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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각 Jul 30. 2022

'미라클 모닝'을 위한 방법을 알아요?

어학원에서 다른나라 친구들과 나눈 아침 시간에 대한 대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영어를 배우러 어학원에 간다. 아침 8시 30분에 시작하는 수업을 위해 7시 30분쯤 겨우겨우 눈을 뜨고 나갈 준비 하고 도시락을 싸서 부랴부랴 출발한다. 25분을 타박 타박 걸으며 잠에서 깨어난다.


  교실에 들어서면 항상 똑같은 친구들이 미리 와서 앉아있다. 이 친구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친구들이구나. 나는 8시 30분에 도착하려 노력하지만 5분에서 10분정도 살~짝 지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9시 넘어서 슬렁 슬렁 들어오는 친구들도 대체로 똑같다. 아침잠이 많은 친구들이다.


  일주일에 한 번 리스닝 세미나가 있다. 각자 10분 내외의 영어로 된 영상을 보고, 영상의 내용을 요약해서 적고, 이에 대한 나의 의견을 정리하고, 친구들과 토론할 질문을 3개 만들어 오는 활동인데, 4명 정도가 한 조가 되어서 한 사람의 주제마다 30분정도씩 토론을 한다. 영어로 된 영상을 이해하고, 메모하는 것도 어렵지만 정말 어려운 것은 어학원에 모인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함께 흥미를 느낄 만한 적당한 내용의, '너무 길지 않고 너무 어렵지 않아서 내가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준비를 할 수 있는' 영상을 찾는 것이다.


  하루는 클레어가 '미라클 모닝'을 준비해왔다. 미라클 모닝이라니!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주제를 가져온 클레어는 한국 사람이다. 클레어는 아침에 일어나는게 너무 힘들다면서, '미라클 모닝'은 새벽형 인간이 되어 생겨난 시간을 알차게 쓰는 생활 방식이라 소개하고, 일찍 일어날 수 있는 방법들을 설명했다. 자기 전에는 행복한 생각들을 할 것, 일찍 일어나 하고 싶은 것 - 스트레칭, 독서, 명상 등 - 을 정할 것, 알람 시계나 핸드폰을 다른 방에 둬서 알람을 끄기 위해 몸을 일으킬 것, 일어나면 곧장 양치할 것. 나는 적극적으로 리액션하며 들었다. 그래 ! 아침에 일어나는게 얼마나 힘든데 수업이 너무 일찍 시작해!, 자기 전엔 핸드폰을 놓기가 아쉬워 한두시간이 흘러가잖아~! 이런 얘기를 하면서.


  설명이 끝나고 클레어는 친구들에게 질문했다. 몇시에 자고 몇시에 일어나는지, 아침에 일어나는 꿀팁이 있는지, 만약 미라클 모닝처럼 일찍 일어날 수 있으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말이다. 그리고는... 토론은 예상한 것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왜냐면...다들 이미 미라클모닝 중이었기 때문이다!! 미라클 모닝 중이라기 보다는, 그냥 너무 당연히 클레어의 영상 속에서 말한 대로 살고 있었다. 미라클 모닝이 아닌 그냥 모닝이었다.   


  어떻게 그럴수 있느냐고 물으니 존이 대답했다. 그냥, 아침에는 햇빛이 눈부시고 새들이 노래하잖아. 늘 창문을 열어 놓고 자서, 아침엔 새들이 많이 와서 새 소리에 일어나게 돼. 존은 멕시코에서 왔다. 암막 커튼을 치지 않아? 라는 내 질문에는, 암막 커튼이 뭔데? 우리집 창문에는 커튼이 없어.라는 대답.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책을 읽다가 온다고 했다.


  암막 커튼을 치지 않고 밤 10시에 잠들고 해 뜨고 새소리가 들리면 눈뜨는 아침이라니. 너무나 기적이다. 햇살이 반쯤 비치는 예쁜 흰 커튼에, 집 분위기를 만드는 암막 커튼을 고르는 것이 내 이사의 일상이었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언제나 교실에 미리 앉아있던 친구들은 남미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온 친구들이 많은데, 남미에서는 학교가 아침 7시에 시작하고 2시나 3시면 끝난다고 했다. 고등학교도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은 자연스럽게 일찍 일어나고, 오후와 저녁시간을 활동적으로 보내고 (바다 수영을 하거나, 춤을 추거나, 농구를 하거나) 일찍 잠드는 생활을 하는 것이다.


  부엉이형인지 아침형인지 굳이 따지자면 나는 평균형 인간이다. 그렇지만 주말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땐 오전 시간을 훨씬 선호한다. 아침의 부드러운 햇빛 색깔, 조용한 분위기, 자고 일어나 한결 나은 컨디션으로 읽거나 쓰는게 좋기 문이다. 그래서 항상 좀 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싶은데 여러 모로 안되니까 아쉬웠는데 오늘의 주제가 인상깊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른 아침을 열고 싶어졌다.


  이른 아침에 대한 소망만 가진채로 허겁지겁 일어나 학원에 다니는 며칠이 더 지나고 두번째 숙소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당장 다음 날, 나는 미라클 모닝의 방법을 깨달았다. 존의 말이 사실이었다. 이 집에는 암막 커튼이 없고 (첫번째 숙소는 한인 민박이라서인지 암막 커튼이 있었다), 새벽 5시부터 햇살이 너무나 눈이 부셔서 더 잘 수가 없었다. 더 자고싶어도 너무 눈부셔서 일어나야 했다. 그러니, 밤에는 잠이 부족해서 핸드폰 쥘 새도 없이 10시엔 잠이 들었고, 다음날엔 또 햇살이 날 깨우고..이렇게 쉽게 나는 새벽형 인간이 되었다.


  이른 아침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며 생각한다. 다음 숙소로 옮겨서도 암막 커튼을 쓰지 말아야지. 한국에 돌아가면, 암막커튼을 사지 말아야지.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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