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잇 직장 체크리스트

화이트칼라 이민자의 삶

2단계 – On-site Interview 전까지: 실무진들과의 단계별 면접

HR의 스크리닝 인터뷰를 통과하면, 그다음부터는 회사의 규모나 포지션 특성에 따라 여러 단계의 실무 면접이 이어진다.

이 단계는 기본 역량을 검증받는 과정이라 준비할 것도 많고, 부담도 컸다.
면접마다 요구하는 포인트가 조금씩 달랐고, 마치 범위 없는 시험을 계속 치르는 기분이었다.

나는 미국에서 세 번 이직하면서 배터리 연구원, 프로세스 엔지니어, 배터리 테스트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나와 키워드가 겹치는 다양한 포지션에 지원한 적이 있다.
일단 관심 있는 분야면 시도해 봤고, 몇몇 곳은 on-site 인터뷰까지 이어졌다. 포지션에 따라 3~4단계에 걸친 면접을 본 경우도 있었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포지션은 코딩 테스트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과정에서 느꼈던 피로감이나 스트레스는 단순히 준비의 어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점점 더, ‘이 일이 정말 나와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공부할 게 너무 많고 준비가 과하게 필요했던 면접은, 어쩌면 애초에 내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이 단계에서도 레드라잇은 보인다

실무 면접에서는 한 번쯤 본인의 연구나 경력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발표에서 나는 두 가지를 유심히 살펴보게 됐다.

1. 팀원들이 발표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려고 하는가

세부 전공까지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함께 일할 팀이라면 적어도 발표의 맥락이나 핵심 개념 정도는 파악하려는 태도는 보여야 한다.
그게 없다면, 실무 과정에서 소통이 어렵고 엇갈리는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2. 상사 또는 임원이 일방적인 사람인지 아닌지

면접에 들어온 상사 또는 임원이 어떤 태도로 대화에 임하는지도 중요했다.
내 설명에 반응하며 대화를 주고받는 사람인지, 아니면 회사 자랑이나 자신의 경력 이야기만 이어가는 사람인지 살펴보게 된다.

실제로 겪었던 레드라잇

미국에서 일했던 두 스타트업 회사 모두, 면접 당시 내 전공이나 전문성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첫 번째 회사는 팀 구성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던 초기 단계였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그런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시뮬레이션 전공자인 나에게 실험 업무가 주어졌고, 결국 전공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1년을 보내게 됐다.
배터리 셀을 직접 만들며 배운 것도 많았지만, 만약 내 전공을 더 잘 이해한 상태에서 역할이 주어졌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더 효율적인 결과가 가능했을 거라 생각한다.

두 번째 회사는 더 명확했다.
면접 당시 대표는 한 시간 가까이 자신의 커리어와 회사 자랑만 이어갔다.
내 이력이나 경험에 대해서는 관심 있는 척만 했고, 실제로는 어떤 질문도 없었다.
그때는 그냥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명확한 ‘레드라잇’이었다.

왜 이 점이 중요했는가

회사에서는 대부분의 일이 협업으로 이뤄진다.
각 팀이 서로의 전문성을 이해하고, 일정 수준의 소통이 가능해야 일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대학원 연구실처럼 혼자 결과를 만들어내는 구조와는 다르다.

그리고 만약 상사가 일방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이라면,
나중에는 내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일방적인 지시만 이어지는 환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조직문화는 장기적으로 일하기 어려운 곳이 될 수 있다.

면접은 회사를 평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회사는 나를 평가하지만, 나 역시 회사를 평가해야 한다.
내가 이 팀과 잘 맞을 수 있을지, 어떤 문화에서 일하게 될지를 판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가 면접 과정이다.

나도 두 번의 경험을 통해 그 점을 깨달았다.
그 이후부터는 면접 과정에서 나 역시 회사를 관찰하는 시선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행히,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내가 염두에 두었던 ‘레드라잇’ 요소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강한 ‘그린라잇’ 사인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아주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다.


다음 회: on-site을 원치 않는 회사, 그리고 이상한 계약조항의 예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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