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일지 1 - 마음의 가난에서 벗어나기 II

화이트 칼라 이민자의 삶 - 40세 성장통 치료일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시작된 이후로 나의 하루에는 일정한 루틴이 생겼다.


아침에는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투자, 자기 관리, 안정적인 은퇴를 위한 자산 준비 같은 주제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놓는다. 마치 불안을 달래기 위한 주문처럼, 보고 또 보고, 듣고 또 듣는다.


특히 미국에서 중산층 이민자로 살아가다 보니 노후에 대한 두려움은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크레디트 위에 세워진 미국의 경제 구조 속에서 한 번의 큰 병, 한 번의 재해, 혹은 예상보다 길어진 실직 기간은
삶을 너무 쉽게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음을 알기에…

직장에 대한 불안은 곧바로 노후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고, 그 불안은 다시 현재의 나를 옥죄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작년쯤이었을 것이다.
미국 서부의 노숙자 증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중 한 노숙자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아내가 아파 치료를 받다가 파산했고, 그 이후로 거리 생활을 하게 됐죠.”

다큐의 말미에서 노숙자 지원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말도 인상 깊었다.

“누군가는 이들이 능력이 없거나, 도박이나 마약 때문에 거리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시민이었습니다. 수입이 끊기면서 거리로 나오게 된 거죠. 사실 저희도 이번 달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면 언제든 같은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 들어 그 인터뷰가 자주 떠오른다.
“이번 달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면 언제든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느끼는 이 불안의 정체는 ‘튼튼한 자산도, 내 이름으로 된 집도 없다는 불안’ 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느덧 매일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있었다.
때마침 높은 금리와 빚이 없다는 사실에 잠시 안도하면서도, 다달이 들어오는 3% 후반대의 이자가
언제쯤이면 1년 치 연봉이 될 수 있을지를 계산해 본다.


그리고 곧바로 마음속에서 “더, 더”라는 조급함이 올라온다.
아직 한 달 치 월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를 바라보며 '가능할까?, 과연 가능하긴 할까?' 그런 탄식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었다.


그래서 이제 치료의 일환으로 이 불안의 가지를 조금 다듬어 보기로 했다.

현실을 외면하지는 않되, 파국이 아닌 방향으로. 즉, 월급이라는 가장 확실한 흐름을 통해 계속 저축해 나가는 방향으로.


먼저,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통장을 정리해 봤다. 한국에 있는 예금과 주식, 미국의 통장과 미국 주식까지 전부 꺼내 놓았다. 한 달에 이자로 들어오는 금액, 주식으로 받는 배당금... 솔직히 말해 결과는 처참했다.

내가 그려왔던 그림과는 아직 한참 멀었다.

다만 한 가지 항목을 새로 추가했다.

매달 월급에서 꾸준히 저축하는 금액. 그 금액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1년 후의 금융 소득,

2년 후의 금융 소득,

그리고...

5년 후의 금융 소득을 차례로 계산해 보았다.

숫자는 여전히 크지 않았지만, 막연했던 불안에 처음으로 ‘형태’가 생겼다.

불안의 가지 한 조각이 조용히 떨어져 나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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