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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각 Aug 01. 2023

조금씩, 자주. 좁은 집 넓게 쓰기

적당히 미니멀하게 살고 싶은 살림 초보의 한걸음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두달 째. 12평짜리 좁은 집이 쾌적하고 편안하다. 조금도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날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려 소파에 앉아 마시다가 내려놓은 곳이 필요해서 팔을 쭉 뻗어 식탁 의자를 빼 사이드 테이블처럼 썼다. 아주 찰떡이었다. 원래 기숙사에 포함되어 있던 낮은 테이블이 거실에 있었는데 요가매트를 펴고 운동을 하거나 청소기를 돌릴 때 좁은 공간에 방해가 되어 방의 서랍장 위에 올려 선반처럼 쓰고 있다. 그것도 아주 찰떡이다.



  5월, 이 집에 이사온 후 짧은 시간동안 유투브 정리정돈 영상과 이케아 쇼룸 구경으로 속성 공부를 하고 모든 물건의 자리를 정해주었다. 공간에 비해 넘치는 물건들은 중고거래와 나눔으로 처분했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이 공간이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의 물건을 제자리에 놓는 습관을 들였더니 집안일에 드는 시간이 현저히 줄고, 좁은 공간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는 안정감과, 모자람도 넘침도 없다는 만족감이다.



  그렇다면 나의 '미니멀하게 살기'를 위한 노력은 이제 끝인가? 이 주제로 글을 쓰는 것도 끝인가? 한동안은 많은 정리정돈 영상에서 살림 고수들이 단정하게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이제서야 정리정돈이라는걸 제대로 해보고 있는 내가 의미 있는 무언가를 쓸 게 있나 싶었다. 그러다가 내가 겪은 어려움이 생각났다. 유투브 영상을 보면 20년, 30년차 살림 고수가 나와 야무진 손으로 옷도 깔끔히 개고, 수납함도 깔끔히 정리하고, 각 잡아 물건을 정리하고, 각종 수납 용품을 멋지게 설치하고, 바로 바로 정리하고 청소를 했다. 무엇보다 살림을 무척 좋아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자에게서 나오는 열정이 느껴졌다. 나 같이 적당히 대충 살림하며 자취하다가 결혼 생활을 하는, 살림이 딱히 재미 없는 사람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 막 걸음마 뗀 사람이 달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주 많은 영상들을 찾아보며 그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만을 한 두개씩만 따라했다. 꿀팁 5개를 말해주면 1개 정도 배워보는 정도였다.


  그래서 이제는 12평 집에서 둘이 쾌적하게 살기 위해 내가 배우고 실천하는 걸 써보려고 한다. 살림 초보의 성장기 같은 것을. 그 끝이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것일 수도 있고, 적당히 사는 것일 수도 있고, 다시 대충 사는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일단 지금 딱 좋은 방법을 하나씩 풀어내보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내가 살림왕이 될지도 모르고. 하하.


  요즘 효과적인 방법은 조금씩 자주 정리하고 비우기 이다.

일단 이사오고 나서 여러 날을 써서 많이 비우고 대대적인 정리를 했지만 현상 유지가 어려웠다. 둘이 살면 집은 흐트러지고 이상하게 물건이 늘어났다. 주변인이 필요없는 것을 주기도 하고, 가족들이 보내주기도 하고, 필요해서 샀는데 안쓰게도 된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번, 10분 정도 집안을 둘러보며 불필요한 물건이 없는지 생각해 본다. 어차피 집이 작아 수납할 곳이 적어 10분이면 된다. 10분 간 쓸지 안쓸지 모르겠는 물건을 고르면 '비움 상자'에 옮겨 놓는다. 고른 날은 그냥 옮겨만 놓는다. 귀찮기 때문이다.

 지금 비움상자에 들어있는 물건


  그리고 또 다른 어떤 날 '비움 상자'의 물건을 살펴본다. 그 곳에 옮겨놓고도 찾지 않았으면 그 중 한개를 한인 중고거래 단톡방에 올린다. 물건 하나의 거래는 쉽다. 그렇게 처분을 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10분 안에 한개씩이다. 그러면 귀찮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으면서 물건을 관리할 수 있다.  

 

  정리 정돈도 마찬가지이다. 무언가를 한 후 바로 바로 제자리에 놓는 것은 생각보다 귀찮다. 그래서 일단 편안하게 지내고 하루 두 세번 정도 10분을 쓴다. 요즘은 식사를 한 후 앉거나 눕지 않기 위해 식사 후 시간을 쓰고 있다. 그 때 선반 위에 잠깐 올려둔 물건이나 흐트러진 소파 커버, 아무렇게나 쓰고 식탁 위에 놓아 둔 컵이나 가위 같은 것을 치운다. 그러면 또 금새 말끔해진다.


  이렇게 하루 10분씩 정리 정돈 하고 한개씩 물건을 비우다보니 딱히 열심히 치우고 사는 것 같지 않은데 집이 꽤 깔끔하다. 좁은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물건을 많이 줄여서 10분만으로도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미니멀리즘의 장점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얼렁뚱땅.


  이렇게 지내다보면 또 언젠가는 바로 바로 물건을 제자리에 넣고, 필요없는 물건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일단 지금은 적당히 살며 10분씩을 정리하는데 쓰고 있어서 만족스럽다. 이미 다들 알고 있는 방법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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