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29
시는 2022년 공동시집 *《여기, 나의 우주》*에 실렸던 글입니다.
손주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자연스레 저를 돌아보게 되었고,
오래전 내 차지를 포기하던 어린 날의 저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문득 ‘내 차지’라는 말을 곱씹어 보게 되었습니다.
큰딸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나를 뒤로 미뤄야 했던 날들,
그리고 그걸 잊고 살아왔던 시간들이
시가 되기까지는
이렇게도 오랜 시간이 필요했나 봅니다.
이 시는 저를 위한 기록이지만,
어쩌면 당신 마음 한구석에도 있을
‘서러움을 품고 큰 어른들’을 위해 다시 꺼냅니다.
다시 들여다보니,
그때는 외로움이었지만
지금은 글로 안아줄 수 있는 기억이 되었습니다.
추상(追想)
1
지금 육십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 앙고라 벙어리장갑
내 것을 가져 본 적 없었다
큰 딸로 태어났을 뿐
내 차례 와도
오빠들에게 뺏기고
그나마 남은 것
동생들에게 줘야 했었다
챙길라치면
동생 챙겨야지
인정머리 없다고 엄마의 부지깽이 종아리 쳤었고
오빠 챙겨야지
우애 없다고 아버지 불호령 내 몸 쳤었다
어린 시절
챙긴 건
억울함 그리고 분노
남은 건 서러움
그 시대
꼬물꼬물 내 것
차지가 돌아와도 희생해야 했었다
큰 딸로 태어난 것뿐
2
지금 육십을 바라보며
어렸던 내가 곱씹은 세월
이제 아이도 낳고
결혼도 시켜 본 어른 되었다
서러움 챙긴 내 안의 아이
밖으로 나와
바닷가 모래밭 맨발로 뛰어다니고
파도와 숨바꼭질하며 웃는다
언제부터인가
길가 잡초가 새색시로 눈에 들어오더니
담쟁이 벽에 엎드려 내 마음 훔쳐가고
쳐든 고개 파아란 하늘 가슴에 깔려
눈에 꽂힌 흰 구름마다 꿈 실어내고
하루 기꺼이 걸어간 고된 길 언저리 저녁노을에
감사 씌워 안녕을 고한다
어른 되어서는
내일 또 다른 아침 맞는 고마움
만나는 사람마다 나눌 여유 챙기고
내 둥지에 나를 의지하는 사람 있다는 설렘 돋아 미소 키운다
이제 늙은 어머니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자식들 행복 빌며 기도하는 일 내 차지로 왔다
이내 기꺼운 마음 내고 달콤한 잠 이끌어 편안한
나를 키운다.
<덧붙이는 말>
이제는
내 안의 아이가 웃을 수 있도록,
고단했던 날들에도 인사를 건넬 수 있도록,
저 자신을 조용히 다독이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혹시 이 시를 읽으며
“그건 나의 이야기 같기도 해요”라는 마음이 드셨다면,
우리 서로 손 한번 꼭 잡아준 마음이라 여겨도 될까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