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칼라 미국 이민자의 삶

삶의 질 I - 육아난이도 (영유아기)

2. 영유아기 (만 3세 미만)

이 시기는 육체적인 힘듦보다는 정신적으로 위축되는 시기라서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특히 나의 경우, 미국에서 육아휴직을 마치고 경력 복귀를 준비하던 시점에 팬데믹이 선언되었고, 결국 무한한 경력 단절의 길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주변에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시골 외지에서 자존감이 바닥을 찍었던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혹은 실제보다도 더 힘든 경험으로 기억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겪었던 현실은 이랬다.


미국에서의 독박 육아

아이의 두 돌까지 미국에서 혼자 육아를 버티다가, 아이가 세 살이 될 때쯤 커리어를 핑계 삼아 아이를 데리고 혼자 한국으로 왔다.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는 미국보다는, 한국에서는 혼자라도 아이를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육아는 최고조로 힘든 일이었다.


미국에서 이모님 고용하기

한국에서는 포닥(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며 연구비에 월세가 제공 되었기에 이모님을 고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모님을 고용하는 건 아예 다른 이야기다.
특히 한국인 이모님을 풀타임으로 고용할 경우, 일반 대학원 혹은 국가 연구소 포닥 월급보다 1.5배~2배 높게 형성되어 있다. 게다가 도시 외곽일수록 이모님들의 비용은 더 비싸진다.

실제로 대학원 포닥 최종 면접을 보고 오퍼 레터를 기다리던 중, 한국인 이모님을 구인하려 했는데, 2019년 당시 월 $4500~$5000을 요구하셨다. 아이 음식 준비나 집안일 없이, 아이만 6시간 돌보는 조건이었음에도 이 정도 금액이었다.
당시 지역이 롱아일랜드(Long Island)였고, 스페니쉬 계열의 이모님도 월 $3500~$4000 정도로 형성되어 있었다.

결국 미국에서 이모님을 고용하는 것은 대기업 고소득자가 아닌경우 선택지가 되기 어려웠다.


미국 어린이집 (Daycare)

미국에서 카운티나 주에서 제공하는 공립 데이케어가 아니라면 Daycare 비용은 엄청나다.

내가 보냈던 곳은 미국 전역에 브랜치를 많이 둔, 동네에서 평점이 높은 곳 Top 3 중 하나였다. 가장 유명한 곳은 **Montessori(몬테소리)**였지만, 그곳은 다른 곳보다 월 $200~$300 정도 더 비쌌다. 그래서 두 번째로 평점이 높은 곳을 선택했다.

아직 정식 오퍼를 받지 못한 상태였기에 반나절만 보내는 프로그램을 선택했는데도 한 달에 $1300을 냈다. 이 정도 돈을 내면 좋은 케어를 받을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아이는 6개월 동안 또래에게 7번이나 팔, 얼굴, 손을 물렸다. 자연적인 성장과정이라 따로 조치는 없이 매번 물린 사실만을 통보 받았다.

한 번은 돌바닥에 머리를 부딪혀서 혹이 생겼왔다. 놀다가 떨어졌다고 한다.

또 한 번은 시럽을 머리에 뒤집어쓴 채로 돌아왔다. 두 달간 목욕하는것을 공포스러워 했다.

간식 시간에는 접시도 없이 책상에 시리얼을 그대로 뿌려줬다.

간식 외의 음식은 매일 아침 부모가 런치박스를 따로 준비해야 했다.

올바른 식습관 교육은 전혀 없었고, 아이가 먹지 않으면 그대로 남겨서 돌아왔다.


한국 어린이집

한국 어린이집은 좋은 곳에만 들어갈 수 있다면, 그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해결되는 구조다. 하지만 좋은 곳은 들어가기가 너무 힘들다.

사실 내가 혼자 한국행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의 사택과 사내 어린이집 복지 혜택 덕분이었다. 혼자라도 육아를 하며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택을 받을 수 있는 대전 지역에서 면접을 보고 오퍼를 받았다. 심지어 연봉/처우 협상 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오직 사택과 어린이집 보장만 요청했다. 하지만 너무 순진했던 걸까? HR 말을 믿고 아이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더니, 사택은 제공되었지만 어린이집은 무한정 대기 상태였다.

여러 차례 인사과에 어필했지만, 인사과에서는 관여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어린이집 우선순위 기준을 알게 되었다.

1순위: 부부가 같은 직장에 다니거나, 한부모 가정

2순위: 맞벌이 부부

3순위: 외벌이

나는 한부모 가정이 아니었고, 맞벌이긴 했지만 남편이 한국에서 소득이 잡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3순위였다.
결국 어느 어린이집도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서울 시댁에 아이를 맡겨두고, 대전에서 주중 내내 초과근무를 한 후, 금요일 오후 초과근무한 만큼 일찍 퇴근해 아이를 데리러 가는 생활을 해야 했다. 아이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주말뿐이었다.

그래도 운이 좋았던 건, 3개월 만에 시부모님 집 근처 어린이집에 자리가 났다는 것.
이 어린이집은 도시락도, 간식도 따로 요구하지 않았고, 게다가 무료였다.

그리고 다양한 수업 내용을 앱으로 공유도 해주고 선생님도 매일 매일 어떤 활동을 했고 아이가 어떻게 지냈는지 피드백을 주셨다. 돈을 내고 다녔던 미국 어린이집과 엄청난 퀄리티 차이였다.


미국 vs 한국 육아 총평

미국에서의 육아는 철저히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

부모의 시급이 데이케어 비용보다 높지 않으면, 결국 아이를 키우면서 커리어를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어서야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이가 둘, 셋일 경우 선택지는 더욱 제한적이다.
같은 데이케어를 보낸다면, 형제 할인이 겨우 $200 정도밖에 안 된다. 하지만 아이 한 명당 따로 데이케어 비용을 내야 하므로, 육아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결국, 미국에서의 육아는 돈이 없으면 선택지가 없고, 한국에서의 육아는 시스템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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