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의 선순환 II -MZ세대의 이직의 변(辯)

화이트 칼라 이민자의 삶 - 슬기로운 직장생활

한국으로의 이직, 선순환은 가능한가

미국에서 자발적·비자발적 이직을 거쳐 결국 세 번째 직장에 안착했다.

인생 첫 정리해고로 시작된 비자발적 이직은, 내 전문성에 대한 이해 없이 조급하게 선택한 결과였다. 준비되지 않은 판단은 곧 레드라이트로 가득한 회사 경험으로 이어졌고, 그 끝에서 나는 자발적 이직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 선택은 내 전문성을 다시 찾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은 비교적 안정적인 항로를 이어가고 있다. Industry에 발을 들인 지 3년 만에 비로소 내가 잘 활용될 수 있는 직장을 얻은 것이다.

그 긴 여정 동안 세 번의 회사를 거쳤다. 이직 사이의 공백, 수많은 지원서와 인터뷰, 그리고 남편의 이직 과정까지 겹쳐 한국과 미국의 이직 문화 차이를 동시에 경험했다. 이 경험은 “이직”을 바라보는 시각과 문화가 얼마나 다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미국에서의 이직 문화

내가 경험한 미국에서의 이직에 대한 태도는 이랬다.

좋은 회사일수록 이력서 속 ‘공백 기간’ 자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대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의미 있는 경력이나 배움으로 채웠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또 직전 회사에서의 경험뿐 아니라 10년 전 프로젝트 경험이라도 현재 포지션에 맞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을 선호했다. 이는 부서 간 협업과 소통의 폭을 넓히는 자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연봉과 처우 협상도 마찬가지였다. 경력과 경험을 총체적으로 바라본 뒤, 내가 목표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조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한국에서의 경험

반면, 남편이 경험한 한국 구직 시도는 사뭇 달랐다.

내 잘못된 선택으로 남편은 캘리포니아 직장을 그만두고 나를 따라 그린스보로로 왔다. 그러나 예상보다 길어진 구직 기간에 초조해진 그는 결국 한국행을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놀라웠던 점은 면접 질문의 초점이 ‘전문성’이 아니라 ‘가족 문제’에 있었다는 것이다.

“왜 한국으로 돌아오려 하느냐”
“가족은 어디에 살 것이냐”
“아내도 같이 회사로 옮길 가능성이 있느냐”

심지어 불순한 동기를 가지고 지원한 것이 아닌지 확인하려는 공격적인 질문까지 이어졌다. 자발적 지원자라는 이유로 경력은 ‘바겐세일’처럼 평가절하되었고, 전문성은 뒷전이었다. 실제로 한국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경력 있는 신입’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해외 경력조차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현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남편은 한국행을 접고 다시 미국에서 구직에 나섰고, 지금은 테네시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내린 결론

이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분명하다. 한국으로의 자발적 이직은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그래서일까. 때때로 지인이나 시부모님이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권할 때마다 속으로는 이렇게 외친다.
“가고 싶어도 저희가 갈 자리는 없어요.”

아마 나와 같은 해외 이민자라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물론 미국에도 좋은 직장이 있는 만큼, 나쁜 직장도 많다. 숫자만 따지면 오히려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사에 잘 드러나지 않을 뿐, 많은 이민자들은 한국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이곳에서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우리 가족처럼 말이다.

대기업 인력 유출을 단순히 MZ세대의 일탈로 보기 전에, ‘왜 떠나는가’ 혹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근무일수 단축이나 직급 폐지, 연봉 인상 같은 보여주기식 조치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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