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겆이를 하며 춤을 추다

by 로켓딴

설겆이를 하면서 춤을 추었다. 왜? 아직 ‘칼로리’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목표 칼로리 600을 절반밖에 채우지 못했다. 이제라도 나가서 다리를 떨며 산책이라도 해보려고 한다.

지난 생일에 큰 아이가 애플워치를 사주었다. 그렇게 비싼 것을. 거의 한달 파트타임 급여나 용돈을 다 썼으리라. “왜 엄마에게 애플워치를?”이라고 물어보니 “비싼 걸 엄마가 직접 사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단다. 그렇게 귀한 선물을 받고서도 나는 내내 애플워치를 시계로만 사용했다. 업무 때문에 SNS나 신문물에 관심을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 나는 ‘귀차니스트’가 맞다. 3G버전부터 쓰고 있는 아이폰을 거의 ‘알뜰폰’수준으로 쓰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시계로만 차고 다니던 애플워치를 얼마 전 만난 친구가 업그레이드해주었다. 동네 사는 친구, 별명이 ‘깨굴’. 공동육아 어린이집, 대안학교, 협동조합 도서관을 함께 하는 인연으로 동네 사람들에게는 모두 다 별명이 하나씩 있다.


깨굴은 아이폰 운동 어플의 연두색 운동기능의 의미를 알려주고, 직접 설정해주고, 친구공유까지 해주었다. 덕분에 ‘운동 공유친구’가 생겼다. 실시간으로 서로의 운동량, 칼로리 소비를 알게 되었다. 내 목표 칼로리는 하루 600로 설정했다. ‘보통보다 많은 목표치’라고 한다. 몰랐다.


“아니 하루 섭취 칼로리가 얼마인데 600칼로리도 소비를 안한다고? 그럼 안되는 것 아닌가?”

아 신진대사 소비 칼로리는 반영이 안되는 모양이다. 운동 칼로리만 측정하는데 걷기, 수영, 요가 등 운동별로 설정이 가능하고, 그에 따른 칼로리 측정이 된다. 매우 신기하다.


“죽었어? 왜 0칼로리야?”

공유를 하고 어느날 친구인 깨굴의 칼로리가 0인걸 보고 놀라서 카카오톡으로 물어보았다. ‘종일 누워서 넷플릭스를 봤다’고 한다. 애플워치도 풀어놓고. 하하하. 공유가 이런 것이었구나.


운동 공유를 하고 나서부터는 무의식은 아니고 수시로 운동량을 보게 된다. 이게 뭐라고, 은근히, 아니 대놓고 경쟁 모드에 돌입했다. 시간만 나면 나는 얼마나 했는지, 친구들은 어떤지를 확인하게 된다. 칼로리 소비 수치가 나는 40%, 친구는 70%가 넘은 날, 설겆이를 하면서 몸을 흔들었다. 그렇게라도 칼로리를 소비하려고.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아, 내가 이렇게 경쟁적인, 이기고 싶은 인간이었구나.”

어린 시절 ‘고명딸’이었던 나는 동네 아주 공인된 ‘착한 딸’이었다. 엄마는 동네 아주머니들, 친척들 앞에서 내가 얼마나 착하고, 양보를 잘하는지를 자랑하셨다. 집안 일도 알아서 하고, 오빠에게 무엇이든 양보하는 그런그런 착한 딸.


그런게 가스라이팅이겠지. 어린 시절 나는 더욱더 착하고, 양보 잘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였다. 심지어 나는 내가 그렇게 착하고, 얌전하고, 남에게 양보하는 걸 좋아하는 그런 사람인 줄 알고 있었다. 물론 아니라는 걸 성인이 되면서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뒤늦게 애플워치와 운동공유를 통해 사실은 내가 너무나 이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걸 아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딸,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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