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1 - 육아 난이도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남편의 대체 군복무 끝자락이라 아이에게 시민권을 주기 위해 바로 가서 낳을지, 아니면 여기서 낳고 갈지 고민이 됐다. 아이에게 "시민권"을 주자는 생각에 솔직히 고민이 되었지만. 학생으로 오래 살았지만, 미국에서의 출산/육아는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결국 한국에서 출산하고 몸을 추스른 뒤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만, 남편과 나의 포닥 기간이 무한히 길어질 수는 없어서 출산 후 1년 안에는 나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육아 난이도를 1도 모르고 계획한 일이었다는 게 이제서야 실감이 난다.
그렇게 앞에서 이야기한 "대학원 졸업 후 5년의 황금기를 알지 못했던 나"와 "비자가 제한한 직장 선택의 폭" 등 인생 폭풍의 서막을 알리는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출산/육아의 세계는 신세계였지만, 한국과 미국의 신세계는 그 정의부터가 달랐다.
한국의 출산/육아는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춰진 신세계였다면, 미국은 신분/자산/직장에 따라 착용 가능한 아이템을 챙겨서 스스로 신대륙을 개척해야 하는 신세계였다.
한국:
첫째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어려운 게 아니라면 이 시기가 육아 난이도로 보면 제일 낮은 것 같다.
우선 한국은 사회적으로 체계화된 산후조리 문화가 잘 자리 잡혀 있어서, 출산 후 2주, 혹은 길게는 신생아기 내내 조리원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임신·출산 의료비 바우처라는 직불 카드가 지원된다. 2025년 기준으로 100만 원, 다태아의 경우 140만 원이다. 거주지에 따라 추가로 지급되는 출산 지원금도 있으며, 출산 후에는 산후조리 정부 보조금 등 다양한 지원 혜택이 이어진다.
출산휴가도 점점 늘어났으며, 휴가 기간 동안의 비용 지원 역시 강화되고 있다. 게다가 육아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모님" 서비스나 돌봄 서비스도 잘 갖춰져 있다. 이 서비스는 개인적으로 사설 업체를 통해 이용하거나, 정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파트타임이나 풀타임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정부 보조금으로 어느 정도 지원받을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동수당이나 출산 장려금 형태로 현금이 통장에 입금된다는 점이다.
처음시작이 이래서 그런지 그 다음부터 육아나이도는 상대적으로 급상승하는것 같다.
미국:
미국에서는 자연분만의 경우 다음 날 퇴원, 제왕절개의 경우 4~5일 입원 후 퇴원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아이는 한국의 "모자병동"처럼 부모 병실에 함께 머물며, 병원에서 간단한 목욕 정도만 지원한다. 나머지는 부모가 직접 해야 한다. 퇴원 후에는 산후조리라는 개념 없이 바로 생존과 육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직장 복지에 따라 출산 유급휴가 기간은 정말 천차만별이다. 한국처럼 정부에서 정해진 출산휴가 제도가 없기 때문에, 복지를 고려하지 않는 회사에서는 길어야 일주일, 심지어 무급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
남편의 육아휴직 역시 연차에서 소진하거나, 회사 규정에 따라 신청해야 한다. "인권을 중시한다"고 알려진 미국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주(state)마다 규정이 다르고, 특히 기업 중심 주에서는 병가조차 연차에서 소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 문제도 큰 변수다. 개인이 가입한 보험의 커버리지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 제한되며, 비싼 보험일수록 병원 시설이나 서비스의 질도 크게 차이가 난다. 게다가 출산으로 인해 체류 비자가 연장되는 혜택도 없다.
결국 미국에서의 출산/육아는 신분, 재정 상태, 직장 복지에 따라 너무나 다르게 경험될 수밖에 없다.
검색을 통해 다양한 사례를 확인해보니, 대기업, 명문대 연구실, 대도시 등에서는 복지가 매우 훌륭한 곳이 많았다.그러나 이런 환경은 이민 1세대 출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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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내가 현재 다니는 회사는
스타트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곳이다. 연간 휴가 일수는 무제한이며, 공식 출산휴가는 2주다. 상사는 내가 프로젝트만 잘 관리하면 하루에 몇 시간 일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내가 다시 출산의 과정을 경험한다면, 과거 정리해고를 경험한 나로서는 그렇게 마음 편히 긴 휴가를 쓰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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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영유아기 (만 3세 미만)
3. 유아기 (만 3세 부터 ~ 만 6세, 취학전 까지)
4. 어린이 (만 6세 부터 ~ 만 13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