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채식주의자의 김자탕 회식
"저녁이나 먹으러 가지."
긴장과 고함이 난무했던 사무실의 하루가 끝날 무렵 상사의 한마디가 사무실에 울려퍼진다. 다들 서둘러 컴퓨터를 끄고 가방을 신발과 함께 끌며 뒤를 따른다. 자연스레 직급별로 줄을 선 행렬이 펄떡거리는 도시의 뒷골목에 멈췄다. 큰 솥의 국물은 언제나 넘쳐난다. 사람이라도 삶을 것같다. 감자없는 감자탕이 끓어 넘치며 사람들을 부른다. 이런 곳에서 메뉴판을 찾는 바보는 없다. 왜 이런 곳에서는 동그란 식탁에 의자를 쓰는 걸까. 좁은 사람들 사이로 국물이 튄 앞치마를 두른 아주머니가 묻지도 않고 국 그릇을 연달아 놓는다.
점심 저녁을 못 먹었지만 이곳에서 내가 먹을 건 깍두기뿐. 그래도 맥주가 있으니 괜찮다. 최대한 존재감을 감추며 하얀 밥에 깍두기를 깨작거린다. 갑자기 옆자리의 동료가 내 접시에 큰 뼈를 얹는다. 나도 모르게 손사레를 치면서 "전 고기 안 먹어요" 외쳤다. 아뿔싸. 사무실에서의 전쟁 흥분이 가시지 않아 침과 분노를 같이 뱉으며 소주를 비워가던 이들이 일순간 나를 쳐다본다.
"아 채식주의자야?" "뭐 철학적인 건가?"
나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철학이나 지구를 지키겠다는 뭐 그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언제언제 아팠고, 그걸 계기로 인스탄트와 기름기 많은 음식을 줄이면서 고기도 자연스럽게 안 먹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건조하게 전달했다. 이런 주제의 대화가 길어지는 건 곤란하다. 방금 전쟁을 치르다가 온 이들은 노점상 흥정에서조차도 손해를 볼 생각이 없다. 어떻게든 본인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순간 이들은 육식의 최고봉에 있으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나의 준비된 답변으로 대충 채식 육식 논쟁이 봉합이 되려는 찰나.
"고기 안 먹고 괜찮아? 고기에서만 얻을 수 있는 영양소가 있잖아. 그래서 절에서 애들 키우면서도 개구리 삶은 물 먹이는 거 알아? 환경을 지키는 게 자연의 섭리를 어기는 건 아닌 거 아닌가?"
"아 그거 나도 봤어. 사람도 동물인데 초식동물이 아니잖아. 고기를 안 먹고 어떻게 살아?"
"스님이 고아들 데려다가 키우다가 고기 사다 먹이던 그 다큐말이지. 그러게 요즘 스님들 다 고기 먹던데 그분은 애들 고기 먹인다고 속죄 불공 올리고 그러시더만."
아. 인간이 육식동물이고, 채식이 자연섭리를 거슬리는 일이며 고기에서만 섭취할 수 있는 필수 단백질이 있다는 이야기가 이어질 참이었다. 이제는 애국가를 불러야한다. 동해물과 백두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