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무너졌다.

미국의 아파트 반상회 HOA 역할

지난 일주일 동안 테네시에는 태풍이 두 번이나 지나갔다.

특히 마지막 태풍은 위험 수준이 높아, 핸드폰에 “밖에 나가지 말고 집 안에서도 안전한 곳에 있으라”는 경고 알림이 울릴 정도였다.

그동안 아파트에 살 때는 큰 태풍이 와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그냥 ‘아파트 건물이 튼튼하겠지’ 하고 믿는 수밖에 없었는데, 막상 주택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계속되는 태풍을 겪으니 ‘혹시 집이 무너지면 어떡하지?’, ‘정전되면 어떻게 하지?’ 같은 현실적인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결국 일이 터졌다.

밤사이 태풍에 집 울타리 밖에 있던 나무 한 그루가 쓰러진 것이다.

‘흠... 이걸 어떻게 처리하지?’ 싶었는데, 다행히(?) 우리는 세입자였고, 이런 상황에서 연락할 수 있는 집주인이 있었다.

집주인은 HOA(Homeowner Association, 주택 조합)에 연락했고, 조합 측과 긴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끝에 곧 나무를 제거해 줄 사람을 보내기로 결정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가 주택에 살면서 처음 접한 HOA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보려 한다.

미국의 주택조합 HOA

한국에서는 아파트에 살게 되면 자연스럽게 입주자 등록과 함께 회비를 내고, 반상회 등을 통해 공동 민원을 해결하곤 한다. 미국도 비슷하다. 다만, 단독 주택이 밀집된 구역은 ‘HOA’라는 주택 조합을 결성해서 회비를 걷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의 HOA는 하나의 ‘기관’처럼 꽤 체계적이고 규율이 엄격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조합의 주요 목적은 ‘주변 환경을 잘 유지해서 집값을 방어하거나 높이는 것’에 있기 때문에, 실제 집 외관이나 정원 상태에 대해 세세한 규칙이 많고 제약도 많다.

그래서 HOA의 관리자에 따라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회비 역시 만만치 않다. 커뮤니티 내에 수영장, 테니스장 같은 공동 시설이 많을수록, 규모가 클수록 HOA 연회비도 높아진다.

어떤 집주인은 이 회비를 월세에 반영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집을 살 때 HOA 회비의 존재를 간과했다가 나중에 부담으로 느끼는 일도 흔하다. 실제로 “돈은 많이 드는데 제약도 많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처럼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를 HOA에서 처리해주는 걸 보면, 그동안 낸 HOA 회비의 값어치를 드디어 느낄 수 있었다. (집주인이 공유한 문자 내용을 보니, 제때 빠른 조치를 받으려면 꽤 강하게 어필해야 하긴 했다.)

이렇듯 HOA는 개인이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있어, 민원 처리의 첫 관문이 되어 준다.

� HOA가 처리해주는 대표 민원 예시

� 주택 외관 및 정원 관련

잔디를 너무 오래 깎지 않아 보기 안 좋을 때

쓰레기통을 며칠씩 길거리에 내놓는 경우

집 외벽 색을 규정 외 색으로 칠했을 때

금지된 구조물 설치 (예: 너무 높은 울타리, 텐트, 창고 등)

자동차나 RV, 트레일러를 장기 주차했을 때


� 공용 구역 관리 관련

놀이터, 산책로, 수영장 등의 시설 파손

공용 조명 고장 (예: 가로등, 입구 조명 등)

도로 파손, 눈 치우기 문제

입구 정원, 펜스 등 공동 조경 관리


� 이웃 간 분쟁 중재

심한 소음 (예: 파티, 반려동물 짖는 소리 등)

반려동물 배설물 방치

이웃의 주차 공간을 지속적으로 침해하는 경우


� 규칙 위반 신고

HOA 규약(CC&R, Covenants, Conditions & Restrictions) 위반 전반
예: 불법 개조, 벽에 광고 게시, 상업적 활동 등



✅ 민원은 이렇게 접수해요

HOA 웹사이트나 이메일로 공식 접수

앱이나 포털로 사진과 함께 제출 가능

주민 회의(분기별 등)에 직접 참석해 발언도 가능


그동안은 ‘귀찮은 존재’처럼 느껴졌던 HOA,
막상 문제가 생기니 결국은 찾게 되는 곳이라는 걸 실감한 한 주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화이트 칼라 이민자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