다. 얼마나 절실했던 정보였나!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그 홈페이지에 병원과 관련한 어떤 사진도 없이 진료 유무와 시간을 적어둔 그 의원의 직업정신을 찬양하고 있지 않은가.
유튜브가 대세가 되면서 대기업들도 유튜브 채널도 당연해졌다. 하지만 게 중에는 좋아요와 싫어요, 댓글 기능 등을 차단하는 곳들이 있다. 이런 곳의 호감도는 절대 좋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싫은 소리가 무서워서 아무 말도 안 듣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어필하겠다면서 소통을 거부하는 브랜드가 어떻게 좋게 보이겠는가? 그걸 잘 아는 대부분의 개인 유튜버들은 악플이 달릴지언정 소통의 장을 없애지 않는 건 물론 이런 댓글에서 콘텐츠의 아이디어를 얻는 적극적인 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궁금한 점을 댓글에 달아 달라거나 이런저런 논쟁에 자신은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써달라고 하는 것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처음에는 그런 걸 받아봐야 정말 괜찮은 콘텐츠로 사용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SNS 등으로 자신을 표현하는데 익숙한 요즘 사람들은 그런 걸 대단히 좋게 생각한다. 오히려 구독자들이 악플에 대응해서 스스로 정화기능을 발휘할 정도로 적극적인 경우도 흔하다.
지금까지 예로 든 사례들은 생활속에서 쉽게 일어나는 일들이다. 거기다 모두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통해 자신만의 홈페이지를 알리는 것도 얼마나 쉬운지 알 수 있다. 한 페이지 짜리 홈페이지라도 고객에게 요긴한 정보가 얼마든지 큰 점수를 쌓을 수 있다. 간단한 공지사항을 알릴 홈페이지 조차 만들지 않고 동네 영업을 하는 분들은 정말 반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간단한 홈페이지는 무료로 얼마든지 만들수 있다. 앞서 예시에 나온 지도앱에서 링크로 연결되니 사람들이 당신의 홈페이지 주소를 사람들이 외울 필요도 없고 심하게는 도메인을 살 필요도 없다. 즉 당장 만들어서 지도앱, 서치엔진 등에 등록하면 그만이다.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당신의 존재를 찾아줄 플랫폼들이 널렸다. 카카오맵, 네이버지도에서 당신 가게 혹은 영업장 주소를 찾아서 등록하거나 이미 있는 경우에는 홈페이지 정보를 넣으면 그만이다. 얼마나 쉬운가!
자신의 생활 방식이 바뀌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다수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무시한다면 현재 가장 활발하게 성장하는 시장을 놓치게 된다.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건 대단한 스킬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은 잘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걸 나누는 것, 문 여는 시간 혹은 다가오는 공휴일에 영업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 알리는 것들이 다다. 이런 별것 아니지만 현실적인 정보들이 동네 장사에서는 시간이 흐르며 확고한 신뢰로 이어진다는 걸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