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II - 주마다 너무 다른 미국생활 3.1 테네시 정착기
다른 주에서의 삶을 이야기하기 전에, 지금 정착기를 겪고 있는 테네시 생활부터 먼저 이야기해보려 한다.
글을 쓰는 지금, 테네시 주 녹스빌(Knoxville)에 정착한 지 딱 한 달이 되었다.
한 달 동안의 총평을 내리자면, 10점 만점에 9점!!.
감점 요인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주변에 한국 마트나 한국 식당이 없다는 점, 또 하나는 큰 공항과의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를 제외하면 날씨, 생활물가, 주거비, 공립학교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지금까지 살아본 도시들 중 만족도가 가장 높다.
사실 처음 테네시로 이사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국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주이고 도시여서 “또 "시골"로 가야 하나…” 하는 좌절감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던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즈버로(Greensboro)보다 더 시골일 거라는 선입견 때문에 거부감과 걱정이 컸다.
실제로, 한국에서 이민 온 1세대로서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먼저 검색해보는 건 늘 H마트나 대형 한국 마트와의 거리다.
그린즈버로의 경우, H마트가 차로 1시간 30분 거리였고, 차로 20분 거리에 Super-G 마켓이라는 꽤 큰 한국 슈퍼도 있어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하지만 테네시로 이사하면서 주변을 검색해보니, 가장 가까운 H마트는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있는 한인타운뿐이었고, 그 외엔 차로 15분 거리에 ‘러키 마켓’ 하나 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규모가 작아 앞으로는 꾸준히 한국 식재료를 사러 ‘한국 장보기 원정’을 떠나야 할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기에 이삿짐을 꾸리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막상 살아보니, 앞서 이야기했던 여러 기준들에서 오히려 ‘이민 1세대’로서 테네시가 가장 살기 적합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지만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이번 글에서 나눠보려 한다.
1. 날씨
아직 테네시에서 사계절을 모두 겪어보진 않았지만, 이전에 살던 NC 그린즈버로에서의 경험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 중동부 지역은 한국처럼 4계절이 뚜렷하되 여름과 겨울의 기온이 한국보다 온화한 편이다.
그린즈버로에서 날씨에 대한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녹스빌 역시 위도상 비슷하면서도 조금 더 서쪽에 위치해 있어 기후는 거의 유사하다.
게다가 동부 시간대의 서쪽 끝자락에 자리하다 보니 하루 해가 더 길게 느껴지는 점도 만족스러운 요소다.
2. 주거비
구글에 따르면 테네시의 평균 주택 가격은 약 $300,000 수준이며, 렌트비는 미국 평균 대비 20%~30% 저렴한 편이다.
내가 거주 중인 녹스빌 외곽 Farragut 지역은 최근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지역으로, 새로 지어진 타운하우스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주변 3-4 베드룸의 단독주택은 $400,000~$500,000 사이에 형성돼 있으며, 이 정도 규모의 집 렌트비는 월 $2,700~$2,900 정도다.
아파트의 경우 Farragut 중심에 위치한 '럭셔리' 아파트들도 3베드 기준 월 $2,800~$3,000 선으로, 이전에 살던 Greensboro와 비슷하거나 약간 저렴한 수준이다. 대도시에 비하면 확실히 합리적인 가격이다.
3. 낮은 재산세와 주 소득세 없음
이곳에서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차량 등록 시 납부하는 등록세였다.
같은 차량인데도 Greensboro에서 냈던 등록세에 비해 이곳은 1/5 수준에 불과했다.
검색해 보니 테네시는 전국 평균보다 낮은 재산세율을 가지고 있으며, 주 소득세가 아예 없다.
실제 급여를 받으며 세금 차이를 크게 체감하진 못했지만, 앞으로 이곳에 정착해 집을 구매하게 된다면 분명한 장점이 될 수 있는 요소다.
4. 낮은 생활 물가, 다만 높은 판매세
생활 물가가 전반적으로 낮은 점도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가장 쉽게 비교할 수 있는 항목 중 하나인 기름값은 Greensboro보다 갤런당 약 $0.20~$0.30 저렴한 $2.80 정도 수준이다.
다만, 테네시의 판매세는 7%로 비교적 높은 편이므로 소비할 때는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료품의 경우에는 판매세가 4%로 적용되기 때문에, 체감되는 생활비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5. 예상보다 만족스러운 공립학교
이사 전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아이의 학교였다.
그동안 만족하며 다녔던 Greensboro의 차터 스쿨을 떠나, 도시에 단 하나뿐인 공립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다녀보니 생각보다 훨씬 만족스럽다.
지역 내에 단일 학교인 만큼 규모가 크고, 시설도 새롭고 잘 정비되어 있다.
도서관 등 공공시설과 연계된 프로그램도 잘 운영되고 있고, 무엇보다 학교 급식이 정말 잘 나온다.
아이들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순박한 편이다.
Greensboro에서는 외부 유입이 적다 보니 전학을 가면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이곳은 인구는 적지만 아이들 간 분위기가 비교적 포용적이다.
실제로 우리 아이가 전학 오기 전, 같은 학년 전교생 중 한국인은 한 명뿐이었고, 최근 한 명이 더 전학 오면서 현재는 총 세 명이다.
다행히도 우리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
물론 요즘 들어 “친구들이 자기랑 다르게 생겼다”며 한국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기도 한다. 아시안 비율이 낮은 것이 확실히 체감되긴 하지만, 인종 간 위화감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아직은 이곳 생활의 첫인상일 뿐이지만, 지금까지는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점들도 분명 생기겠지만, 그 또한 이민 생활의 일부일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도 차차 나눠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