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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각 Sep 12. 2022

아름다운 물에 뛰어들 수 있는 자유

호수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며

  캐나다의 눈부신 여름 동안 이곳 저곳을 여행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국적이라고 느꼈던 풍경은 아름답고 넓은 호수와, 호수에서 수영하고 패들보트 타고 카약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투명하게 비치는 물, 호수를 둘러 싼 빼곡한 침엽수들, 햇살에 반짝이는 윤슬, 그리고 호수마다 다른 물빛이 너무도 아름다웠고 그 풍경을 바라만 보는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무척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 우리도 뛰어들어 봤다. 처음 뛰어든 호수는 골든이어스 주립공원의 알루엣 호(Alouette lake)였는데, 어린 아이들도 신나게 수영하고 있길래 얕은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가보니 금방 깊어졌다. 평영까지 수영을 배웠기에 호수에 뛰어들 용기는 낼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신나게 즐길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수영강습으로 자유형, 배영, 평영을 배웠다 한들 50m 레인 한번 가면 헉헉 거리는 실력으로는 발이 안닿을지도 모르는 물은 겁이 났기 때문이다. 남편도 나보다는 수영을 좀 더 배웠지만 마찬가지라 허리까지 오는데로 들어가 물장구치고 주변 구경 좀 하다 나왔다.


  아름다운 물을 더 누리고 싶어서 곧바로 튜브를 사러 갔는데, 엄청나게 많은 수영용품들 속에서 동그란 도너츠 튜브를 찾을 수가 없었다. 몇번을 빙빙 돌며 봐도 어린이용 튜브 아니면, 물에 띄우는 해먹, 래프팅용으로 아주 크고 단단한 대형 튜브 뿐이었다. 튜브의 종류를 꼼꼼히 살피며 깨달았다. 여기는 성인이 튜브타며 노는 나라가 아니구나. 패들보트도 카약도 노도 구명조끼도 물에 띄우는 해먹!도 있는데 성인용 평범한 튜브가 없구나. 어쩐지 애들이 수영을 너무 잘하더라... 하긴 어렸을 때 그렇게 호수에서 맨날 수영하고 놀면 커서는 튜브도 필요없겠다. 이런 대화를 하며 남편과 나는 튜브 사기에 실패하고, 야외수영장을 찾기 시작했다.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 연습 하기를 몇번, 예전에 강습다녔던 자신감도 찾은 것 같고 배영도 평영도 얼추 되길래 다음에는 호수에서 좀 더 수영해보자! 현지인처럼 즐겨보자! 라고 생각하고 지내다 로키에서 두번째로 호수에 뛰어들었다. 로키 산맥 여행 중 재스퍼에서 다섯개 호수의 계곡(Valley of the Five Lakes)를 트래킹 중이었는데, 땡볕에 한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말도 안되게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호수가 나타났다. 이런 산에 이런 호수가 있을거라곤 상상하지도 못할 아름다운 호수였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수영하거나 젖은 몸을 말리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또 뛰어들었다. 너무도 아름다워서, 이 물에 뛰어들지 않으면 두고 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그렇지만 역시 자유롭게 수영할 수는 없었다. 바로 옆에서 꼬마 아이가 신나게 잠수하고 물고기처럼 수영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었다. 수영장과 호수는 정말이지 다르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몇번 수영을 시도하다가 이만하면 됐다 하고 바위 위에 올라앉아 몸을 말리고 있는데, 한 무리의 20대 여자들이 우르르 나타나서는, 바로 뛰어 들어 물 밖에 머리를 내놓은 채로, 유유히 호수를 가로지르는 것이었다. 세상에, 저렇게 행복한 얼굴로, 이 아름다운 호수의 저 끝까지 다녀오다니! 그것도 저렇게 가볍고 여유로운 몸짓으로! 우리나라에서 호텔 수영이라고 부르는, 헤드업 평영으로 로키 산맥의 아름다운 호수를 떠다니는 광경은 정말이지 낯설었다.


  헤드업 평영을 자유 자재로 할 수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호수를 여유롭게 떠다닐 수 있구나. 그리고 그 때의 표정은 저럴 수 있구나. 수영강습 다닐 때 너무 힘들고 수영이 어려워서 반년 만에 그만뒀는데, 수영을 잘하면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구나 깨달았다. 수영을 열심히 연습할 목표가 생겼다. 전에는 호캉스 가서 머리카락이 젖지 않은 채로, 선글라스 낀 채로 수영 좀 하고 놀고싶어서 수영을 배워볼까? 했는데 그 마음과는 차원이 다른 열망이었다. 여행 중에 만난 아름다운 물에 뛰어들어 온전히 그곳을 느끼는것. 그 특별함을 느끼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시 수영장에 다닌다. 주말에는 근처 호수에 가서 얕은 물에서 헤드업 평영을 연습한다. 아직 몸에 힘이 빠지질 않고 팔에 알배기고 힘들어서 여유롭게 호수를 떠다닐 수 있을 때까지 10년은 걸릴 것 같은 기분이지만 말이다. 캐나다에서 본 호수에는 맨날 할머니들도 한껏 웃으며 수영하던데 늦어도 그때까진 되겠지! 자유롭게 수영할 그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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