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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희 Jan 05. 2021

2화. 어설프지만 9주간 달렸다

나, 세상에 문 두드리다

글을 쓰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으로 시작하였다.

공감적인 글을 쓰고 싶은데 생각처럼 표현이 안되었다.

내가 잘 쓸 수 있도록 도움을 받고 싶어 9주간 브런치 글쓰기 완주반을 등록했다.


기본적인 강의를 듣고 책 한 권에 대한 계획서를 제출하라는데 난감했다. 마음만 먹었던 일인데 중요한 일이 훅 들어놓은 느낌. 좀 더 세밀한 계획을 구상한 뒤 신청했어야 했나 싶었다.

벌어진 일. 평소에  생각해 두었던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결정하고 전체 틀을 구상해서 제출했다. 한 주가 지나자 과제가 주어지는데 쉽지 않았다. 주제 글을 매주 2 꼭지씩 써내는데 양을 채우기 바빴다. 제출하고 다시 읽어보면 서둘러 써낸 글이라는 것이 보였다. 다른 일도 많이 있는 판에 퇴고까지 할 시간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브런치 작가인 조기준 멘토님이 내 글의 보완점 피드백으로 부끄러운 마음 들자 글쓰기만 매진해야 할 판이었다. 상황적으로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음먹은 일이니 끝은 봐야겠다고 추스르며 시간을 쪼개 쓰기 시작했다.


그 과제 안에는 브런치 작가 신청도 들어있어서 매주 떨어지는 것이 난감했다. 다시 꼼꼼히 읽어보고 기고만장했던 자신감에 김을 빼어야 했다. 떨어질 때마다 시간을 벌자는 마음과 그때마다 내가 나를 점검할 기회가 된다는 마음으로 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진솔하게 써낸 신청서가 드디어 통과되었다. 


너무 기뻤다. 6번이나 떨어지기에 올 1년을 도전할 생각으로 신청했는데 7번째 된 것이라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그 기쁨을 만끽하고 싶기도 하고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될까 싶어 글을 올렸다. 올리고 나서 뿌듯했지만 초보니 천천히 알리자 하는 마음으로 책 한 권 쓰기로 한 것에 집중했다.


매주 과제들을 살피며 쓰던 글을 수정하고 써 놓고 들여다보니 너무 나만의 이야기이다 싶어, 쓰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계속 쓰는 게 망설여지기도 했다. 자꾸 글이 막히는 것이 성급했다 싶어 책을 구입해서 읽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그럴수록 앞으로 나아가 보자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독려했다.


처음에 마음먹은 대로 내가 상담자가 되기까지의 나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해보기로 한 것이다. 상담자라면 자신의 민낯을 보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두려움과 수치감에 부딪혀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해야 하는 것도 상담자 역량과 자질의 한 가지라 생각되니 견디어 보는 것, 해내는 것으로 마음을 감당할 각오를 가졌다.


이제 쓰는 일만 남았다. 각오를 했으니 한결 수월 해진 구상들을 내담자로 상담자로 이어 온 삶을 함께 녹여내는  심정으로 써  내려갔다. 구상만 하고 한 자도 적어놓지 않았던 나는 부족한 글이 될 것에 대해서도 감수할 일이 생겼다.

더구나 공감적 글쓰기의 초보인지라 아주 개인적이면 진상 글이 될 것 같고 전문적인 내용을 넣자니 이론을 나열하는 것이 될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내 딴에는 내 경험과 와 닿았던 마음을 솔직 담백하게 담았다. 독자의 피드백도 받아들이는 연습도 필요하기에 나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기에 힘들지만 설렘이 있다.


9주간 나에 대한 삶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혼자서 했다면 들여다보다 말았을 것인데 핑계 삼아 실컷 요리조리 뜯어보니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저녁마다 쓰는 습관도 들여지고 좀 더 깊이 알아차리려 심호흡도 해보고 음악도 들으면서 나만의 여행을 즐기기 좋았다.


연휴(20년 12월 30일 ~ 21년 1월 3일)에 작정하고 코로나 19 핑계로 두문불출하여 막바지에 집중해 최종 원고라고 다 쓰고 나니 제목이 문제였다. 내용을 다 담았지만 처음에 정했던 '나, 괜찮아 고마워 너 괜찮아'였다. 안 어울리는 것 같아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예사롭지 않은 이야기' '상처가 가진 자가 상처를 치유한다' 등 어느 것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상처가 가진 자가 상처를 치유한다' 정해보았다.


4일 새벽에 최종본을 보내고 나니 원고 마감의 기분이 느껴지는데 묘했다. 일단 부담감이 어깨에서 내려왔다. 그럼에도 제목은 고 민 중.


원고를 보낸 곳에서 편집 과정을 거쳐 나만의 책 한 권을 소장하게 될 것이다.

9주간 달려온 성과로 브런치 작가는 되었으니 만족한다. 원고에 대한 피드백이 그리 나쁘지 않다면 그 또한 덤이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라 생각할 거다. 다른 사람에게는 관심 없는 일이 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엉성한 내 글을 끝까지 읽어주는 지금의 당신도 고맙다.


한 발짝 또 나아갔다. 스스로에게 쓰담 쓰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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