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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칼라 이민자의 삶 - 미국의 취업길...

이번 주에는 일상 이야기를 잠시 접고, 다시 커리어 빌드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처음으로 학교가 아닌 기업에 취업을 준비할 때, 국내든 해외든 ‘회사 공식 사이트에 올라온 채용 공고를 통한 지원’이 가장 공정하고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왜 그렇게 믿게 됐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그냥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회사 내부 HR이 아닌 외부 리크루터를 통해 지원하는 방식은 좀처럼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 사람이 과연 내 커리어와 역량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괜히 연봉을 낮게 제시하거나, 반대로 너무 높게 불러서 오히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 방해가 되진 않을까?”


이런 의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면서 ‘공식 루트를 통해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식’이라는, 지금 생각하면 꽤 말도 안 되는 결론을 내렸었다.

그래서 첫 직장을 선택할 때도 리크루터의 연락은 일부러 피하고, 한국 기업의 공개 채용을 통해 면접을 보고 입사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야 그 생각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외부 헤드헌터들은 이력서를 보고 지원자의 ‘시장성’을 판단한다.
그리고 그 시장성에 맞는 회사와 포지션을 연결해 준다.
그렇기에, 지원자 입장에서는 내 커리어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도 외부에서 일정 수준 검증된 인재라는 신뢰를 기반으로 이력서를 받아보게 된다.

그래서 동일한 포지션에 지원하더라도, 리크루터를 통해 들어온 이력서는 자연스럽게 우선순위가 된다.
아무리 내 이력서가 화려해도 자발적으로 채용 사이트를 통해 들어온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된다.
특히 인기 있는, 조건 조은 포지션일수록 지원자는 넘치고, HR은 그 많은 이력서를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
결국 외부 리크루터가 가져온 이력서가 먼저 인터뷰 테이블에 오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이다.


이런 차이는 연봉 협상 과정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헤드헌터를 통해 입사하는 경우, 애초에 협상의 테이블에 앉을 자격 자체가 생긴다고 할까.


예를 들어 LG에너지설루션 입사 당시, 공채 면접을 통과한 뒤 입사 조건을 조율할 때 회사 측에서는
“해외 박사의 입사 조건은 국내 박사와 동일하며, 사이닝 보너스나 사택 제공은 없다”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당시 나는 혼자 아이를 데리고 귀국하는 상황이라 사택이 꼭 필요하다고 강하게 어필했고, 결국 어렵게 사택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입사하고 보니, 국내 박사들도 상황에 따라 사이닝 보너스는 물론이고, 원하는 층과 사이즈까지 선택해 사택을 제공받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나보다 졸업 연도가 5년이나 늦고, HR 추천을 통해 입사한 국내 박사 분과 비교했을 때 연봉 차이도 고작 100만 원 수준이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해외 박사라고 해서 국내 박사보다 연봉이 높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다만, 업무 적합성이 비슷한 상황에서도 ‘입사 경로’에 따라 협상의 여지와 조건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 사실은 나중에 같은 시기에 입사한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같은 팀에서 일하던, 나보다 10년은 어린 동기 분이 무심코
“박사님은 해외에서 오셨으니까 연봉 좋으시겠네요?”라는 질문이 계기였다.
그 순간 ‘그래도 나름 경력 잘 살려서 여기까지 왔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던 내 마음에 찬물이 확 끼얹어졌다.

그날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꼈다.
‘내가 몰랐던 정보 하나가, 이렇게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구나.’


- 다음 회 -> 그렇게 시작된 인맥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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