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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각 Jul 18. 2022

바베큐적인 시간

소중한 사람들이 소란하게 모여 있다

  집 근처에 있는 해변 공원이나 식물원을 구경하며 다니다 한눈에 마음을 빼앗긴 곳이 있다. 로카르노 비치 파크. 바다는 부산의 바다와 비슷하고, 너른 모래사장에 사람들이 누워 햇볕에 몸을 굽는 풍경. 시내 중심지와는 멀고, 유명한 관광지라기보다는 현지인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동네 해수욕장의 느낌이었다.


 전반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의 모래사장은 가운데에 걷거나 달릴 수 있는 길을 두고 키가 아주 큰 캐나다나무들이 자리하고 있는 넓은 잔디밭과 만나고 있는데, 이 잔디밭의 용도가 너무나 확실했다. 왜냐하면, 중간 중간 4인용 나무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피크닉 나온 사람들 편하라고 이렇게 크고 편한 테이블을 설치해주다니, 캐나다 공원 문화 좋다! 감탄하며 잔디 위를 걷고 있는데, 저녁 시간이 다가오니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저마다 테이블 하나씩을 차지하고는 멋진 테이블보를 펼치고, 각종 소스와 접시와 잔을 꺼내고 캠핑 의자를 설치했다. 그리고 모두의 테이블에는 캠핑 유투브에서 보던 그럴싸한 그릴이 올라가 있었다. 마치 단독 주택 마당에서 바베큐를 준비하듯이, 그들은 공원의 잔디 위에 모여들고 있었다.


우리는 바베큐가 가능한 펜션에 놀러가거나, 은퇴하고 시골에 집을 지은 친척집에 놀러가야만 갖는 특별한 바베큐 타임을 평일 저녁에 집 근처 공원에서 갖다니! 이렇게 일상적으로 행복하다니!


더욱이 놀라운 것은, 테이블 하나에 모인 사람들이 무척 많아 보이는 점이었다. 두명, 네명이 아니라, 친한 세 가족이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나온것 같은 10명, 할머니 할아버지 딸 사위 손주들이 모인 것 같은 8명, 같은 과 동기들이 함께 온 것 같은 청년들 열 몇명, 그리고 해맑게 웃고 있는 커다란 댕댕이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북적 북적 고기와 소세지를 굽고, 챙겨 온 과일을 나눠 담고, 음료를 따르며 소란한 즐거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 옆 산책로에서 신랑과 나는 맛있는 냄새와 즐거운 웃음소리를 들으며 감탄했다. 함께 모여 바베큐 하는 시간이 주는 직관적인 행복이 느껴졌다.


  요 몇년 간 나는 아주 가끔만 많은 사람들과 식사를 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술마시며 하는 말들이 피곤할 때가 있으니까, 생활이 피곤하다보니 쉬는 시간에는 마음이 맞는 사람과 조용히 보내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면서 점점 친척들과의 만남도 피곤하고, 모임도 피곤하게 느껴지고, 코로나 때문에 잠정 중단된 회식은 정말로너무 하기 싫어졌다. 신랑과 둘이 보내는 시간이 마음이 편하고, 오랜 친구들을 만날때만 가끔 시간을 냈다. 관계가 버겁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곳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모여 직접 맛있는 것을 준비하고 나누는 시간을 보고있으니, 새삼 출국 하기 전 우리를 챙겨주던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 났다. 엄마 아빠와 내 동생들, 어머님 아버님, 20년 지기들, 매일 매일 보며 스트레스 해소 창구가 되던 친한 선후배들, 우리가 만난 동아리의 언니 오빠들, 2년 간 해외에 나가 산다고 용돈을 쥐어 주던 친척들까지. 서로 마음 쓰는 관계가 주는 충만함이 다시금 느껴졌다.


그런데 나는 이 멀리 타국에서 한동안 이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니, 함께 맛있는 것을 나눠먹을 수 없다니!  돌아가서는 소중한 사람들과 바베큐적인 시간을 더 자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일이 더욱 기쁘게 느껴지고, 슬픔 일이 덜어지는 것은 결국 서로 마음 쓰는 관계가 하는 일이라는 것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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