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칼라 미국 이민자의 삶

삶의 질 I - 육아 난이도 (유아기)

3. 유아기 (만 3세 - 만 6세)

이 시기는 영유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만 3세부터 유치원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추가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부모의 시간적 여유에 따라 다양한 과외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가 40개월쯤 되었을 때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실상은 한부모 가정이지만, 서류상 한부모가 아니었기 때문에 지원을 받을 수 없었고, 매주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경력 유지 vs. 아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결국 나는 아이를 선택했고, 가족이 함께하기 위해 남편이 있는 캘리포니아 어바인으로 이주했다. (한국에 있는 동안, LA 있는 스타트업에서 이직 제의가 있었다. 보통은 선택하지 않았을 선택지였으나 아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선택했고, 그로 인해 나의 첫 이민자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풀어보려 한다.)


1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아이는 한국에서 말문이 트였고, 한국어가 모국어로 자리 잡았다. 미국을 떠나기 전 데이케어에서 힘든 경험을 했던 터라, 이번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Montessori Daycare에 보내기로 했다. 만 3세 반부터는 본격적으로 ‘교육’ 개념이 도입되기 때문에, 아무 때나 입학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가을, 겨울, 여름 학기 등 정해진 시기에 지원서를 제출하고 상담을 거친 후 입학해야 했다.


Montessori 교육 방식은 다른 유치원과 달리 놀이를 통해 아이가 자신의 속도에 맞춰 학습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3~6세 아이들이 한 반에서 생활하며, 교실에는 학습 테마에 맞춰 다양한 교구들이 배치되어 있다. 아이들은 매일 원하는 테스크(task)를 설정하고, 때로는 또래 혹은 나이가 다른 친구들과 협력하며 학습한다. 오전에는 학습이 이루어지고, 오후에는 정원이나 놀이터에서 야외 활동을 한다. 또한, 3개월 주기로 선생님과 1시간 동안 아이의 학교 생활과 학습 발달 정도에 대한 상담을 진행한다.

아이는 여름 학기에 입학했는데, 당시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Montessori의 교육 방식 덕분에 아이는 자신의 속도에 맞춰 미국 유치원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 특히 여름 학기는 놀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처음에는 유치원을 두려워하던 아이도 점차 영어로 친구들과 소통하며 적응해 나갔다. 또한, 캘리포니아 남부 특유의 밝고 친근한 분위기와 아시아인이 많은 환경 덕분에, 한국 유치원에서 수다쟁이였던 아이가 비교적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후 직장 때문에 한국인이 거의 없는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즈버러(Greensboro)의 Montessori 유치원에 입학했는데, 지역과 인종 구성이 다르면 유치원의 분위기와 운영 방식도 상당히 달랐다. 만약 이곳이 아이의 첫 유치원이었다면, 아마 우리 아이는 오은영 박사의 ‘금쪽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시기부터는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이 시작된다. 교육에 열정적인 부모들은 정규 수업이 끝나는 오후 2시 30분 이후부터 다양한 과외 활동을 추가한다. 구몬, 피아노, 태권도, 축구, 발레, 댄스, 음악, 과학 등 선택지는 무궁무진하다. Montessori 유치원 내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 45분간 진행되는 방과 후 활동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한국 어린이집도 연령별로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을 운영했으며, 비용은 한 달에 5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면, 캘리포니아 어바인의 Montessori 유치원에서는 10주 과정의 방과 후 프로그램이 $200~$250 정도였다.

Montessori에서 ‘연장 프로그램(extension)’을 신청하면 기본 수업료 외에 하원 시간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방과 후 활동을 추가하면 해당 수업료를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어서 댄스, 음악, 축구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 그다음 달 청구된 카드 내역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Montessori 유치원에 보내는 가정에서는 이 외에도 여러 방과 후 활동을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과 달리, 부모가 아이를 직접 데려가서 대기하고, 끝나면 다시 픽업하는 방식이다.

보통 맞벌이 가정은 Montessori 내에서 제공하는 방과 후 활동을 주로 활용하거나, 주말에 여러 개의 방과 후 활동을 추가한다. 하지만 부부 합산 소득이 $250,000 이상이 되지 않는다면, 월세, 생활비, 기본 Montessori 비용을 지출하고 나면 추가 활동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나처럼 스타트업 엔지니어로 일하는 워킹맘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가장 하고 싶은 활동을 하나만 선택하도록 했다.


미국의 교육은 특히 서부 대도시 교육은, 부모의 경제력과 시간적 여유에 철저히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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