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대학원을 준비할때 꼭 고려해야 할 점 I
미국 대학으로 편입 후, 1년 동안 학부 연구생으로 활동하며 대학원 진로 방향은 분명해졌지만, 막상 준비를 시작하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특히, 한국과 달리 미국은 대학도, 선택지도 너무나 넓었고, 무엇보다 그만큼 지원할 수 있는 대학원도 많아 혼란스러웠다.
늦은 나이에 미국 유학을 결심하고 대학에 편입했기에,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관련된 화학공학이나 재료공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목표 외에는 어떤 대학원을, 어떤 기준으로 지원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정보와 경험이 부족했던 나는 결국 아는 만큼만 보았고, 내 학점과 GRE 점수를 기준으로 내가 살고 싶은 도시를 우선으로 선택해 그곳의 이름난 대학에 석사 과정부터 지원할 계획을 세웠다.
다행히 학부 연구생으로 지도해 주셨던 교수님께 추천서를 부탁하며 준비한 대학원 리스트를 보여드리자, 교수님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몇 가지 중요한 조언을 해주셨다. 덕분에 석사가 아닌 박사 과정으로, 살고 싶은 도시보다는 지원하려는 대학원의 연구 성과와 순위를 기준으로 리스트를 다시 작성했다. 초기 리스트의 몇 곳과 교수님께 추천받은 대학 몇 곳을 추가하여 약 10개 정도로 추려 지원했다.
돌이켜보면, 당시 항상 밝게 웃으며 격려해 주시던 교수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조언을 주셨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때 더 깊이 고민하고, 미국 대학원 입학 과정을 공부하며 진지하게 상담을 요청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학원 입시 과정을 지나고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학부 성적과 GRE 점수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기만 하면 합격 여부를 결정짓는 주된 요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입학에는 다양한 경로와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러한 정보조차 몰랐고, 교수님이 주신 조언의 의미를 단편적으로만 이해했었다.
1. 석사 vs 박사과정
미국 대학원 지원 시 석사(Master’s)와 박사(Ph.D.) 과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처음에는 석사 과정으로 지원하는 것이 합격률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석사 과정은 본인이 학비를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입학이 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대학원 및 학과의 정책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특히 박사 과정을 확고히 목표로 하고 있다면, 석사 과정보다는 박사 과정으로 바로 지원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 박사 과정에 입학하면 중간에 석사 학위만 취득하고 졸업할 수 있는 옵션이 있을 뿐 아니라, 연구실 배정이나 학과 내 우선순위에서도 훨씬 유리하다. 반면 석사 과정으로 입학하면 박사 과정 학생들에 비해 연구실 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리거나, 지도교수가 중요한 연구 과제를 맡기는 데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박사 과정을 목표로 한다면, 석사 과정을 통해 합격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입학은 쉬울 수 있으나, 박사 과정으로 이어질 연구실 배정 및 지도교수 선택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 입학 지원서 - 특정 연구를 위한 지원 동기 vs 방향성 중심의 지원 동기
미국 대학원 지원 시 학교마다 요구하는 에세이 형식은 다를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왜 이 학교를 지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는 많은 지원자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 중 하나다.
특히 명확한 연구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지원 동기를 작성하려면 막막할 수 있다. 이때, 특정 주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전반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학부 지도교수님께서는 이를 낚시에 비유해 설명해 주셨다.
"대학원 지원자는 일종의 낚시 그물망을 던지는 것과 같다. 학과 교수는 그 그물망 안에 머무는 물고기다. 너무 좁은 초점으로 특정 물고기만 겨냥하면 다른 교수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고, 너무 넓으면 흥미를 끌기 어렵다. 따라서 방향성을 갖추되, 여러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는 지원 동기가 가장 이상적이다."
나는 재생 가능 에너지 분야를 깊이 배우고 싶다는 목표를 바탕으로, 지원하는 학교마다 해당 분야 교수님들이 주로 사용하는 키워드를 사용해 지원 동기를 작성했다. 이는 여러 교수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되었다.
3. 추천인 - 나를 잘 아는 교수 vs 명망 있는 교수
미국 대학원에서는 최소 3명에서 최대 5명까지 추천서를 요구한다. 이는 지원 과정에서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 중 하나이다. 누구에게 추천서를 부탁할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추천서는 단순한 형식적인 문서가 아니라 합격 여부를 크게 좌우할 수 있는 요소다.
개인적으로 추천서를 요청드렸던 교수님은 학교마다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정하였다.
나를 잘 알고 지도해 주셨던 학부 지도교수님
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교수님
지원하려는 학교 출신의 교수님
물론, 학계에서 명망 있는 교수님에게 추천서를 받는 것이 이상적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그 교수님이 나를 잘 모르는 경우, 추천서를 써줄 수 없다고 거절하거나, 평이한 내용의 추천서를 작성해 줄 가능성이 있다. 이는 강력한 추천서로 작용하기 어렵다.
반면, 나와의 학업 또는 연구 경험을 기반으로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포함한 추천서를 써줄 수 있는 교수님에게 부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확실히 이 학생을 보증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지원자의 강점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유명한 교수님보다는 나를 잘 알고, 나와의 긍정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진심 어린 추천서를 써줄 수 있는 분께 부탁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추천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