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Korean"

변화한 한국의 위상

아이가 갑자기 유튜브를 보다가 "I am Korean!"이라고 크게 외쳤다.
그 외침을 듣는 순간,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아이에게 물었다. “학교에서 다른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인이라고 말할 때, 어떤 기분이 들어?”

그러자 아이는 “I don’t know… 그냥 한국인이니까 말하는 거지. 왜?”
아이에게는 그저 자연스러운 자기소개일 뿐이었다.

그 대답을 듣고 나니, 내가 처음 미국 생활을 시작했을 때 ‘I am Korean’이라고 말해야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유학을 일찍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15년 전만 해도 어학원에서 함께 수업 듣던 유럽 친구들이나 해외 경험이 전혀 없던 미국 친구들에게 “I am Korean”이라고 말하면, 그 뒤엔 늘 이런 설명이 따라붙곤 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야.”
“북한이 아니라 남한이야.”

그리고 왠지 모르게, 내 행동 하나하나가 한국인을 대표하는 것 같아 나쁜 짓은 절대 하면 안 되고,
‘Ugly Korean’이 되지 않도록 손해를 보더라도 항상 좋은 이미지를 남겨야 한다는, 아무도 시키지 않은 사명감까지 품고 있었다.

그래서 그 시절, ‘I am Korean’이라는 말은 단순한 자기소개가 아니라,
‘나는 한국인이고, 한국은 좋은 나라야’라는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는 묘한 책임감이 담긴 말이었다.

그런데 아직 2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세상은 정말 많이 변했다.
이제는 미국 시골 곳곳에도 퓨전이든 뭐든 한국 식당이 있고,
코스트코 같은 대형 매장에서도 한국 브랜드 음식이 당연하게 팔린다.
사람들도 이제는 아시안처럼 생겼다고 무작정 “중국인이야?” “일본인이야?” 하고 묻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설명하기도 전에 상대가 먼저 말한다.
“K-pop!” “BTS!” “Korean BBQ!”

이제는 한국을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한국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는 ‘I am Korean’이라고 당당하게 말하지만,
그 안에는 더 이상 복잡한 설명도, 변명도, 부담도 없다.
그저 자신이 누구인지 소개하는 자연스러운 말일뿐이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종종, 아무 기반도 없이 이민을 시작하셨던 1세대 분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처럼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환경도, 언어도, 문화도, 학교라는 울타리도 없이,
모든 게 낯선 땅에서 묵묵히 버티며 기반을 일구어내신 분들.
그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우리 세대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이제는 세계적인 문화의 흐름을 만들고,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도,
한국인으로서 참 자랑스럽고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민 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나로서는,
그 1세대 분들이 힘들게 만들어놓은 길 위에서 한결 편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비록 지금도 300마일을 달려 한인 마트에 가야 할 때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한국 음식이 간절하게 그립지 않은 건, 이미 이곳에도 한국 문화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진다.
나의 다음 세대인 아이는, 앞으로 어떤 경험을 하며 자라게 될까?

아이의 외침 하나에 불쑥 떠오른 나의 첫 유학생활.
그리고 잊고 지냈던 애국심이, 순간 불타오른 그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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