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 이민자의 삶 - 미국 중부의 삶
지난주 금요일은 핼러윈이었다.
미국 유학을 막 시작했을 무렵, 내가 처음 겪은 핼러윈은 대학가 근처에서 열리는 일종의 파티였다. 모두들 각자의 코스튬 복장을 하고 대학가 주택가나 시내 술집을 오가며 하루 종일 즐겼다. 젊음과 유흥의 상징 같은 날이었다.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미국의 주택가에는 하나둘씩 호박등이 켜지고, 거미줄 장식과 유령 모형들이 정원 곳곳에 세워진다. 거리 전체가 오렌지빛 조명으로 물들며 10월 31일을 향한 긴 준비가 시작된다. 처음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단 하루를 위해 이렇게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는 것이 과하다고 느껴졌다.
그린즈버러에 살 때까지는 아파트에 있었기에, 꾸며진 집들을 구경 다니며 ‘왜 저렇게까지 할까?’ 하고 의아해했다. 하루를 위해 이렇게 집을 장식하는 미국 사람들의 열정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핼러윈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작년부터는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복장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집집을 돌아다니며 캔디를 받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처음엔 아파트에 살고 있었기에 Trick or Treat을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학교에서 아이의 단짝 친구의 학부모에게 부탁해 함께 돌 수 있냐고 물었고, 그렇게 처음으로 진짜 주택가 Trick or Treat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날 함께 있던 아이 아빠는 어렸을 적 이야기를 들려주며 “예전엔 어른들도 진짜 장난(Trick)을 치곤 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 내가 물었다.
“왜 미국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핼러윈을 챙길까요?”
그는 잠시 진지해지더니 이렇게 답했다.
“핼러윈은 미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이지 않은 날이니까요. 평소에는 공화당이니 민주당이니 하며 당장이라도 싸울 것처럼 대립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냥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죠.”
올해는 테네시의 한 주택가로 이사 와서 처음으로 ‘우리 집’에서 핼러윈을 온전히 맞았다. 저녁이 되자 아이들과 부모들이 코스튬을 입고 삼삼오오 거리를 메웠다. 초인종을 눌러 캔디를 받기도 하고, 이웃들이 분장을 한 채 문 앞에서 아이들에게 사탕을 건네며 “Happy Halloween!”이라 인사했다. 나 역시 처음으로 그동안 대면대면하던 이웃들과 스스럼없이 웃으며 말을 나눴다.
그제야 작년에 들었던 그 아빠의 말이 이해되었다.
아마도 개인주의가 강한 이 나라에서도, 1년에 단 하루만큼은 서로 연결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는 것 아닐까.
핼러윈은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도 따뜻한 방법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