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 이민자의 삶
지난주, 링크드인으로 내가 예전에 다녔던 직장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를 보는 순간 왠지 모르게 그 사람의 인생을 구해내야겠다는 사명감까지 들면서 당장 답장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곧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그 직장에서 제안을 받았을 때, 설령 누군가가 미리 경고를 해줬다 한들, 과연 내가 쉽게 받아들였을까?"
"만약 내가 회사가 원하던 뛰어난 인재였다면, 그 직장은 나에게도 좋은 직장이 되었을까?"
이런 복잡한 마음이 겹치면서, 선뜻 답장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개인적인 조언보다,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에서 총 6번의 직장 생활(포닥 연구실 포함) 속에서 직접 경험하며 얻은 ‘레드라잇 직장 체크리스트’를 공유해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경험한 결과, 내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이것이다.
"직장의 분위기나 환경은 ‘나라’나 ‘업종’보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이라고 무조건 수평적이고 쾌적한 환경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한국이라고 일방적인 문화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중요해진 건, 직접 지원하는 회사의 '사람들'을 면접 과정에서 잘 관찰하고 판단하는 일이다.
면접은 단순히 내가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라, 나도 회사를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여야 한다.
직장은 단순히 1~2개월 머물다 마는 공간이 아니다.
한 번의 선택이 다음 커리어에까지 영향을 주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면접 과정에서 어떤 신호를 주의 깊게 봐야 하는지,
‘레드라잇 직장’을 걸러내기 위한 체크 포인트를 함께 나눠보려 한다.
미국 회사의 면접 과정은 보통 HR(인사팀)과의 스크리닝 인터뷰로 시작된다.
이 단계는 실무 적합성보다 기본적인 자격 요건과 입사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다.
HR이 먼저 연락을 주고, 이후 실무자와의 인터뷰가 2차, 3차로 이어지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 1차 면접에서는 HR이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경력을 깊이 있게 설명하기보다는 핵심 키워드 중심으로 쉽게 풀어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로 확인하는 항목은 다음과 같다:
내가 지원한 포지션에 적합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가
비자 상태는 어떤가
언제부터 입사가 가능한가
이주가 가능한가
희망 연봉은 어느 정도인가
대체로 실무 외적인 사항을 중점적으로 묻는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면접의 마지막 질문인
“우리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 있으신가요?”를 그냥 흘려보낸다.
보통 연봉이나 입사일 같은 '나' 중심의 질문으로 마무리하기 쉽지만,
사실 이 타이밍이야말로 '레드라잇 직장'을 걸러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질문을 하기 전, 먼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직장 환경이 어떤 모습인지 정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 경우, 1순위는 유연한 근무환경이다.
아직 아이가 어린 만큼,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회사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기본적인 질문—예: 연봉, 입사 가능일 등—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진다:
연간 기본 휴가 일수는 얼마나 되는가?
병가(Sick Leave) 제도는 있는가?
직원들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이나 지원 제도는 어떤 것이 있는가?
회사의 평균 근속 연수는 어떻게 되는가?
이 중에서도 '평균 근속 연수'는 중요한 지표다.
Turnover rate(이직률)이 높다는 건, 복지가 아무리 좋게 정리되어 있어도 실제로 잘 운영되지 않고 있거나, 사람들이 회사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첫 번째 미국 직장에서 이직률을 물어봤을 때, 평균 근속 기간이 1~2년이라고 했다.
처음엔 미국은 원래 이직이 잦은 나라라 그런가 보다 했지만, 입사해보니 정리해고가 자주 이루어지는 구조였고, 나 역시 1년 1개월 만에 해고되었다.
말 그대로 그 평균 수치에 들어가게 된 셈이다.
두 번째 미국 직장에서는 이 질문을 하지 않았던 것이 지금 생각해도 가장 큰 실수였다.
입사 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팀 동료에게 물어보니, 평균 근속 기간이 6개월이라고 했다.
이직률이 그 정도로 높은 회사라면, 뭔가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HR과의 스크리닝 인터뷰는 단순한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회사가 나를 평가하는 시간'이자, '내가 회사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두자.
레드라잇 신호는 이 단계에서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